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현대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IDH-wildtype 교모세포종 환자의 중앙 생존 기간은 2년 미만으로 좋지 않은 예후를 보이며, 현재까지 생존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모델은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2023년에 RANO resect 그룹에서 조영증강되는 종양의 경계를 넘어서 FLAIR 시퀀스에서 보이는 비조영증강 종양까지 절제하는 “supramaximal” 절제가 IDH-wildtype 교모세포종 환자의 예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다기관 연구 결과를 보고하였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조양증강되는 종양만 절제하는 것에 예후에 유의하다는 기존의 수술적 절제 개념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paradigm shift)을 불러 일으켰는데, 이러한 최신 수술적 절제 개념을 반영하여 IDH-wildtype 교모세포종 환자의 예후 예측 모델을 만들어보고자 하였습니다. 기존의 예후 예측 RPA 모델이 최근의 2021 WHO 분류를 반영하지 않았으며, MGMTp methylation 상태를 잘 반영하지 않은 한계가 있어서 이를 개선한 모델을 만들고자 목표하였습니다.
본 다기관연구는 표준 Stupp 치료를 완료한 IDH-wildtype 교모세포종 환자를 대상으로 하였으며, 세브란스 병원의 622명의 환자로 이루어진 developmental set과 세 개 기관(서울대학교 병원, 아산 병원,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교 병원)의 536명의 external validation set으로 데이터셋을 구성하였습니다. 개발된 RPA 모델은 나이, MGMTp methylation 상태, KPS 및 수술적 절제 범위를 포함했습니다. MGMTp methylation이 있고 supramaximal 절제를 받은 젊은 환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가장 좋은 예후를 보였으며 (Class I: 중간 생존 기간 57.3개월), 비전체 절제를 받고 MGMTp methylation이 없으며 수행능력이 낮은 환자는 가장 안 좋은 예후를 보였습니다 (Class IV: 중간 OS 14.3개월). 외부 검증시 개발된 RPA 모델이 이전에 쓰이던 RTOG RPA 모델에 비해 예후를 더 정확히 예측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이 연구는 임상 시험 뿐 아니라 실제 임상에서도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예후 예측 모델을 개발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RANO resect 그룹이 근래 발표하는 연구들에 크게 흥미를 가졌으며 그들이 다기관 연구를 통해 입증한 supramaximal 절제의 survival impact이 기존 IDH-wildtype 교모세포종의 임상적 지식에 있어서 혁신적 변화를 가져왔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수술적 절제 범위는 자기공명영상을 통해 평가하는 지표이지만, RANO resect 그룹은 주로 미국과 유럽의 신경외과 의사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영상의학과 의사이자 동양인 마이너리티로서 저희의 데이터로 미약한 목소리나마 내고 싶었던 마음도 컸습니다.
