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진단과 함께 모든 환자에게 “진단이 곧 사형선고”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국내 10대 암 중 생존율이 가장 낮아 대표적 난치성 암으로 거론되는 췌장암 (pancreatic ductal adenocarcinoma)은 암이 상당히 진행했음에도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아 조기에 발견하기가 어렵고, 전이가 빨리 일어나며 치료에 대한 내성이 쉽게 생기기 때문에 치료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환자의 임상 결과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췌장암의 특성상 암의 진화와 타 조직으로의 전이 과정에 대한 이해를 통해 효과적인 바이오마커를 발굴하고 개인 맞춤형 치료 전략과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종양은 주변 세포외기질 및 기질 세포, 면역 세포들과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암세포 자신의 생존과 증식에 적합하도록 환경을 변화시켜 궁극적으로 악성화를 더욱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단일세포 수준에서 전사체를 특성화할 수 있는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췌장암에서 대부분의 연구가 주로 췌장암 원발 조직에만 국한되어 있어 췌장암의 진행 및 전이와 관련된 다양한 세포 집단과 이들의 상호작용을 정확하게 특성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동일한 환자에서 획득된 췌장암 원발 조직과 췌장암이 가장 많이 전이되는 장기인 간으로의 전이 조직을 이용하여 단일세포 전사체 데이터 분석을 수행하고 췌장암의 진화와 임상적인 관점에서 종양 내 이질성 (intratumoral heterogeneity) 및 종양 미세환경 (tumor microenvironment)에서의 복잡한 상호 작용을 이해하고자 하였습니다.
그 결과, 췌장암 종양세포 아형 중 basal-like 아형이 적은 비율로 존재해도 생존율 및 항암 효과 예후가 좋지 않음을 보였고, 췌장암 진행 및 전이에 따라 아형별로 다른 KRAS 및 ETV1과 같은 종양 유전자 (oncogene)의 복제수 증가와 SMAD2 및 MAP2K4와 같은 종양 억제 유전자 (tumor suppressor gene)의 복제수 손실과 함께 종양 이질성은 감소하는 방향으로 진화함을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종양 미세환경에서 조절 T 세포 (regulatory T cell)를 포함한 여러 면역 세포 집단이 증가하여 췌장암 진화 과정에서 종양 세포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면역억제 (immunosuppressive) 환경을 조성함을 밝혔습니다. 본 연구 결과들은 췌장암의 진화와 전이 과정에 대한 이해를 한 걸음 높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울산과학기술원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소속의 이세민 교수님 연구팀과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박주경 교수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진행되었습니다. 울산과학기술원 이세민 교수님 연구실은 단일세포 시퀀싱 기술을 포함한 다중 오믹스 분석을 통해 노화 및 다양한 질병의 발생 기전을 이해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치료 타겟과 반응성 인자를 발굴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는 췌장암 의심 환자들이 처음 방문하는 곳으로 진단을 위한 조직 획득에서부터 치료, 더 나아가 맞춤 치료를 위한 cutting edge에 있는 모든 기술 등을 접목하고 있는 연구실입니다. 박주경 교수님 연구팀은 2009년부터 전향적인 췌장암 코호트를 만들어왔고, 2015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삼성서울병원 췌담도계질환코호트”를 구축해서 췌장암의 조기진단, 모니터링, 예후 예측, 바이오마커 발굴 등 암 중개연구 (Translational Oncology)를 통해 환자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치료전략을 개발하는 이른바 from bench to bedside를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이번 연구는 연구팀들 사이의 원활한 상호 커뮤니케이션과 긴밀한 협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각 연구원이 좋은 생각 날 때마다 대화의 장벽 없이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팀이 되었다는 것이 저희 공동 연구의 가장 큰 장점과 자부심, 보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췌장은 소화효소가 많은 장기로, 조직을 떼어내면 자가분해 (autolysis)가 심해서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을 수행할 만큼 세포 생존율이 높지 않았습니다. 시술을 통해 조직을 얻고, 췌장암 조직으로부터 단일 세포를 단시간 내에 높은 생존율로 분리하고, 시퀀싱 라이브러리를 생성하는데 까지의 이 모든 과정을 하루 안에 모두 진행해야만 했고 새벽부터 저녁까지 함께 노력해 주신 연구자분들의 도움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어 더욱 보람됩니다. 다시 한번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 기술은 기존의 bulk 시퀀싱 기술의 한계를 넘어서 세포 수준에서의 질병 발생 및 진화, 치료 반응성과 관련된 다양한 인자들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안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암 연구에 있어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 기술은 종양 내 이질성과 종양 미세환경을 정밀하게 파악하는 데 필수적이며 점차 더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러한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 기술은 기존 bulk 시퀀싱 대비 훨씬 더 복잡한 고차원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분석하고자 하는 데이터가 방대하고, 생물학적, 임상적 의미를 파악하는 데 있어 다양한 협업이 필요한 만큼, 포기하지 않는 인내심과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본 연구를 진행하면서 도출된 췌장암 발병 및 전이 연관 인자들에 대한 검증과 이를 바탕으로 한 신규 표적항암 치료 기술 개발에 대한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췌장암은 개인마다 유전적 성질이 다르고, 표적 단백질이 다양하여 다른 암에 비해 표적 항암제의 효능이 미미한 수준인데, 암의 진행 단계와 전이 조직에 따른 맞춤형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가장 먼저, 임상에서 연구에 대해 설명해 드리며 향후 또 다른 췌장암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소중한 밑거름이 될 수 있게 부탁드린다고 할 때 흔쾌히 동의해 주시던 환자분들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당장 본인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향후 동일한 질병으로 고통받을 환자들을 위해 연구에 참여해 주시고 샘플을 제공해 주신 많은 췌장암 환자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연구를 위해 매년 후원을 해주고 계신 태화 故박덕준 님과 가족분들, 그리고 ‘연구자분들은 돈 걱정은 말고 연구만 하세요’라고 항상 지지해 주신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이종균 교수님, 바쁘신 와중에도 아침마다 췌장암 환자 간 조직 생검을 안전하게 시술해 주시고 연구에 참여해 주신 영상의학과 이민우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이번 연구에 많은 도움을 주신 실험실 동료분들과 췌장암 환자 코호트 구축에 힘써주신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이규택, 이종균, 이광혁, 최영훈 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빛사 인터뷰를 통해 저희 연구 결과를 공유할 수 있어서 매우 영광이며, 해당 연구에 대해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좌측부터 정형오 박사/이세민 교수/김혜민 박사/박주경 교수)
#Pancreatic ductal adenocarcinoma
# Single-cell transcriptome analysis
# Intratumoral heterogene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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