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본 연구의 주제인 preschool wheeze는 생후 12개월부터 71개월 사이의 영유아들에게 흔히 발견되는 wheezing (쌕쌕거림, 천명) 을 주로 동반하는 질환을 말합니다. 주로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생하고 유전적 또는 환경적 요인이 바이러스에 대한 민감성, 질환의 중증도를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임상에서는 보통 증상이 심할 경우 경구 코르티코스테로이드제가 주로 처방됩니다. 하지만 이 질환의 쌕쌕 거림은 진단도 어렵거니와 12개월 미만의 영아에게 주로 진단되는 bronchiolitis나 5세 또는 6세 이상의 유아에게 주로 진단되는 천식 (asthma)의 증상의 하나로 오해하기 쉬워 임상에서 질환 치료에 있어 많은 혼란을 야기합니다. 예를 들면 bronchiolitis의 경우 경구 스테로이드제는 효과가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많은 경우의 유아 천식의 경우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유아 천식에 대한 근거를 그대로 preschool wheeze에 적용한다는 점이고 현재까지 이루어진 임상 연구들 (Randomized Controlled Trial) 또한 상충되는 결과가 도출되는 바람에 과연 경구 스테로이드제가 해당 질환에 정말로 효과가 있는지를 확정할 만한 근거가 부재한 상태였습니다. 2016년에 이루어진 체계적 문헌 연구 (systematic review) 및 메타분석에서는 경구 스테로이드제가 입원율을 낮추는데는 근거가 부족하다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다만 경구 스테로이제를 응급실이나 외래진료시 처방할 경우 입원율을 낮출 수 있다는 결과를 내렸지만 분석에 포함된 연구수가 상당히 적었기에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다소 떨어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분석에 포함된 임상 연구들의 방법론, 환자 선택기준이 너무도 상이하여 임상에 바로 적용하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본 연구는 먼저 8개의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하여 체계적 문헌 조사를 통해 전 세계에서 행해진 모든 임상 연구를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253명의 전세계의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설문조사, 7명의 임상 연구 리더들과 9명의 부모들과의 그룹 토론을 통해 이해 당사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치료 endpoint, 즉 본 연구의 primary outcome이 무엇인지 설정했습니다. 그 후 7개의 임상 연구 데이터를 수집하여 환자 선택기준, 통계분석을 표준화하여 메타분석을 진행했습니다. 이 방법을 individual participant data meta-analysis라고 합니다. 본 연구에서는 이 분석을 통해 경구 스테로이드제가 유의미하게 입원 시간을 줄이고 특히 과거 병력이 있거나 중등도-중증의 증상을 가질 경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러한 분석법을 통해 가장 신뢰성 있는 근거를 제공하고 보다 뚜렷한 환자 치료 전략을 제공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습니다.
제가 한 연구는 이렇듯 세계 각국의 임상 연구 리더들과 긴밀하게 협업해야 했기에 연구자들의 응답률이 정말 중요했습니다. 물론 몇몇 연구자들은 저와 제 지도 교수님의 수차례의 메일에도 응답하지 않기도 했죠. 하지만 무응답도 이 연구방법론의 결과였기에 담담히 받아들였습니다. 다행히 절반이 넘는 연구자들이 흔쾌히 데이터를 공유해주었고 코로나로 인해 여러 제한이 심했던 때에도 2년간에 걸쳐 저와 꾸준히 적극적으로 소통해주었습니다. 그 덕분에 의미 있는 분석 결과를 발표할 수 있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번 연구는 에든버러 의과대학 및 왕립 에든버러 소아청소년 병원 (Royal Hospital for Children & Young People) 의 소아호흡기과 교수이자 영국 NICE (국립보건임상연구소) 의 Bronchiolitis 임상진료지침 위원회이신 스티브 커닝험 (Steve Cunningham, 주 지도교수), 동 대학 임상시험 연구소의 임상 통계학과 교수이신 스태프 루이스 (Steff Lewis, 부 지도교수), 그리고 왕립 애버딘 병원 (Royal Aberdeen Children’s Hospital)의 소아호흡기과 교수이자 The Royal College of Paediatrics and Child Health의 회장이신 스티브 터너 (Steve Turner, 부 지도교수)의 지도 하에 이루어진 연구입니다. 에든버러 대학은 1726년도에 개교하여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영어권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 있는 학교입니다. 그 중 제가 소속됐던 어셔 기관 (Usher institute)는 의과 대학 내에서 영국 최초로 1898년에 공중보건 (Public health) 연구를 위해 세워졌고 역사가 오래된 만큼 세계보건기구, 영국 NHS, 영국 공중보건국, 국내 및 국외의 수많은 대학과 연구기관들과 활발하게 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는 영국, 호주, 미국 그리고 핀란드에 걸친 여러 의료기관과 대학 간의 협업이 있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를 하면서 느낀 건 협업이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데이터 수집이 지연되고 결국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려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끝까지 저를 도와준 교수님들 지지 덕분에 다행히 분석까지 잘 마무리했고 마지막 박사 과정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었습니다. 