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JCO 에 탈모연구라니 !! 라고 놀라실수도 있겠는데요, 최근 암 치료에서도 환자중심성이 중요시되면서 암 치료의 곁가지 정도로 여겼던 암환자의 부작용 관리, 문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암환자들이 힘들어하는 부작용 중 하나가 바로 외모 변화입니다. 외모변화는 겉으로 드러나서 보이는 부작용이다 보니 사회활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생각하시는 것 보다 많은 환자들이 힘들어하시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드라마속 암환자만 보고, 암환자면 병원에 입원해서 계속 누워 있을 것이라는 편견을 가진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암환자들은 집과 병원을 왔다 갔다 하면서 치료를 받습니다. 즉 일상과 치료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환자이기 이전에 이들은 누군가의 엄마이고, 아빠이고, 배우자이고, 직장 동료이고 친구이고 여러가지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들입니다. 암 치료를 한다고 해서 이 모든 역할이 끊어지는 것이 아니고 계속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암 치료 중에 외모변화는 이들에게 중요한 영역이 됩니다.
물론 모든 암 치료가 탈모를 유발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유방암 및 부인암 등 일부 암에 쓰는 세포독성항암제가 전체 탈모를 유발하곤 합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유방암 환자들의 경우 40-50대가 많아 사회활동을 활발히 할 연령이라 이러한 외모의 변화가 굉장히 큰 스트레스가 됩니다. 실제로 절반이상의 환자들이 외모 변화 탓에 가정과 사회에서 문제를 경험했다고 답하기도 하였습니다.
환자들에게는 항암 치료 종료 후 6개월 정도가 지나면 회복한다고 교육을 하고 있으나, 실제 저희 연구팀이 이전에 진행했던 전향적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유방암 환자의 42.3%가 항암치료 후 3년이 지나도 항암치료 이전의 모발의 상태로 돌아오지 못함을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저희는 직접 모발의 양과 굵기를 측정하여, 모발량은 어느정도 회복이 되는 반면, 모발 굵기는 항암치료가 종료된 지 3년이 지났어도 항암치료 이전보다 절반 정도에 여전히 머물러 있음을 확인한 것이지요. 이런 연구결과들이 미국에서 항암치료로 인한 지연탈모에 대한 근거로 인용되어 현재는 해당 항암제 라벨지에 지연탈모가 있을 수 있음이 언급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재 탈모치료제나 개선제는 호르몬 등 암 재발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성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습니다. 성장 인자들이 섞여 있는 화장품이나 스프레이 등이 의사 선생님의 처방 없이 팔리고 환자에게 사용되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근거기반의 중재가 없다 보니, 심리적으로 약해져 있는 암환자들에게 돈벌이를 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에 근거 기반의 방법이 없을지를 저희도 많이 찾아보았고, 이런 과정에서 냉각모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선행 연구에서 냉각모자를 쓰면 혈관이 수축돼 두피로 가는 혈액순환이 느려지고, 모낭세포를 망가뜨리는 항암제의 영향도 감소시켜 탈모를 예방하는 효과를 입증한 바가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냉각모자를 쓰더라도 모발이 아예 빠지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50%의 환자가 자신의 모발의 50% 이상을 유지한 것으로 효과를 확인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희 연구팀은 모발이 빠지더라도 중요한 세포들은 보호가 되었으니, 모발이 다시 날 때 냉각모자를 쓰지 않은 사람보다 더 건강한 모발이 자라날 것으로 생각하여 결국은 지연탈모도 훨씬 적지 않을까 하는 가설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실제 연구 결과 지속탈모는 항암치료 전 보다 모발의 양 또는 굵기가 항암치료 6개월 이후 시점에도 회복이 되지 않는 것으로 정의했는데, 대조군의 52%가 지속탈모를 경험한 반면, 냉각모자군은 13.5%에서만 나타났고, 모발 두께는 치료 시작 전 보다 치료 후 6개월 지난 시점 대조군에서 7.5μm 감소한 반면, 냉각모자군은 오히려 1.5μm 증가했습니다. 연구 시작 당시에는 두 집단간 모발 두께 차이는 없었지만, 치료 후에는 9.1μm 차이를 보여 지속탈모를 많이 줄였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런 양적인 결과 외에도 환자들이 느끼는 회복도 확인을 하였는데, 탈모를 가리려 가발을 착용하는 환자의 비율이 대조군은 32%에 비하여 절반 수준인 17% 였고, 환자들이 보고한 항암치료로 인한 탈모 스트레스도 6개월 시점에 냉각 모자군이 유의미하게 더 낮음을 확인하였습니다.
