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현재까지 당뇨병을 진단하고 관리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혈액 채취를 통한 혈당 측정입니다. 해당 방식은 손가락 끝에 바늘을 찔러 피를 낸 다음 시험지에 피를 묻히는 침습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이는 당뇨병 환자들의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수반하고 2차 감염의 위험이 존재하며, 무엇보다도 당뇨병 관리에 가장 중요한 연속적 측정이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체액 (타액, 간질액, 소변, 땀 등)을 통한 체내 당 측정 시도가 이루어졌지만, 오염도가 높아 측정의 정확도가 낮고 침습적인 방식의 극복이 어려워 실용화에 한계가 존재해왔습니다.
흔히 체내의 건강 상태를 대변할 수 있다고 알려졌으며 ‘건강의 창’ 이라고도 불리는 안구에는 기능 유지를 위해 눈물이 항상 존재합니다. 따라서 접근성이 좋아 포집이 쉽고, 눈꺼풀의 보호로 인해 쉽게 오염되지 않습니다. 또한, 눈물에는 체내 건강의 지표가 되는 다양한 대사물질 (바이오마커)가 존재하며, 당뇨병의 바이오마커인 당 성분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눈물 속 당 수치 (눈물당)이 혈당을 정확하게 대변할 수 있는지, 즉, 눈물당과 혈당이 상관관계를 가지는지에 대한 연구계의 논란이 다수 존재해왔으며, 이러한 논란성은 눈물 기반의 당뇨 진단·관리 기기의 실용화에 큰 걸림돌이 되어왔습니다. 눈물당과 혈당의 상관관계에 논란성이 존재하는 원인은 2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 원인은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알려진 눈물 포집 과정에서 발생하는 안구 자극입니다. 인간의 눈물의 종류는 크게 기본 눈물 (basal tear, 안구에 항상 존재하는 눈물), 반사 눈물 (reflex tear, 이물질과 같은 안구의 물리적 자극 시에 분비되는 눈물), 감정 눈물 (psychic tear, 울음과 같은 감정적 작용으로 인해 분비되는 눈물) 3가지로 나뉘는데, 3가지 눈물의 구성 성분은 모두 다르며 혈액 속 성분과의 상관관계가 존재하는 것은 기본 눈물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에 진행되었던 눈물당 측정 연구의 경우 눈물 포집 과정에서 안구를 자극하여 반사 눈물 분비의 영향을 피하지 못하였습니다. 두 번째 원인은 눈물당의 측정 간격에 있습니다. 눈물당과 혈당의 상관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연속적인 측정이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기존에 진행된 연구들에서는 눈물 포집 방식의 한계로 인한 단발성의 측정만이 가능했으며, 연속적 측정이 불가능했습니다.
스마트 콘택트렌즈는 안구에 착용될 수 있는 인체 착용형 디바이스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안구의 다양한 정보 (ex. 당, 콜레스테롤, 코티솔, 안압 등)을 측정할 수 있는 형태로 개발되어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당뇨병 진단을 위한 스마트 콘택트렌즈도 개발되었지만,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이유로 인해 혈당과 눈물당의 정확한 상관관계를 규명하지 못하였습니다. 따라서, 스마트 콘택트렌즈와 같은 눈물 기반의 진단 디바이스가 실용화되기 위해서는, 눈물당과 혈당 간의 정확한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본 연구에서는 휴대용 기기와의 무선 통신이 가능하며 안구의 자극을 최소화할 수 있는 눈물당 측정용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개발하였으며, 이를 이용해 눈물당과 혈당의 상관관계에 대해 심도 있게 규명하고자 하였습니다. 저희가 개발한 스마트 콘택트렌즈는 시중에 판매되는 소프트 콘택트렌즈와 동일한 물질로 제작되어 안구에 부드럽게 착용될 수 있으며, 착용자의 시야를 가리지 않아 불편감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고감도 글루코스 센서와 무선통신용 안테나가 집적되어있어 연속적인 글루코스의 측정이 가능합니다.
