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현대 사회에서 기분장애는 매우 흔한 질병으로, 우리나라에서만 연간 약 100만 명 이상이 진단을 받고 있습니다. 더욱이, 해당 질병의 환자 수는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에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는데, 그 중 하나로 생각되는 것이 24시간 끊임없이 돌아가는 현대 사회의 불규칙한 수면 패턴과, 그로 인한 일주기 리듬과 생활 패턴의 불일치입니다. 실제로 다양한 연구들이 수면 패턴 혹은 일주기 리듬의 교란이 기분장애와 깊은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혀왔습니다. 하지만 일주기 리듬을 지속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실험적 한계로 인해, 이들 사이에 정확한 인과관계가 어떻게 되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수면 패턴과 일주기 리듬, 둘 중 어느 것의 교란이 기분장애를 일으키는지, 아니면 기분장애가 이들의 교란을 이끌어 내는 것인지 등에 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히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본 연구는 일주기 리듬이 우울증 및 조울증 환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던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이헌정 교수님 연구팀과, 수리 모형을 이용해 수면 패턴으로부터 일주기 리듬의 변화를 예측하고 이들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던 김재경 교수님 연구팀의 만남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헌정 교수님의 연구팀에서는 수백 명의 기분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다년간 수면-활동 패턴 및 기분 변화 정보를 수집해왔습니다. 불규칙한 수면 및 생활습관과 일주기리듬과 우울증, 조울증의 증상과의 연관성을 확인하였으나, 이러한 연관성이 수면 패턴 때문인지 일주기리듬에 의한 것인지는 확실히 검증하지는 못하였습니다. 이 데이터에 김재경 교수님 연구팀의 수학적 모형을 적용하면 기분장애 환자의 일주기 리듬을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면 패턴과 일주기 리듬 그리고 기분 변화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모형으로 예측한 일주기 리듬의 위상 변화와 기분 변화 사이의 인과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Transfer entropy라는 방법론을 도입했습니다. Transfer entropy는 기존에 잘 알려진 두 시계열 사이의 인과관계를 예측하는 Granger Causality와는 달리 비 선형적이고, 심지어 범주형의 변수를 가지는 시계열에도 적용이 가능한 방법론입니다. 따라서 기분이 우울하거나 들뜨는 감정을 동시에 느끼는 조울증 환자의 데이터에도 적용이 가능합니다. 비록 해당 방법론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수면 패턴, 일주기 리듬, 기분 변화 사이의 흥미로운 인과관계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분석에 따르면 즉각적인 수면 패턴의 변화는 기분 변화로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었지만, 누적된 수면 패턴의 변화가 일주기 리듬의 변화를 일으키면 그 영향이 기분 변화에까지 미쳤습니다. 반대로 기분 변화는 수면 패턴이나 일주기 리듬의 변화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본 연구의 결과는 기분장애 환자들을 돕는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예를 들어, 기분장애 환자들의 수면 패턴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일주기 리듬의 변화가 생기기 전 미리 경고를 하여 기분장애의 재발을 막는 등의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또한 어긋난 일주기 리듬을 다시 원 상태로 복구해 기분장애를 치료하는 약물 치료, 광치료, 최적의 수면 패턴을 제안하는 디지털 치료제의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KAIST 수리과학과 수리생물학 연구실에서 김재경 교수님의 지도 하에 석박사통합과정을 밟고 있으며, 동시에 김재경 교수님께서 책임연구자로 계시는 기초과학연구원 의생명수학그룹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의생명수학그룹은 김재경 교수님 외에 선임 연구원 1명, 박사 후 과정 4명, 대학원생 4명 및 KAIST, 서울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의 학부생 인턴이 속해 있습니다. 그룹에서는 수학적 방법론을 통해 생물학 시스템을 이해하고, 질환의 발병 원인을 규명하며 치료제 개발 등에 기여하는 연구를 추구합니다. 이를 위해 식물 및 동물 실험을 하는 생물학자 분들과, 수면의학 및 정신과 분야의 의사분들, 약학자 분들, 심지어 심리학자 분들까지, 정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생물학 및 의학 분야를 공부하다 보면 생명현상이 정말 복잡하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많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그렇기에 더 매력적이고 탐구할 의욕이 생기는 분야일 것입니다. 이런 망망대해 같은 곳에서 수학적 방법론을 통해 비직관적인 현상을 이해하는 순간 짜릿함을 느낍니다. 또한 연구한 내용을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다양한 사회 문제에 기여할 미래를 상상할 큰 보람을 느낍니다. 언젠가 우리 사회의 발전에 공헌한 연구자로서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되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최근에는 거의 모든 분야가 그렇겠지만 수리생물학은 특히나 더 다양한 분야 전문가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한가지 분야에 깊이 파고들기 보다는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열린 마음으로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적합한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공동연구를 하는 타 분야 전문가에게 해당 분야에 관한 내용을 전적으로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서로 조금이라도 더 각자의 분야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 이헌정 교수님 연구팀과 함께 기분장애 환자들의 수면 패턴 및 이를 통해 예측한 일주기 리듬을 기반으로 우울 삽화의 발생을 예측하는 머신 러닝 모형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어떤 종류의 수면 패턴 및 일주기적 리듬이 기분장애를 유발하는지 분석하고, 기분장애 예방 시스템이나 디지털 치료법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분장애 환자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 중 수면 패턴이 불규칙한 교대 근무자의 기분 변화를 예측하는 연구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기분장애 뿐만 아니라 수면장애 및 주간 졸음, 이로 인한 사고와 같은 사회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함께 연구 중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수리 모형을 이용해 개인의 각성도 변화를 예측하고 적절한 수면 패턴을 제안하는 SleepWake라는 앱을 개발했습니다. 현재 교대 근무자를 대상으로 이 앱의 효과를 검증하는 중입니다. 앞으로도 꾸준한 연구를 통해 수면장애를 해결하기 위한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고 개선해 나갈 계획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함께 연구를 이끌어 나간 정재권 선생님과 Aurelio 박사님, 연구가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주신 김재경 이헌정 교수님, 연구를 완성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주신 모든 공저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김재경 지도교수님 덕분에 어엿한 연구자로 성장해 나가며 다양한 성취를 이루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서로를 지지하며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의민, 대욱, 석주, 혁표 선배님, 동주, Olive, Lucas 후배님, 현, 현태, Aurelio, Bryan, Brenda, Pan, 규영 박사님, 석민, 세호, 형준 학생을 비롯한 여러 인턴분들까지, 모든 전 현 연구실 동료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항상 믿고 지지해주는 가족에게 무한한 감사와 사랑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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