물론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과정은 굉장히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냉각모자는 머리가 닿는 부분에 매립된 관을 따라 냉각수가 일정 온도로 순환하면서 두피 열을 내리는 방식으로 작동해서, 환자분들은 항암치료 중에만 모자를 쓰는 것이 아니라, 항암 치료 전 30분 동안 모자를 착용하고, 치료 후 90분 동안 모자를 추가로 써야 했는데 이 시간동안 항암치료를 하는 통원치료에서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어렵고 안 그래도 항암치료 때문에 힘든데 긴 시간동안 병원에 머물러야 하는 환자분들도 힘들어 하셔서, 외래에 있는 선생님들과 저희 연구원선생님들이 모두 한마음으로 많이 도와 주시지 않았다면 연구가 순조롭게 진행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또한, 저희는 지연탈모의 예방을 보고자 했던 것인데 원래 이 모자가 항암치료 중 탈모 예방 목적으로 나온 것이라서, 환자분들께서 항암치료 중에도 탈모가 100% 예방된다고 오해하시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더 큰 법인지라, 모발이 빠지게 될 경우 환자분들이 크게 실망하시는 경우도 많이 있었습니다. 또한 머리 관리도 잘 해주어야 하는데 이부분도 간과하고 잘못 관리하여 결국 모발이 다 빠져버리는 것을 경험하는 분들도 계셨어요. 결국 임상시험은 환자분들에게 내용을 충분히 이해시키고 계속 설명해드리면서 함께 가는 것 이구나를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환자분들께 100% 예방되는 것이 아니라 덜 빠지는 것이고, 향후 다시 잘 나게 하는 것을 보는 연구라는 걸 충분히 설명하고 교육자료도 만들고 독려해 나면서 연구를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환자들을 직접 관리했던 연구원 선생님께서 정말 매일매일 통화하고 안심시켜드리고 하면서 연구를 끌고 갈수 있었습니다.
연구 시에 고민했었던 여러가지 내용을 기반으로 실제 임상현장에서 어떤 프로세스로 적용을 해야 가능할 수 있을지 현장에 여러 선생님들과 논의하면서 조정해나가는 중입니다. 사실 연구로 할 때와 실제 임상현장에 적용하는 것은 또다른 차원의 일이라서 임상연구를 수행하면서도 계속 현장에 대한 목소리를 듣고 환자분들의 목소리를 듣고 수집하고 기록하고 고민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삼성융합의과학원에서 석-박사를 하였고 제가 수학했던 기관의 교수로 임용이 되어, 현재는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의 교수이자 삼성서울병원 임상역학연구센터의 교수로 있습니다.
23살 막 대학원에 입학했을 때 했던 첫 프로젝트가 바로 암환자 외모변화 연구였습니다. 지금은 저희 직장상사 (?) 가 되신 제가 가장 존경하는 지도교수님 (조주희교수님) 과 계속 암환자 삶의 질 연구를 하고 있는데, 저희 연구팀에서 지난 10년동안, 암환자분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 중 하나가 외모변화인지에 대해서도 질적연구를 통하여 규명하고, 이를 양적으로 측정하기 위한 항암치료 중 탈모 스트레스 측정 도구를 개발하고, 이 도구를 이용하여 장기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밝혀서 외모변화 문제의 중요성을 알리는 연구들도 많이 수행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메커니즘을 알기 위해 전향적 코호트를 구축하여 실제 피부와 모발상태를 다 측정을 하고, 밝혀낸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해결방안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항암치료 중 피부보습제 무작위배정연구도 수행하여 이 역시도 한빛사 논문이 되었었고, 환자들의 암 치료 중 달라진 외모를 극복하기 위해 몸과 마음의 자신감을 키워주는 교육프로그램도 만들어서 그 효과를 입증하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그 외에도 암환자 직장복귀 프로그램, 운동중재프로그램, 디스트레스 상담 등 다양한 암환자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연구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연구결과들을 기반으로 여러 중재 프로그램들이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에서 진행되고 있고 이를 많은 환자분들이 수강하며 희망을 얻고 있습니다.
물론 이와 동시에 저희는 임상역학연구센터에서 여러 임상과들과 여러 영역에서 근거를 만드는 일들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데이터가 없으면 EMR 데이터를 뒤져서 클리닝을 하고, EMR 에서 구하기 어려운 데이터는 직접 전향적 코호트를 구축하기도 하고, 혹시 이 과정에서 환자가 보고하는 증상이나 경험, 어려움들의 조사가 필요하면 측정 도구도 개발하기도 하고… 이런 여러 과정을 거쳐 어려움을 조사하면 이를 바탕으로 중재로 연결시키는 등의 연구 협업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는 중증 희귀 질환에서의 근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중증 희귀 난치 질환자에 대한 연구들에 대해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는 임상역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임상현장에 근거를 만들어주는 학문입니다.