[개발한 스마트 콘택트렌즈 모식도 및 이미지]
저희 연구진은 개발한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동물 모델과 사람에게 적용하여 다양한 종에서의 혈당과 눈물당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자 하였습니다. 적용한 동물 모델 및 사람 대상자는 정상/당뇨 토끼 각 4마리, 정상/당뇨 비글견 각 4마리, 정상/당뇨 사람 각 10명으로 진행하였으며, 각 실험은 혈당 (혈당 측정기로 측정)과 눈물당 (스마트 콘택트렌즈로 측정)을 120분간 연속적으로 동시에 측정하는 것으로 진행하였습니다.
[토끼와 비글의 스마트 콘택트렌즈 착용 이미지 및 혈당과 눈물당의 동시 측정 데이터]
[스마트 콘택트렌즈의 사람 착용 및 측정 이미지]
실험 결과, 모든 실험에서 혈당 수치의 증가·일정·감소 경향을 눈물당이 따라가는 것을 관찰하였습니다. 이때, 측정한 혈당 수치 그래프와 눈물당 수치 그래프 사이에는 눈물당 그래프 변화가 혈당 그래프 변화보다 늦게 나타나는 특정 시간 차이가 존재하는 것을 관찰하였습니다. 이러한 눈물당 수치의 ‘시간 지연 (lag time)’은 혈액 속 성분이 눈물 속으로 확산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반영된 것으로, 모든 동물 모델 및 인간 대상자에게서 나타났습니다. 다만, 시간 지연 값은 질병의 유무, 종에 따라 유사한 값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며, 개체마다 차이가 존재하였습니다. 혈당과 눈물당 수치의 유사한 경향 사이에 존재하는 이러한 시간 지연은 혈당과 눈물당의 상관관계를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정확한 상관관계의 분석을 위해 극복해야 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저희는 개체마다의 시간 지연값을 ‘개인화된 시간 지연 (personalized lag time)’으로 정의하고 혈당과 눈물당의 상관관계 분석 시에 각 개체의 개인화된 시간 지연값을 눈물당 수치에 적용하였습니다. 그 결과, 모든 동물 모델과 인간 대상자의 혈당-눈물당 상관관계 분석 결과로 ‘피어슨 상관계수’ 0.9 이상의 값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통해 측정한 눈물당 수치의 임상적 정확도를 판단하기 위해, 측정된 눈물당 값을 통해 도출된 혈당 예상 수치 (predicted blood glucose)와 실제 혈당 측정기를 통해 측정된 혈당값의 ‘일치 오류 격자 (parkes error grid)’ 분석을 진행하였습니다. 일치 오류 격자 분석은 상용 혈당 측정기의 임상적 정확도 판단에도 널리 사용되는 분석 방법으로, 실제 혈당과 개발한 기기를 통해 측정된 혈당 예상 수치가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나타낼 수 있는 분석 방식입니다. 일치 오류 격자의 분석 결과는 그래프의 A, B, C, D 영역으로 나타나며, 모든 데이터가 A, B 영역에 위치하면 측정 데이터가 임상적으로 정확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연구진이 동물 모델과 인간 대상자 실험에서 진행한 일치 오류 격자 분석 결과, 모든 데이터가 A, B 영역에 위치하며 상용 혈당 측정기와 거의 유사한 임상적 정확도를 나타내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정리하자면, 본 연구진은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이용하여 인간을 포함한 다양한 종 (토끼, 비글)에서의 혈당-눈물당의 상관관계가 명확히 존재함을 밝혀냈습니다. 또한, 개발한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통해 측정한 눈물당 수치가 실제 혈당 수치를 대변할 수 있음을 확인하며 스마트 콘택트렌즈의 실용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연세대학교 신소재공학과의 웨어러블융합전자 연구실 (WEL)에서 박장웅 교수님의 지도하에 진행되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같이 생체에 적용이 가능한 디바이스를 토대로 생체에서 일어나는 반응과 신호에 대한 분석 및 다양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개발한 디바이스의 원리나 개념을 증명하는 것을 넘어서 ‘실용화’ 라는 최종적인 목표를 근간으로 하여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연구 방향은 저희 연구실이 추구하는 '인간 중심의 연구' 접근법의 핵심입니다. 저희의 목표는 단순히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이 실제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키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저희 연구실은 기술과 인간이 함께 상생하고 성장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바이오-공학 융합 관점에서 풀어나가며 요즘의 다학제적 연구 방향을 선도하는 것도 제가 저희 연구실에 대해 가지고 있는 큰 자부심 중 하나입니다.
