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안과 분야에서 차세대염기서열분석 (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이 보편적으로 진단과정에 적용되면서 그간 정확한 진단명을 찾지 못한 수많은 환자들의 진단명을 알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실제로 유전성 망막 질환 분야에서 NGS검사로 인해 정확하게 진단이 가능했던 경우는 50-70%에 불과하였습니다. 즉, 나머지 30-50%의 환자들은 targeted panel NGS, 전장유전체시퀀싱 (genome sequencing, GS)까지 수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인을 찾지 못한 채 살아가야 했습니다. 현재 유전성 망막 질환 중 Leber congenital amaurosis의 원인유전자 중 하나인 RPE65에 대해 유전자 치료가 FDA승인을 받아 현재 국내승인도 되어 환자에게 시술이 되고 있으며, 수많은 다른 유전성 망막 질환 원인유전자에 대한 임상 또는 전임상 연구들이 전세계적으로 진행중에 있습니다. 이러한 유전자 치료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정확한 분자유전학적 진단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임상에서는 늘 분자유전학적 진단률을 향상시키는 것에 대한 요구가 존재해왔습니다. 임상에서의 유전자검사 진단률을 증가시키기 위해 기술적으로 많은 발전이 이루어진 덕에 과거와는 달리 exome sequencing (ES)과 genome sequencing (GS)을 보다 보편적으로 수행하고 그 결과도 빠르게 얻을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유전성 망막 질환 분야에서 아주 유의미한 진단률 향상은 이루어지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안과학 분야가 아닌 다른 임상 분야들 에서 ES 검사결과의 재분석을 통해 진단률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어왔고, 이러한 ES의 재분석을 raw data processing의 전과정과 variant annotation, variant interpretation까지 안과 임상의가 시행한다면 진단률을 조금이나마 향상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환자의 임상 표현형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는 임상의가 해당 유전자 재분석 과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얻어지는 진단적 이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되어, 본 연구에 포함된 모든 환자 264명의 유전자 검사 결과를 임상의가 직접 재분석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환자 한 명 한 명에 대해 시간이 흐름에 따라 표현형의 변화가 있는지, 새로운 유전자 변이에 대한 보고는 없는지 확인하였고, ES raw data를 mapping, variant calling, variant annotation, variant interpretation은 물론 copy number variant calling 및 mobile element insertion분석까지 직접 수행하여 기존에 놓친 변이는 없는지 재분석을 수행하였습니다. 특히, 유전성 망막 질환은 열성 유전하는 경우가 많은데 ES결과 단 하나의 variant 만 확인되었고 second variant 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들 에서는 원인이 될 만한 variant의 종류에 따라 focused approach를 진행하여 숨어있던 원인 변이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임상의가 직접 참여하여 ES 결과를 재분석한 결과, 첫번째 분석 진단율이 62.9%에서 71.2%로, 약 8.8%의 진단률 향상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러한 진단율은 향상은 미토콘드리아변이, mobile element insertion, 기존에 발견이 되지 않았던 single exon 만을 포함하는 copy number variation, ES에서 발견된 deep intronic 변이 등이 원인이었습니다.