임상역학자로서, 저는 주제를 연구할수 있는 가설로 바꾸어 나가고, EMR, 공단, 레지스트리 자료 등 다양한 자료원 중 가장 우리의 주제와 적합한 데이터를 찾고, 그 데이터의 특성 및 주제에 맞게 가공하고, 이 가공된 자료를 기반으로 데이터의 특성 및 주제를 고려하여 인과관계를 규명하기에 적절한지 계속 고민해 나가면서 분석을 하고, 그 분석된 결과를 잘 정리하는 일을 합니다. 관찰연구에서 밝혀진 내용을 바탕으로 임상시험도 설계하여 수행하기도 하구요. 연구를 디자인하고 수행하고 해석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사실 임상연구에서 중요한 단계들입니다. 그러다 보니 사실 임상역학은 단순히 역학전문가 뿐 아니라 임상연구를 하는 사람이라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분야로 점점 커 나가고 있습니다.
모든 과정에서 하나하나 고민하고 디스커션하고 이러한 과정들을 거치면서 처음 분석 결과와 달리 점점 신뢰할만한 결과로 다듬어지는 것을 보면서 매우 뿌듯함을 느낍니다. 조금 느리고 더딜 수는 있지만, 실제 임상현장에 사용될 근거이기 때문에 이 논문 하나가 혹시라도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조심조심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저는 협업 뿐 아니라 저의 주제로도 여러 연구들을 하고 있고, 그 분야가 바로 위에서 말씀드린 암환자 삶의 질로 대변되는 정신종양학, 행동과학 분야입니다. 진료실에서 못다한 환자분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도 근거는 필요합니다. 단순히 따뜻한 위로의 말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조사하고 이 조사된 내용을 근거에 입각해서 해결하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영역을 조작적 정의를 하고 측정해내고 이를 과학적인 절차를 거쳐 입증해 나가는 과정이 더욱 필요한 분야입니다. 그래서 이런 분야에서 제가 작게나마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 정말 기쁩니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것이 학교에서 근무하는 것보다 여러가지로 힘든 부분이 더 많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제가 하는 연구들이 어떻게 현장에 활용되는지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모든 것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좋습니다. 제가 하는 연구들이 단순히 컴퓨터 쏙 PDF 파일로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쓰임이 있다는 사실이 이 분야에서 연구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삼성서울병원은 암환자의 치료도 정말 잘하지만 이런 comprehensive 한 케어를 위한 여러 프로그램 등에 대한 지원을 많이 하고 있어서 국내 최초로 암교육센터를 설립하였고, 디스트레스 측정 및 상담, 모바일 환자자기평가결과 측정을 도입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임상역학연구센터도 우리나라 최초로 만들어져서 존스홉킨스라는 세계적인 기관과 협업을 하여 데이터 인프라도 만들고 양질의 근거를 만들어서 이를 이용해 진료 할 수 있도록 하는 멋진 병원입니다. 이런 기관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에 너무 자부심이 듭니다! 삼성융합의과학원은 이런 삼성서울병원에서 임상과와 함께 협업하며 다양한 근거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성균관대학교의 대학원입니다. 학생들이 실제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을 직접 경험하고 여기서 아이디어도 얻고, 병원의 데이터로 연구도 수행하고, 이 연구의 결과가 실제 현장에 사용되는 것도 볼 수 좋은 기회를 주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특히나 부분제도 많이 오시는데, 부분제 분들은 오히려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들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5.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오랜 시간 동안 늘 함께 해 주시고 앞으로도 함께 해주 실, 혈액종양내과 안진석 교수님, 암교육센터/임상역학연구센터 조주희 교수님 늘 감사드리고 그 외에도 저희 기관에서 함께 연구하고 계시는 많은 교수님들, 연구지원팀 선생님들 다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우리 센터 선생님들이랑 학생선생님들께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
저는 교회를 다니는데, 교회에서 예배 후 “예배가 끝났습니다. 이제 삶의 예배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런 말씀을 항상 하십니다. 이런 말씀을 들을 때 마다, 저에게는 연구를 하고 교육을 하는 것이 삶에서 드리는 예배가 아닐까 생각하고는 합니다. 단순히 논문 하나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멋지게 만드는 것에 기여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제가 하는 모든 일들이 너무 멋지게 느껴집니다. 혹자가 보기에는 ‘뭐 저렇게 과하게 생각을 해?’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신이 하는 일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면 그 일을 하기 위해 겪어야 하는 여러 힘든 일들이 그럭저럭 버틸만해지는 것 같아요 (물론 투덜투덜도 굉장히 많이 하기는 합니다….).
인터뷰를 보시는 모든 분들의 연구와 삶에도 행복한 축복이 함께 하시 길 기도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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