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진행성 간암은 일반적인 병기 분류 시스템상 Barcelona Clinic Liver Cancer (BCLC) 병기 C 혹은 4기 암으로 분류되어 전신 항암 치료를 시행하도록 권고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간기능, 암의 크기나 개수, 혈관 침범, 원격 전이와 같이 다양한 스펙트럼의 환자들이 존재하며, 수개월 내로 사망하는 나쁜 예후를 보이는 환자군들부터 2년 이상 장기간 생존하는 좋은 예후를 보이는 환자군들까지 다양합니다. 여러가지 예측 인자들을 통계학적인 방법으로 선별하여 예후 예측 모델을 몇 논문에서 제시한 바 있지만 다양한 특성을 지닌 진행성 간암 환자를 완전히 분류하기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저희 연구진은 국내 8개 병원에서 2,600여명의 진행성 간암 환자의 대규모 코호트를 이용해 환자군을 나눌수 있는 예후 예측 모델을 개발하고자 하였고, 편향되지 않게 다양한 인자들을 예측 모델 개발에 사용할 수 있는 머신러닝을 이용하고자 하였습니다.
처음 본 과제를 시작하였을 때에는 인공지능, 머신러닝에 대한 지식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였지만, 전공의 당시 처음 통계분석을 배우고 논문을 썼을 때, 박사과정 당시 실험하는 법, 사고하는 법, 분석하는 법을 공부하였을 때를 기억하며 환자 진료 시간 후 밤마다 끈기있고 근성있게 분석법을 셋업하였고, 수개월간 환자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며 결과를 도출하였습니다. 앙상블-기반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환자군을 4그룹으로 분류하였고, 가장 예후가 좋은 그룹은 2년 이상 생존하였고 가장 나쁜 그룹은 3개월 내외의 짧은 중앙 생존기간을 보였습니다. 기존에 보고된 예측 모델에 비해 예측 성능이 월등하였고, 다양한 세부그룹이나 다양한 치료에서도 우수한 예측 성능이 유지되었습니다. 특정 위험그룹에서는 현재 표준 치료인 면역 항암치료가 우수하고, 어떤그룹에서는 국소치료가 우수한 예후를 보이는 등 치료 선택에 힌트를 줄 수 있는 분석도 첨부하였습니다. 인공지능 연구를 담당하는 업체나 타 연구실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모델을 구축하였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인공지능 전문 리뷰어를 만나면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으면서 논문을 보완하고 공부할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습니다. 이 논문은 진행성 간암 환자의 예후 예측 모델을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구축한 첫 논문이라는데 의의가 있지만, 이 연구를 통해 추후 중개연구나 다양한 병리/영상 이미지를 활용한 통합형 인공지능 모델을 구축하여 성능을 개선하고 실제 임상현장에서 사용될 수 있게 하여야 겠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은 8개 부속병원으로 이루어져 있고, 저는 이중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간염, 간경화, 간암과 같은 간질환을 앓는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습니다. 가톨릭의대 저희 소속 분과에 있는 교원들은 가톨릭 간연구소라는 연구소에 소속되어 진행하고자 하는 중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또 임상 연구도 함께 협력하여 진행하고 있고, 정기적인 학술 집담회도 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단일 학교로서는 가장 많은 간내과 전공 의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수십년간 위와 같은 시스템을 잘 유지하고 있는 것이 우리 기관 우리 분과의 전통이자 자랑입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는 내과 전공의 수련 후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에서 신의철, 박수형 교수님 지도하에 면역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저마다 다양한 연구하는 목표가 있습니다만, 저는 박사과정때도 환자 진료에 도움이 되는 연구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항상 고민하였습니다. 운이 좋게도 저희 실험실에서는 제가 원하는 연구를 할만한 재료나 검체가 충분하였고, 수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더욱 운이 좋았던 것은 병원에 돌아와서 임상강사를 하고 주니어 교수가 되면서도 임상연구 뿐만 아니라 의사과학자로서 간질환에서의 중개면역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인프라나 선배 교수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연구는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겠지만 제가 잘 하고 좋아하는 주제를 지속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보람을 느낍니다. 금번 인공지능 연구를 준비하고 완성하면서는 박사과정 때 첫 논문을 완성하여 투고할 때 느꼈던 두근거림을 또 한번 느낄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검체를 흔쾌히 제공해 주시는 환자들께도 항상 감사한 마음입니다. 비교적 핫한 주제들인 중개 면역 실험연구와 인공지능연구 모두 경험치를 쌓았다는 것도 큰 자부심입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제가 처음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에 진학할 때는 저희 학교에서는 단 한분의 선배님만이 계셨지만, 현재 카이스트에서 열심히 연구를 수행중인 저희 의대 출신의 후배들이 10여명 가량으로 늘어났다는 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의사과학자나 중개 연구라는 용어도 매우 그 스펙트럼이 넓어서 순수 기초의학에 가까운 범주가 있고, 오히려 임상의학에 가까운 범주가 있을 것입니다. 처음 의사과학자를 지원할 때도 어느 정도는 본인의 목표를 가지고서 연구실을 지원하고 학위과정을 시작하기를 권유드립니다. 특히 순수 기초의학을 할 것이 아니고 환자 진료와 밀접한 중개 연구를 목표로 하면서, 의사과학자의 장점을 살릴려면 임상적인 지식이나 경험이 어느정도는 갖추어 져야 할 것입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현재 알코올성 간질환 및 간암 환자에서의 T세포 관련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 많이 사용되고 있는 간암 환자에서의 면역 항암치료 관련 바이오마커에 대한 임상연구 및 중개 면역 연구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금번 구축한 머신러닝 기법도 다양한 주제에 활용하려고 계획중이고, 중개 면역 연구에 접목하여 활용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 한 명, 두 명의 학생들이라도 모집하여 제 손으로 실험과 분석 기법을 가르쳐 보는 것도 제 작은 꿈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항상 바쁜 남편과 아빠를 기다려주고 좋아해주는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나승희 교수님과 윤아, 시아, 또 우리 부모님 모두 사랑합니다. 저에게 항상 좋은 롤모델이 되어주시는 저희 병원 소화기내과 윤승규, 최종영, 성필수 교수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리고, 바쁘신 가운데에서도 좋은 주제를 제시해주시고 이 주제를 성공할 수 있게 많은 시간을 투자해주시고 지도해주신 장정원 교수님께는 특별한 감사를 드리고, 존경합니다. 방법론만 셋업해서는 좋은 논문을 만들기 어려운데, 교수님께서 나머지 부분을 모두 채워주셨기에 무사히 논문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가톨릭의대 간분과 소속 선배, 후배, 동료 교수님들께도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예전 한빛사 논문이 나왔을 때 특별한 감사를 표하고 싶었는데 시기를 놓쳐 말씀드리지 못하였습니다. 제 지도교수님인 신의철, 박수형 교수님과 대단한 실험실 선후배, 동료들 - 김종훈, 김형돈, 김경환, 김창곤, 나민석 교수님과 고준영, 이호영 박사님께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 힘든 시기에 환자들을 떠나지 못하고 힘들게 진료하고 계신 의과대학 교수님들과, 힘들어하는 전공의 선생님들, 환자분들도 모두 힘내시라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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