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저는 수학을 활용하여 생물문제를 해결하는 수리생물학이라는 학문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수리생물학에 입문한 2015년도까지만 해도 국내에 수리생물학을 연구하는 연구실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24년 현재에는 수리생물학 분야에서 가장 큰 학회가 한국에서 열릴 만큼 위상이 높아졌습니다. 이에 따라 해외의 생물 연구실과의 협업연구도 자연스럽게 늘고 있습니다. 본 연구도 일본 도쿄 Metropolitan Institute of Medical Science와 도쿄 대학교 생명과 소속이신 Hikari Yoshitane 교수님과 Yoshitaka Fukada 교수님의 연구팀과의 협업연구를 통해 진행되었습니다. 한 번은 해외 연구자 분들이시다 보니 한국 군대 시스템에 대해 잘 모르셨는데, 한창 연구를 진행하던 중 예비군 훈련이 잡혀 미팅을 미뤄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Military training 때문에 미팅을 연기해달라고 말씀드렸더니 혹시 1년 정도 기다려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걱정하셨던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예비군 훈련은 일주일이면 충분하다고 잘 말씀드리고, 훈련 후 돌아와서 연구를 무사히 마무리 지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의생명수학그룹(BIMAG)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BIMAG은 한국 최초의 의생명수학 연구단으로 김재경 교수님의 지도하에 동식물의 생체시계, 심장의 작동원리, 교대 근무자들의 수면패턴 등 다양한 주제의 생명문제들을 수학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연구실 구성원들마다 주제가 다양한만큼 동료들에게 다양한 방법론을 배울 수 있고 자유로운 의견교환이 가능합니다. 제 경우에는 초파리의 생체시계를 상미분방정식으로 모델링하는 단일 주제로 연구를 시작하였지만, 현재는 포유류의 생체시계, NF-kB oscillator, DNA 수선 등 훨씬 다양한 시스템에 확률적 모델링, 기계학습 등 더 발전된 방법들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좋은 동료들, 높은 수준의 연구주제들, 다양한 편의 시설 등이 잘 갖춰져 있어 연구자로서 성장하기 최상의 환경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생체시계는 활성 단백질이 억제 단백질의 mRNA 전사를 촉진하고 억제단백질 자기 자신의 전사를 억제하는 음성피드백 메커니즘을 통해 24시간 주기의 리듬을 생성한다.’ 이는 생체시계가 어떻게 리듬을 생성하는지 간단히 설명하기 위해 빈번하게 사용되는 문장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억제단백질이 활성단백질을 억제하는 방식은 이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60년 동안 수많은 생체시계 실험 및 모델링 연구에서는 편의상 단순한 메커니즘을 가정해왔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생물시스템에서 여러 억제 메커니즘이 동시에 사용되는 복잡한 방식이 사용됩니다. 지난 연구에서 저는 이런 복잡한 메커니즘을 묘사하는 모델을 새로 개발했고, 기존에 쓰여왔던 단순한 모델과 매우 다른 성질을 보인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증명했습니다. 본연구문제도 제가 개발한 모델을 이용해서 풀 수 있었고, 지난 60년간 옳다고 믿어졌던 모델보다 제가 개발한 모델이 현실 데이터를 더 잘 설명한다는 사실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수리생물학을 시작할 때 가장 흔히 하는 착각은 수학과 생물학만 잘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는 아주 큰 오산입니다. 제가 수리생물학을 전공하면서 가장 어려움을 느꼈던 부분은 타연구분야의 연구자 분들과 소통하는 일이었습니다. 협업하는 연구자의 관심사에 따라 같은 시스템을 묘사하더라도 사용할 모델이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예를 들면, 본연구에서 쥐의 생체시계를 묘사하기 위해 약 180개의 변수가 있는 모델을 사용하였지만, 어떤 연구는 3개의 변수만으로 묘사되는 간단한 모델로 문제가 해결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협업연구자와 합의하에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수많은 미팅과 소통 과정이 필요합니다. 혹시라도 다른 사람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후배님들께서 이 분야로 진학하기를 희망하신다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셔야 할 겁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 연구를 포함해서 저는 주로 단백질이나 mRNA 같은 분자 수준의 시계열 데이터를 다뤄왔습니다. 이런 분자 수준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흥미로운 발견들을 많이 해왔지만 너무 획일된 종류의 데이터만 다뤄왔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아쉬웠습니다. 추후 연구에서는 혈액의 산소포화도 농도, 설문지 데이터 등 분석하는 데이터의 종류폭을 넓혀 가면서 더 훌륭한 수리생물학자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우선, 이 연구를 성심껏 지도해주신 김재경 교수님, Hikari Yoshitane 교수님, Yoshitaka Fukada 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이 연구가 성사될 수 있도록, 이전 Hikari 교수님과의 연구를 성공적으로 끝마쳤던 김대욱 교수님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이 외에도 다른 연구실원들을 포함해서 많은 분들의 지지와 헌신이 없었다면 이런 좋은 결과를 낼 수 없었으리라 확신합니다. 이 글을 통해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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