원래 유전성 망막 질환은 다른 질환에 비해 진단률이 높은 편인데, 그러한 높은 진단률 구간에서 8.8%의 진단률 향상은 임상적으로 큰 의미를 가집니다. 본 연구에서 진단률 향상에 기여한 요인들은 분명 다른 질환들 에서도 분자유전학적 진단률을 더 크게 향상시키는 데에 일조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연세대학교 연세의료원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관에는 연구에 대한 열정이 높은, 본보기가 되는 많은 분들이 계시며, 다 학제간 협업과 공동연구가 매우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본 연구를 주도적으로 진행하신 안과 한진우 교수님과 진단검사의학과 이승태 교수님, 그리고 원동주 교수님께서 긴밀하게 소통하시며 연구가 진행되었고, Massachusetts Eye and Ear Infirmary, Ocular Genomics Institute (Harvard Medical School)의 Kinga Bujakowska 교수님께서도 본 연구에 필요한 mini-gene splicing assay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지도해주신 것을 비롯하여 다방면으로 연구에 참여해 주셨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WES 결과의 재분석 과정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소모하게 되기 때문에, 임상의에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수고로운 과정일 수밖에 없습니다. 본 연구에 포함된 264명 환자들의 ES raw data를 받아서 재분석을 진행하는 동안, 본 논문의 교신저자이신 한진우 교수님 연구실은 늘 서버컴퓨터가 내뿜는 뜨거운 열기와 그 열기를 힘겹게 식히는 팬이 내는 굉음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곳에서 새로운 진단의 가능성이 열리는 것을 직접 목격하였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환자들에게 정확한 분자유전학적 진단명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는 교수님의 비전에 깊이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교수님의 그 뜨거운 환자와 연구에 대한 열정이 빛을 보게 된 것 같아서 너무나도 기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는 강남세브란스병원 안과에서 사시소아/신경안과 분야를 세부전공으로 하여 현재 강사로 재직중에 있습니다. 저는 제가 안과를 전공으로 선택한 것에 대해, 그리고 사시소아/신경안과 분야를 선택하여 그 길을 걸어가고 있음에 너무나도 큰 만족감과 자부심을 느낍니다. 특히 이 분야에서 공부하게 된 다양한 질환들, 그리고 그와 접목되는 많은 연구 분야들의 매력에 흠뻑 도취된 상태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도 전공의 때는 유전학과 bioinformatics는 커녕 통계나 figure 만드는 법이나 논문 작성법조차, 심지어 안과학조차 잘 몰라서 결과 하나 내는데도 너무 오래 걸렸고, 그 결과물도 좋지 않아서 연구에 대한 자신감을 많이 잃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나니 그때는 그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이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따라서 혹시나 전공의 시절에 연구를 하며 힘들어하고 있을 분들이 계시다면, 조금만 힘을 내서 앞으로 가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마치 전공의 1년차 초반에 매 순간마다 고민하며 하던 일을 2년차 때 고민 없이 빠르게 할 수 있는 것과 같은 변화가 어느새 생겨 있을 것이고, 그 때가 되면 논문을 작성하는 기술적인 장벽은 없는 상태로, 오로지 순수한 학문적 질문만이 남아 있을 것입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그동안 각종 연구분야를 기웃거리면서 어떤 것을 나의 주된 무기로 삼아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여러가지 연구를 수행해 보면서 조금 더 저의 색깔을 찾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제가 생각하는 그 색깔은 bioinformatics입니다. 앞으로 bioinformatics를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그것을 제 분야에 접목시켜서 본 연구와 같이 의미 있는 연구를 지속하고 확장해 나가는 것이 저의 계획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연구 경력이 길지 않은 제가 본 연구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본 연구의 교신저자이신 한진우 교수님께서 좋은 재료로만 구성된 밥상을 차려 주셨기 때문입니다. 전공의 2년차 시절에 처음 교수님 연구에 참여하겠다고 말씀드린 그 때, 비록 순수했지만 동시에 너무도 겁이 없었음을 매 연구 프로젝트마다 깨닫고 있습니다. 당시에 정말 형편없는 결과물을 보여드려도 계속 피드백을 주시면서 용기를 잃지 않도록 힘을 북돋워 주시고 지도해주신 한진우 교수님께 마음 깊이 감사를 표합니다. 그리고 본 연구가 순조로이 진행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지원해주신 진단검사의학과 이승태, 원동주, 최종락, 신새암 교수님, 그리고 유전성망막질환 환자들을 등록하는데 큰 기여를 해 주신 연세대학교 안과학교실 김성수, 변석호, 김민, 이승규, 이준원 교수님, 아주대학교 안과학교실 정승아 교수님, 바른눈서울안과 임현택 교수님, 강남연세안과 송원경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항상 저를 마음속 깊이 응원해주고 사랑해주는 제 아내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Inherited retinal diseases
# reanalysis of exome sequencing data
# diagnostic y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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