연구 과정에 여러 에피소드가 있는데, 우선 RANO resect에서 발표한 수술적 절제 범위의 정의에 대해서는 RANO resect 그룹의 Philipp Karschnia가 여러 정보를 공유해 주어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초기 연구 진행 과정에서는 세브란스, 서울대병원, 아산병원의 대규모 데이터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논문의 메이저 리비전 과정에서 짧은 리비전 기간 내에 다양한 인종으로 추가로 외부 검증을 하라고 권고가 와서 고생했습니다. 이 때 하이델베르그 대학병원(현재 DKFZ/본 대학 소속)의 Philipp Vollmuth가 흔쾌히 연구 데이터를 제공해줘서 큰 고마움을 표합니다. 저는 뇌교종의 영상학적 지표의 단순 분석 뿐만이 아니라 그러한 영상학적 지표들이 최종적으로 환자의 예후와 진료에 미치는 영향도 궁금한데, 이러한 연구는 다국적, 다기관 연구를 시행하지 않고서는 좋은 저널지에서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같이 공동 연구를 진행해준 아산병원의 박지은 교수님과 서울대병원의 최규성 교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 연구실 LANIB은 주로 뇌종양 자기공명영상의 분석을 진행하며, 요새는 딥러닝 연구를 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임상에 적용 가능하며 임상가들을 보완할 진단, 예측, 예후 이미징 바이오마커를 개발하는 것이 저희 연구실의 목표입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점점 저의 연차가 쌓여 가며 연구를 위한 연구 (Research for research's sake)를 지양하려 노력하고, 정말로 임상적 또는 학구적 가치가 있는 연구 주제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병원 여건상 쏟아지는 영상 판독 업무를 끝낸 후 이미 지친 상태에서 연구를 자투리 시간에 틈틈이 하는 상황에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연구를 할 시간적 여유가 있는 위치에 있는 연구자들이 부러울 때가 많습니다. 오롯이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여건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곤 합니다. 그렇지만, 역으로 임상 관련 영상 판독 업무가 많기 때문에 업무를 하며 쌓이는 경험으로 인해 임상적으로 관련 있는 연구 주제를 생각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스스로 연구자로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저의 미약한 노력과 아이디어를 알아주시는 학계 연구자가 있을 때인 듯 합니다. 제가 아주 미약한 단계에서부터 연구를 시작했을 때, 칭찬과 격려를 주시고 때로는 냉정한 비판을 곁들여주었던 동료와 선배 교수님들께 감사드립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요새 영상의학 연구의 트렌드는 단연 딥러닝 연구인데, 다국적 연구 네트워크가 없이 단독으로 진행되는 딥러닝 연구는 임상적인 임팩트가 없기 때문에 다양한 병원과 상부상조하는 협력체계를 잘 구성해야 할 것 같습니다. 딥러닝 연구뿐이 아니라 모든 연구는 결국 임상적 의의가 크기 위해서는 다기관 연구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본 연구를 진행하면서 RANO resect의 Philipp Karschnia 와 안면을 트게 되어, RANO-resect 그룹의 후속 연구에 참여하게 된 것이 큰 수확입니다. 유럽과 미국의 굵직한 대학병원 소속의 신경외과 의사 중심으로 구성된 연구 그룹에 한국의 영상의학과 의사로서 참여하고 연구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서 의의가 큽니다.
저는 영상의학과 의사가 반드시 영상의학과적 방법론으로만 연구를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제가 관심이 있는 병리학적, 신경외과적, 방사선종양학적 지식을 쌓아서 더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뇌교종 연구를 하고자 합니다. 이렇게 여러 분야의 지식을 반영한 연구는 어줍잖게 진행하다가는 어느 전문분야의 저널에도 관심을 받지 못하고 외면 받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더 깊이 있는 지식을 갖추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이러한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뇌교종 딥러닝 연구에도 반영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교신저자로서 항상 따뜻하게 저를 지도해 주시는 안성수 교수님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안성수 교수님의 지도 덕분에 정신 없는 와중에서 연구를 지속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업무로 지쳐가는 상황에서 일년에 몇 번씩 반복적으로 번아웃을 겪을 때, 병리과 김세훈 교수님과 신경외과 장종희 교수님의 위로가 있기에 병원 생활을 버티는 것 같습니다.
저를 위해 항상 헌신해주시는 부모님과 시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본인의 일과 별 관련이 없는 제 연구 얘기를 묵묵히 듣고 공감해주는 남편도 항상 고맙고 사랑합니다. 마지막으로 제 직장 얘기와 연구 얘기를 듣고는 가끔 놀라울 정도로 핵심을 잘 집어내는 딸 수민이에게 사랑과 고마움을 전합니다. 커가며 어떠한 일을 하든지 본인의 일에 흥미를 잃지 않고 공부하는, 평생 반짝거리는 모습을 수민이가 갖춰 주길 바랍니다.
#Extent of Resection
#IDH-wildtype Glioblastoma, Magnetic Resonance Imaging
#Surv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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