본 연구는 경북대학교 병원의 김홍균 교수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의 김자영 교수님,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내분비내과의 이용호 교수님,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김주희 박사님과의 공동연구로 진행되었습니다.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통한 혈당과 눈물당의 상관관계 분석이라는 연구 자체가 전기화학센서 및 무선 통신 시스템 공정과 같은 공학적 분야에서부터, 동물 실험, 인간 실험 등의 생체 분석 분야 등의 분야를 아우르기에, 다양한 전문 분야의 교수님 및 연구원분들과의 긴밀한 협업을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도와주신 교수님들, 연구원분들과 치열하게 discussion 했던 순간은 저에게 있어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었던 잊지 못할 경험입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를 진행하다 보면, 정말 많은 불안감이 찾아옵니다. 이 길이 나에게 맞는 것인지, 남들보다 뒤쳐지지는 않을지와 같은 진로에 대한 불안감부터, 실험에 대한 불안감, 실적에 대한 불안감까지도 잊을만하면 생각이 났습니다. 그런 불안감들을 이겨내는데 2년을 쓴 것 같습니다. 힘들었던 2년 간 깨달았던 것은 ‘가끔은 너무 멀리 보려고 하지 말자’ 였습니다. 대부분의 불안감은 당장 앞에 놓인 것에 대한 고민보다는 그 후에 일어날 일들에 대한 걱정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힘들고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현재 앞에 놓인 일들을 하나씩 극복하다 보면 결국은 끝에 다다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 미숙하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러한 자세로 연구에 임하려 노력하고 있고, 결과가 나올 때마다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제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바이오-공학 융합 분야는 세포 단위에서부터 신체까지 굉장히 넓게 연구되고 있는 분야이며, 바이오 시스템으로의 공학적 접근을 통해 다양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매력적인 분야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해당 분야의 연구를 진행하다 보면, 바이오 시스템에서의 조건과 공학 시스템이 서로 상충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사실 공학적 접근을 통해 제작된 시스템이 바이오 시스템에 닿는 순간부터 두 시스템 사이의 충돌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러한 괴리를 허물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바이오와 공학 양쪽의 심층적인 분석이 필수적입니다. 저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바이오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어려움을 느꼈던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이해를 기반으로 한 좋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바이오-공학 분야에 큰 매력을 느껴 앞으로도 해당 분야의 연구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현재 제가 속한 연구실에서의 박사 과정을 마친 뒤에는, 해외 대학에서 포닥으로 연구를 이어 나가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번 논문 결과로 큰 보람을 느끼고 있지만, 여기에 안주하지 않기 위해 큰 의미를 두지는 않습니다. 논문 성과 자체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연구 활동을 진행하며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우선 제가 연구를 이어감에 있어 항상 열정적으로 코멘트해주시고 지도해주신 박장웅 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논문 작성 과정에서 따뜻한 가르침과 많은 도움을 주신 김자영 교수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함께 discussion 해주신 김홍균 교수님, 이용호 교수님, 김주희 박사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같은 렌즈팀으로 항상 배울 점이 많고 든든하게 있어준 훈규형에게도 특별한 감사를 표합니다. 힘들 때마다 서로 의지하며 함께 버텨온 우리 동기들 은지, 하영이, 자경이, 그리고 각양각색의 매력으로 똘똘 뭉친 우리 연구실 멤버들에게도 특별한 감사를 표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가는 모든 길에 귀감이 되며 사랑의 표현을 아끼지 않는 아버지, 항상 따뜻하게 아들 걱정해주는 사랑스러운 어머니, 무심한듯 동생 챙겨주는 츤데레 누나에게 여기서나마 사랑과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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