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강박적 행동을 ‘침투적 사고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반복적 행동’으로 보는 전통적 이론과 달리, ‘과도한 습관 형성으로 인한 목적지향성 상실 행동’으로 보는 이론이 새롭게 제안됐습니다. 본 논문은 습관편향 이론을 계산인지모델로 검증하고, 의사결정과정 중 습관편향을 일으키는 뇌 계산기전을 소개합니다.
사고의 원리를 밝히기 위한 인지과학적 방법으로 보통 새로운 행동실험을 제작하지만, 고위수준 인지기능 탐색을 목표로 한 복잡한 설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고자 인지체계를 알고리즘 형태로 담은 계산모델을 설계해, 여러 행동전략을 조율하며 의사결정을 내리는 인지기전을 설명했습니다. 그 결과, 예측 불확실성이 높은 목적지향적 행동전략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한 습관적 행동전략을 선호하는 인지기전이 강박행동을 기저함을 밝혔습니다.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뇌기능을 밝힌 행동실험-기반 뇌기능영상법과 달리, 모델-기반 뇌기능분석법을 통해 이에 관여하는 개별 계산과정들(학습, 예측, 불확실성 평가, 조율 등)과 이들 사이의 역학관계에 대한 뇌신경망을 규명할 수 있었습니다. 행동전략을 조율하는 복외측전전두엽(ventrolateral prefrontal cortex)이 습관적 행동을 담당하는 조가비핵(putamen)을 하향 조절함으로써 목적지향적 행동으로 조절하는데, 강박장애는 이러한 뇌신경망이 약화되어 습관편향이 나타남을 확인했습니다. 본 연구는 뇌자극치료 개발을 위한 생물지표로 전략 조율 신경회로의 연결성 강화를 제안합니다. 약물 및 인지행동훈련의 일선 치료에 저향성을 보이는 최소 30% 강박/충동장애 환자를 위한 증거-기반 치료법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권준수 교수님의 지도를 받아 본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제가 속한 임상인지신경과학센터는 뇌인지과학자들과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들(의사과학자)이 함께 정신건강질환의 고위험성, 치료반응성, 예후 예측모델 개발을 목표로 뇌인지과학적 기전을 탐구합니다. 나아가 정신질환의 낮은 치료반응성 문제를 해결하고자 증거-기반 치료법 개발을 추진합니다. 계산인지모델링은 한국과학기술원 신경과학-인공지능 융합연구센터 이상완 교수님의 조언을 받아 검증했습니다.
뇌질환 연구방향을 선택할 때 크게 생물학적, 인지과학적 접근법 두 가지를 고민합니다. 임상인지신경과학센터는 유전적 위험성 및 신경망 손상이 확연한 정신증과 신경인지 이론이 잘 정립된 강박장애 두 환자군 모두를 다뤄, 본인의 관심사에 따라 다양한 접근법을 경험하며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환경입니다. 임상과학자로서는 과학적 아이디어를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접근성이 크며, 임상적용 현실성에 대해 의사과학자 동료분들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의사과학자로서는 뇌인지과학적 방법론에 대해 임상과학자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학계에 하나 둘 논문을 발표해가니, 논문 속의 저자로만 인식되던 관련 분야 연구자분들과 어느 순간 소통을 할 수 있게 되고, 제 논문들에 대해 논평(commentary)도 받는 갚진 경험을 했습니다. 제 연구가 단순히 글과 종이로 남는 논문을 넘어, 학술적 진보를 위한 소통 수단이 됐음을 느꼈을 때 과학자로서 한 걸음 성장했다는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뇌인지과학’이라는 학문에 들어서면 이전엔 다른 세상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던 컴퓨터공학자, 물리학자 … 나아가 언어학자, 음악학자까지 같은 연구실에서 함께 연구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겁니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옛말처럼 그들의 매력적인 접근법과 방법론을 보고, ‘배워두면 다 언젠가 도움이 될거야’라는 생각으로 새로운 것을 익히다가 정작 내 연구에 소홀해지는 때를 종종 경험했습니다. 매력적인 방법론이 홍수처럼 넘치는 뇌인지과학 분야에서, 배우고자 하는 방법이 나의 연구주제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혁신성이 있는지 메타인지적으로 고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KAIST 신경과학-인공지능 융합연구센터에서 의사결정 관련 계산모델링 연구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계산모델링은 인지이론을 실험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매력적인 도구이나, 발달 및 치료에 따른 장기적 인지변화를 반영하지 못 합니다. 다음 여정인 UCL postdoc 기간엔 이러한 문제가 개선된 ‘발달형 AI’를 개발하고 인지 및 정신건강 문제들을 인지이론에 기반해 해석해내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새로운 지식을 앞서 탐구하는 우리 연구자들의 삶엔 필연적으로 ‘내 선택에 대한 불확신과 불안’이 함께하는 것 같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 마음을 다잡아주던 글귀를 끝으로 인터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You can't connect the dots looking forward; you can only connect them looking backwards. So you have to trust that the dots will somehow connect in your future. (Steve Jobs, 2005)”
#강박행동
#의사결정전략 조율
#뇌인지 계산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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