본 연구를 처음으로 란셋 저널에 제출했을 때 뜻밖에도 첫 리뷰에서 4명의 리뷰어들이 그동안의 노력과 분석에 대해 많은 칭찬을 해주었습니다. 이 연구가 마치자 마자 지도 교수님들 중 한 분이 병원 각 층을 다니면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저를 소개 해주셨던 일이 생각납니다. 민망하긴 했지만 부족한 저를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시고 누구보다도 제 성과를 기뻐해주셔서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 후 데이터를 공유해주신 분들 중 한 분인 핀란드에 있는 의대 교수님과 이 후 프로젝트도 같이 해서 연구 분야를 확장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도 있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임상 데이터 및 의료 데이터 (electronic health record)를 이용한 데이터 분석은 통계적 분석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숫자를 넘어서 임상적, 사회 문화적 관점을 두루두루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통계적 유의미함은 반드시 임상적 유의미함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다양한 분야를 열린 마음으로 공부하고 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각계 각층의 사람들 및 연구 배경에 대해 아무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연구의 목적과 의미를 설명해보는 것이 가장 어려우면서도 중요합니다. 이 기술은 곧 의미 있는 토론을 이끌어내는데 큰 도움을 주어 결국 양질의 논문 작성에도 유용하기 때문입니다. 또 그러다보면 새로운 방법론에 대해 알게되고 중요한 관점들도 배우게 되고 결국 본인의 연구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기기도 하죠. 한편 한국에서의 배경이 어떻든 홀로 떠나는 유학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입니다. 언어 장벽 및 문화적 장벽 등 생전 겪어보지 못한 어려움들이 가끔 거대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늘 열린 마음을 가지고 관심있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다 보면 어느 새 주변에 좋은 멘토와 동료들이 모여 있는 걸 쉽게 발견 할 수 있을 것 입니다. 현재 저는 재영한인박사연구자협회에 속한 현 박사생 및 졸업생과 함께 영국 박사 생활의 이모저모 (어려움과 극복기 등)를 담은 책을 쓰고 있습니다. 나중에 이 책이 유학을 결심하는데, 또는 박사 생활하는 데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현재 런던 임페리얼 대학 (Imperial College London) 의 National Heart & Lung Institute (NHLI) 에서 Chloe Bloom (호흡기과) 교수님 팀에서 포닥 프로젝트로 대사 증후군 및 여성 호르몬을 중심으로 다양한 호흡기 질환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박사 후 연구원 분들처럼 저 또한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걱정, 연구 방향에 대한 걱정 등을 달고 삽니다. 하지만 어디를 가든 저는 계속 호흡기 질환들 (유아 천식, 천식, COPD, Idiopathic pulmonary fibrosis 등), 호흡기 바이러스, 약물 치료 및 역학을 중점으로 연구할 계획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유전적인 연관성, 임신과 태아간의 면역적 상호작용, 특정 질환 유병율 및 치사율, 또는 글로벌 burden of disease 등에 대해 연구하고 싶습니다. 일단은 아직 배우고 싶은 방법론들이 많아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하는 동안 열심히 배우고 실력을 갈고 닦아서 언젠가 제 연구팀을 주도할 날이 속히 왔으면 하네요.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번에 란셋에 실린 연구를 하던 기간이 코로나로 인해 영국 전역에 봉쇄령이 떨어졌던 시기와 맞물려 있었습니다. 여러 제한들로 인해 박사 생활하던 3년 내내 한국에 가지 못했었습니다. 해외에서 유학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늘 한국에 계신 부모님과 가족들의 건강과 안전이 가장 큰 걱정이었기에 정신적으로 참 힘든 시기였습니다. 따라서 그 동안 건강하고 안전하게 버텨주신 부모님과 가족들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가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상에 콕 박혀서 밤 늦게 까지 연구하던 저를 누차 워라벨의 중요성을 강조해주며 연구 하는 내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 남편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메타분석
#경구스테로이드제
#Preschool whee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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