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았던 COVID-19가 잠잠해지고 다시 오지 않을 것 같던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있는 요즘입니다. 지난 5년간 COVID-19로 인한 전 세계 누적 사망자 수는 약 700만 명에 이릅니다. 만약 연간 1,000만 명이 죽는 감염병이 돌게 된다면 세계는 얼마나 더 큰 공포에 빠지게 될까요? 영국 정부에서 발표한 항생제 내성 보고서에 의하면, 항생제 내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2050년에는 슈퍼버그(Super bugs)로 인한 사망자 수가 연간 1,000만 명에 이를 것이며 3초에 한 명꼴로 사람이 사망할 것이라고 합니다.
세균이 항생제 내성을 보유하는 다양한 기작들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중 하나로 세균감염 치료에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베타-락탐 항생제(β-Lactam antibiotics)’를 가수분해하는 ‘베타-락타메이즈(β-Lactamase)’가 있습니다. 베타-락탐 항생제는 세균의 세포벽 합성을 저해하는 약물로, 구조의 중심부에 cyclic amide인 베타-락탐 고리(β-Lactam ring)를 공통으로 포함합니다. 베타-락탐 항생제는 베타-락탐 고리 주변의 화학구조에 따라 penicillins, cephalosporins, carbapenems, 및 monobactams로 분류되며, side chain을 bulky 하게 변형하는 방식으로 개발되어 왔습니다. 베타-락타메이즈는 베타-락탐 고리의 amide bond를 가수분해하여 항생제를 무력화하며, 서열 유사도에 따라 class A, B, C, D로 분류됩니다. 각 class 별로 선호하는 기질 스펙트럼이 다른데, 이는 활성부위의 구조 차이 때문입니다. 놀랍게도 베타-락타메이즈는 효소 활성부위에 도입된 단 하나의 돌연변이만으로도 bulky한 기질을 가수분해할 수 있는 기질 확장성(extended substrate spectrum)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새롭게 출현하는 베타-락타메이즈의 기질 스펙트럼을 파악하고, 이들이 기질을 인지하고 분해하는 작용 메커니즘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연구는 베타-락타메이즈가 항생제 내성을 획득해 가는 진화 과정에 대한 이해를 돕고, 베타-락타메이즈 저해제 개발을 위한 효과적인 전략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내재적인 항생제 내성을 보유한 Stenotrophomonas sp.에서 분리한 class A 베타-락타메이즈인 ‘CESS-1’을 최초로 특정했습니다. CESS-1은 테스트한 7종의 베타-락탐 항생제 중에서 2세대 cephalosporin인 cefaclor에 대한 가수분해 활성이 월등히 높았습니다. 따라서, cefaclor preferring extended-spectrum β-lactamase from Stenotrophomonas sp.의 앞 글자를 따서 CESS-1으로 명명했습니다. CESS-1은 cefaclor와 화학 구조가 유사한 cephalexin (1세대 cephalosporin)과 ampicillin (penicillin)에 대하여 구분되는 효소 활성 특성을 나타냅니다. CESS-1이 구조가 유사한 기질을 어떠한 방식으로 구분하는지 분자 수준에서 파악하기 위해 CESS-1과 각 기질이 결합된 복합체 결정 구조를 규명하였습니다. 각각의 결합 구조를 비교하여, 기질의 작은 구조 차이가 유발하는 효소 활성부위의 미세한 구조변화가 효소 활성을 월등히 뛰어나게 만들거나 낮출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해당 연구 결과는 class A 베타-락타메이즈의 효소 활성에 중요한 부위를 제시하여 향후 베타-락타메이즈 저해제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효소 활성 측정 실험을 할 때의 에피소드 하나가 떠오릅니다. Michaelis-Menten 그래프를 그리기 위해 기질 농도별로 가수분해 활성을 측정하고 결과값을 fitting 했는데 그래프가 sigmoidal 형태로 도출되었습니다. 반복 실험을 해도 동일한 결과가 도출되어, CESS-1이 이전에 보고된 바 없는 독특한 활성을 가지고 있는 효소일까 싶어 설렘이 가득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1 mL cuvette 전용 spectrophotometer를 사용했었는데, 이상하게도 96 well plate 전용 multi-reader 장비를 사용하면 정상적인 형태의 Michaelis-Menten 그래프가 그려졌습니다. 1 mL cuvette 이용 시, 매 측정마다 효소를 fresh 하게 희석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Multi-reader 장비를 사용할 때는 한 번의 희석으로 모든 농도 구간을 동시에 측정할 수 있어 이런 현상이 관찰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 실험을 계기로 효소가 주변 환경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알 수 있었고, 실험 조건의 엄격한 컨트롤이 왜 중요한지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화여자대학교 화학·나노과학과의 차선신 교수님 연구실 (신약표적단백질연구실)에서 2018년부터 5년 반간의 석·박사통합과정을 이수하고, 작년 8월에 학위를 받았습니다. 3년 차였던 2020년에 2주간 극지연구소에 방문하여 이준혁 박사님 연구실의 정창숙 박사님과 함께 효소 활성 측정 실험을 진행했었습니다. 이때, CESS-1 단백질을 처음 접하게 되었고 CESS-1의 독특한 활성 특성에 매료되어 연구를 진전시키게 되었습니다.
