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은 코 내부에 후각신경세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 후각신경세포는 약 1,000가지의 서로 다른 G단백질 결합형 (G protein coupled) 후각수용체 (odorant receptor) 중 하나를 발현하여 특정 냄새들을 감지하는데, 이 G단백질 결합형 후각수용체들의 발견으로 Richard Axel 교수님과 Linda Buck 교수님이 2004년에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이 발견 이래로 후각수용체는 G단백질 결합형으로만 존재한다고 여겨져 왔었는데, 이 논문은 G단백질 결합형이 아닌 이온 채널 구조를 가진 CD20 (면역세포인 B cell에 주로 발현하여 기능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가 후각신경세포에 발현하며 후각수용체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처음 밝혔습니다. 흥미롭게도, CD20는 일반적인 냄새 분자 (예를 들어, 음식물들의 냄새) 가 아닌 동물의 본능적 회피 행동을 유도하는 냄새 분자들을 감지하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실제로 CD20 유전자가 녹아웃된 동물 모델은 정상쥐와는 달리 이 냄새 분자들을 감지하고 본능적인 회피 행동을 보이는데 실패하였습니다.
우리 인간은 오감 중 후각에 가장 덜 의존적이라 그 필요성에 대해 때때로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야생에 사는 동물들의 경우 생존에 있어 후각은 가장 필요한 감각입니다. 그럼에도, 일반적인 냄새 분자를 탐지하는 후각수용체와 후각신경경로 등은 많이 연구되어 왔지만, 동물의 본능적 행동 (innate behavior) 을 유발하는 후각수용체와 후각신경경로에 대한 연구는 그에 못 미칩니다. 후각 감지에 의한 본능적 행동 반응이 동물의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동물의 행동 양식을 이해하기 위해서, 궁극적으로 우리 인간의 뇌와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 이와 같은 연구들이 더 활발히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메사추세츠 의과대학 (University of Massachusetts Medical School) 의 Paul Greer 교수님 연구실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메사추세츠 의과대학은 보스턴에서 차로 한시간 떨어진 우스터 (Worcester) 라는 도시에 있는 메사추세츠 주립대학 소속의 의과대학입니다. 이렇게 들으면 메사추세츠 주립대학 캠퍼스가 이 도시에 있고 의과대학이 단과대 수준으로 옆에 있을 것 같지만, 메사추세츠 주립대학은 도시별 (보스턴, 로웰, 암허스트, 그리고 우스터) 로 떨어져 있습니다. 마치 캘리포니아 주립대학들이 도시별로 떨어져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우스터에는 메사추세츠 의과대학 밖에 없습니다. 메사추세츠 의과대학은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미국에서 메사추세츠 의과대학은 잘 알려진 메디컬스쿨 중 하나이며, 주립대학 중 정말 흔치 않게 많은 투자로 질적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학교 중 하나입니다. 의료 쪽으로는 원래 유명했지만 연구 쪽으로도 탑 메디컬스쿨을 노리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학교입니다. 제 PI이신 Paul Greer 교수님은 늘 연구에 열정적이십니다. 항상 웃음기가 가득하지만 연구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언제나 진지해 지십니다. 늘 학생과 연구원의 편이시며,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으십니다. 저희 연구실은 후각 시스템에 대한 연구 뿐만 아니라 microglia의 이상과 연관된 퇴행성 뇌질환 등에 대한 연구들도 같이 하고 있는데, 배경지식과 연구 방향이 많이 다름에도 Paul 교수님은 현명하게 서로 다른 성격의 연구들의 방향성을 잘 설정해주고, 그리고 어떠한 것이 중요한 질문이고,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등에 대한 조언을 무척 잘 해주십니다. 과학자로서도 훌륭하지만 Paul 교수님은 인간적으로도 매우 존경할 만한 사람입니다. 무척 상냥하고, 친절합니다. 이 교수님을 짧게라도 겪는다면 이 분이 못된 말을 천성적으로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아실 겁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이 논문을 낸 것이 제가 느낀 가장 큰 보람이자 자부심입니다. 이 프로젝트가 수행되는 동안 5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는데 그 결실이 이렇게 논문으로 나와서 정말 기쁩니다. 무엇보다도 이 프로젝트를 같이 수행하였던 저희 실험실 소속의 대학원생 Hao-Ching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먼저 해야 마땅하지 않나 싶습니다. 고민과 걱정이 많아 자주 좌절하던 저를 이끌면서 Hao-Ching이 견뎌낸 긴 시간 동안의 인내와 부단한 노력들이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는데 있어 결정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녀가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흥미가 있다면 언제든 도전하시고 좋은 성과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그 과정에서 최선을 다해 후회를 남기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입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이 프로젝트와 더불어 다른 프로젝트를 같이 수행해왔고, 현재 리비전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신경계의 정확한 연결이 이뤄지는 매커니즘을 연구한 무척 재밌는 연구인데 나중에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종 억셉되고, 저널에 게재되어 한빛사에 나오면 그 때 다시 인터뷰해서 이 논문에 대한 소개를 하고 싶네요.
제가 미국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연구한지 만 6년이 지났고, 이제 독립된 연구자, 그리고 교육자로서 활동하고 싶은 욕심이 듭니다. 그래서 국내와 국외의 대학들 중 가능한 곳에 교수 임용 지원을 해서 스텝업을 하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보다 독립된 위치에서 좋은 연구를 하고자 미국으로 나왔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예상했던 일임에도 타국에서의 삶은 쉽지 않았고, 지금도 어려운 부분들이 분명 있습니다. 그럼에도, (비유하자면) 저와 같이 동행하면서 저보다 몇 걸음 앞서가 제가 앞으로 걸어오는 것을 봐주고, 때로는 손잡아서 이끌어주고, 때로는 제 뒤에 와서 앞으로 나가라고 밀어주었던 저의 가장 사랑하는 아내이자, 가장 믿음직한 동료이자, 가장 친한 친구인 이남규 박사 (현 단국대 교수) 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항상 저에게 응원과 사랑을 아끼지 않으시는 엄마, 아빠, 그리고 형한테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희 형도 최근에 교수로 임용되었는데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축하의 말 전합니다. 늘 응원하고 저희 부부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장모님, 장인어른, 처형들, 처남, 형님들, 조카들, 그리고 축복교회의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메사추세츠 의과대학과 보스턴의 지인분들과 친구들에게도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제 은사님이신 포항공대 박상기 교수님께도 감사의 인사 전합니다. 교수님께서는 박사과정부터 시작해서 박사후 연구원까지 저보다 더 긴 시간을 미국에서 보내셨는데 아마 에피소드도 많았고 힘든 일도 저보다 더 많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또, 박사과정 학생이었을 때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이제는 국내의 많은 대학들의 교수님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사시는지를 잘 알게 되었습니다. 진심으로 존경스럽고, 잘 지도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Paul 교수님, Hao-Ching, I-Hao, Thuyvan, Cesar, 그리고 Greer 연구실의 모든 친구들에게 감사합니다.
#Olfaction
#CD20
#innate behav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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