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감염병 모델링'은 수학적 접근을 통해 감염 전파 양상을 이해하고 예측함으로써 확산 상황을 파악하고 효과적인 위기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최근에는 단일 모델 예측 결과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여러 모델의 예측 결과를 통합하는 앙상블 모델링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는 다양한 역학적 관점과 모델링 기법들을 통합함으로써 더 나은 예측력을 제공합니다.
이 연구 또한 8개의 모델링 팀의 예측 결과를 통합한 앙상블 모델링 방법론을 기반으로, SARS-CoV-2의 면역회피(antigenic drift) 정도와 가능한 예방접종 전략을 고려한 6개의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추후 2년 동안의 미국 내 코로나19 중증환자 및 사망자 추이와 각 시나리오별 예방접종 전략의 효과를 예측하였습니다. 또한, 이 연구의 결과는 미국 예방접종 자문위원회(Advisory Committee on Immunization Practices, ACIP) 미팅에서 발표되어 2023년 예방접종 권고 사항 결정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수행하였으며, 뉴욕 타임스 기사를 통해 개인 수준의 예방접종 결정에도 정보를 제공하는 등 공중보건 분야에 다양하고 실질적인 기여를 하였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 연구는 미국 내 코로나19, 인플루엔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의 전파 및 대응전략과 관련된 시나리오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확산 추이 예측(projection)을 수행하고 있는 ‘U.S. Scenario Modeling Hub’( https://covid19scenariomodelinghub.org/viz.html)의 연구 결과물 중 하나입니다. 이 허브는 10개 이상의 모델링 팀과 시나리오 제공 및 앙상블 분석을 담당하고 있는 코디네이션 팀, 그리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비롯한 다양한 미국 보건당국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또한 국제적인 차원에서도 국제보건기구(WHO)나 European Modeling Hub 등 여러 국제 기관들과 밀접한 협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감염병 예측 모델링 연구는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제시하는 추론 모델링 연구에 비해 사실 학문적으로 크게 새로운 부분을 제시하지는 않을 수도 있는 운용학적 연구분야(operational science)입니다. 그러나 이는 실전 감염병 위기대응에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방법론을 개발하고, 효과적인 위기대응 전략을 제시하는 등 공중보건에 가장 실질적이고 주요한 기여를 하는 분야 중 하나라고 생각하며, 제 연구들이 위기대응 전략 결정 과정에서 하나의 도구로서 활용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연구들은 감염병 전파 또는 대응전략의 경제적, 심리적 피해 등 사회적 영향들을 크게 고려하지 않은 채, 중증환자 수 또는 사망자 수 등 보건학적 결과에만 집중하고 있기에 그 해석과 실질적 적용에는 신중함이 요구된다고 생각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감염병 모델링은 수학과 시뮬레이션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가끔 진입장벽을 느끼시는 분들도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좋은 모델링 연구를 위해서는 의학, 역학, 수학, 그리고 프로그래밍 등 다양한 영역의 지식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자신의 강점을 바탕으로 이러한 영역을 하나씩 보완해 나가신다면 어느새 그 장벽을 넘어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유학이나 해외 박사후 연구원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는 큰 응원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감염병 모델링 분야가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에 해외에서의 연구 경험이 새로운 기회와 새로운 연구 주제를 제공하리라 생각됩니다. 또한, 해외 연구과제들은 자신만의 연구 주제 및 방향을 직접 이끌어 나가는데 보다 큰 의미를 두기에, 이 부분에 많은 관심을 가지신다면 더욱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U.S. Scenario Modeling Hub은 계속해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코로나19, 인플루엔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등의 전파 추이를 예측하고 효과적인 대응전략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특히 호흡기 감염병들의 비슷한 계절성을 고려할 때, 세 가지 질병이 겨울에 동시에 유행함으로써 의료기관 내 질병 부담을 크게 증가시키는 트리플데믹(tripledemic)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세 가지 감염병의 전파양상을 함께 고려한 유행 예측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더불어,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 대만 등과의 국제적 협력을 통해 아시아 내 감염병 앙상블 모델링 허브를 구축하는 데에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예측 모델링은 주로 forecasting과 projection으로 구분되는데, 이 두 용어는 모두 “예측”이라는 용어로 번역되지만, 실제로는 다른 개념입니다. Forecasting은 특정 조건 없이 미래의 감염병 발생 상황을 예측하는 개념으로 주로 단기 예측을 바탕으로 한 조기경보를 목적으로 하지만, 이 연구에서 진행한 projection은 what-if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미래 감염병 발생 상황을 예측하는 개념으로 중장기적인 예측을 통해 대응 전략의 효과를 예측하는데 주로 활용됩니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는 시나리오와 달리 유행의 규모에 따라 방역대책이 변경되기도 하고, 동일한 방역대책이 시행되더라도 위기의식과 행동변화에 따라 효과가 상이하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따라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projection을 forecasting과 같이 단순히 예측이 실제와 일치하는지 여부만을 따지는 접근법은 적절하지 않으며, 대신에 시나리오별 예측 추이를 바탕으로 가장 효과적인 대응전략을 구축한다면 projection은 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러한 대응전략 구축을 통해 예측보다 더 낮은 질병부담을 이루어 낸다면, 이것이 가장 이상적인 감염병 모델링의 활용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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