저희 실험실은 단백질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합니다. 단백질의 발현·정제를 통해 고순도 단백질을 확보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분석 장비(Circular dichroism, Surface plasmon resonance, Isothermal titration calorimetry, Dynamic light scattering, Spectrophotometer 등)를 활용하여 단백질의 생화학적 특성 및 물성 분석 실험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저희 실험실의 메인 실험은 X-ray diffraction을 통해 단백질의 결정구조를 규명하는 것입니다. 구조 규명을 통해, 단백질의 활성을 분자 수준에서 파악하고 구조 기반 돌연변이 도입을 통해 물성을 개선하기도 합니다. CESS-1 연구의 경우도 효소-기질 복합체 규명을 통해 Å(Angstrom) 단위의 구조 변화를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단백질의 활성 특성을 가시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이 구조 생물학(Structural biology)의 묘미인 것 같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연구는 협력에서 나온다.’ 저희 교수님께서 항상 강조하시는 부분인데, 연구 활동을 하면 할수록 더욱 실감하고 있습니다. 실험실에 있는 장비와 도구, 실험 프로토콜, trouble shooting을 통해 얻은 노하우 등 이 모든 것이 실험실을 거쳐간 수많은 선배 과학자들과 실험실 구성원들이 만들어낸 역사의 산물임을 느낍니다.
‘협력’이라는 가치관 아래 저희 실험실에서는 모든 프로젝트를 팀을 이루어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험이 잘 되면 기쁨이 배가 되고, 실험이 난관에 봉착하면 아이디어가 배가 되어 문제를 더욱 잘 해결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학, 연구소, 회사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타분야의 선배 과학자분들과 교류하면서 연구 내용을 확장하고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졸업을 하고 독립적인 과학자로 우뚝 서야 하는 지금, ‘협력’의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이 더욱 감사한 요즘입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와 비슷한 세대 혹은 더 젊은 세대들은 대부분 선행학습에 익숙해 있습니다.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공부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행동을 미루기도 합니다. 배움에는 끝이 없습니다. 어느 정도 결심이 섰다면 행동하면서 배우시기를 바랍니다. Google scholar에 들어가면 “Stand on the shoulders of giants”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일단 행동하시고, 막힐 때마다 거인들의 어깨에 올라서서 궁금증을 해결하시길 바랍니다. 막연하던 고민이 구체화되고, 다음 단계로 가는 길이 그려질 것입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졸업 후, 곧바로 차선신 교수님께서 창업하신 회사인 ‘토드제약 주식회사’에 입사하여 연구개발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토드(TODD)는 Target-Oriented Drug Development에서 온 이름으로, 약 개발과 관련된 단백질을 연구합니다. 주된 파이프라인으로는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hepatitis, MASH)에 대한 치료 효과를 갖는 ‘FGF21 (fibroblast growth factor 21) 변이체’ 개발과 ‘베타-락타메이즈 저해제’ 개발이 있습니다.
지난 4월, 비만치료제인 위고비(wegovy)를 개발한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가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파트너링데이를 개최하였습니다. 토드제약에서 개발한 ‘FGF21 변이체’는 노보 노디스크의 관심 기술로 선정되어 1:1 파트너링 미팅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노보 노디스크 관계자에게 저희의 기술을 소개하고, 대사질환 치료제의 개발 전망과 관점 등에 대해 교류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FGF21 변이체의 in vivo half life를 개선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수행 중입니다. 실험과 더불어 다양한 네트워킹 기회를 활용하여 ‘FGF21 변이체’에 대한 공동개발 기회를 늘리고 좋은 약을 개발해보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한빛사 인터뷰를 통해, 제 생각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어 큰 영광입니다. CESS-1 연구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함께해주신 저희 실험실의 차선신 교수님, 김명연 학생, 그리고 극지연구소의 이준혁 박사님, 정창숙 박사님, 도학원 박사님, 황지섭 학생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동고동락하며 힘이 되어주는 실험실 구성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토드제약에서 개발중인 ‘FGF21 변이체’ 및 ‘베타-락타메이즈 저해제’와 관련하여 투자 혹은 공동개발에 관심 있으신 분은 언제든지 편하게 연락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구조생물학(Structural biology)
# 항생제 내성(Antibiotic resistance)
# 베타-락타메이즈(β-Lactam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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