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혈중 내의 낮은 지질 농도가 자살행동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많은 연구 결과가 나와있습니다. 특히 총 콜레스테롤, 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 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이 자살행동의 위험성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편 자살시도는 재자살시도와 자살사망의 강력한 위험 요인으로 밝혀져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혈중 지질 농도가 자살사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종단 연구는 일반 인구나 우울증 환자에서 진행된 바가 있지만, 자살시도자에서 자살사망에 미치는 영향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본 후향적 코호트 연구는 자살시도로 전국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들의 의무 기록을 바탕으로 성별에 따라 혈중 지질 농도와 최대 6년 간의 추적 관찰 기간 동안 발생한 자살사망 간의 연관성을 조사하기 위해 진행되었습니다. 주요 결과로 자살시도자 중 여성의 경우, Kaplan-Meier 생존 분석 및 누적 발생 함수에서, 낮은 혈중 총 콜레스테롤 군(< 165 mg/dL)이 향후 자살사망의 증가를 예측하였습니다. 이는 낮은 혈중 총 콜레스테롤 농도를 가지는 여성 자살시도자에서 향후 자살사망의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의미로서, 응급실에서 시행한 채혈 결과를 확인하여 이러한 환자들의 경우 더 주의 깊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임상적 의의를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혈중 총 콜레스테롤 농도는 응급실에서 진행하는 정규 채혈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임상적 유용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향후 전향적 연구 설계를 가진 후속 연구를 통해 이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기분장애팀 안용민 교수님 연구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기분장애팀 연구실에서는 단백체, 유전체, 음성, 텍스트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기분장애의 진단 표지자를 찾는 연구와 자살행동의 위험요인을 발굴하고 예측하는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구 진행 도중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건강의학과로 근무지를 옮겨 기분장애 및 자살예방 연구실을 운영하며 기분장애팀 연구실과 협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자살학(suicidology)은 정신과학 내에서 전공자가 많지 않은 분야입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인 우리나라의 자살률을 볼 때 자살예방의 전문가가 많이 필요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자살학이라는 한 우물을 파서 자살예방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연구자가 되고 싶었고, 그 결과 전공의 시절 작성한 첫 논문부터 박사학위 논문, 그리고 본 연구에 이르기까지 자살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게 되었습니다. 연구를 통해 쌓은 지식을 사회에 직접적으로 환원함으로써 건강한 정신을 가진 사회를 만들기를 희망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자살학은 다학제 학문으로 이 중 정신과학이 차지하는 분야는 일부에 불과합니다. 심리학이나 사회복지학 등 인접 학문을 하는 학자들이 어떤 주제와 연구 방법론으로 연구를 하는지 평소 관심을 가지고 눈여겨본다면 본인의 연구 주제를 확장시킬 수도 있고 협업할 기회를 찾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가령 자살행동을 설명하기 위한 방법 중 인지이론은 임상심리학을 전공한 연구자들이 특히 활발히 연구하는 분야인데, 정신과학 전공자가 가진 생물학 지식을 융합한다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좋은 임상 연구를 위한 아이디어는 진료 시간에 환자와 깊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얻게 됩니다. 환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주제를 발견할 수 있고, 이에 대한 결론을 도출하여 진료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뜻이 맞는 같은 분야의 연구자들과 교류를 지속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정신과학 연구는 생물학적 관점과 심리학적 관점을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주된 관심사는, 첫째, 자살사망에 이르는 과정을 생물학적과 심리학적 요인을 통합하여 설명하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초기 부적응적 스키마가 자살생각과 자살시도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규명하고, 질적연구 방법론을 사용하여 자살생각으로부터 자살시도로 진행하는 요인을 밝히는 연구를 통해 자살사망에 이르게 하는 위험한 심리 상태를 발견하는 목표를 가지고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둘째, 양극성장애와 주요우울장애를 진단하고 두 질환을 감별하는 표지자들의 발굴입니다. 이를 위하여 시선추적, 얼굴표정분석 등 심리적 측면을 반영하는 방법론을 사용 중이고, 향후 심박변이도, 전기피부반응과 같은 생물학적 측면을 반영하는 방법론과 결합하여 다중 표지자를 찾아내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일을 하다 보면 일하는 목적을 잊은 채로 일을 마치는 것이 목표가 되어 이에 매몰된 채로 일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왜 일을 하는지, 그 목적을 잊지 않고 일하면 좋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연구도 가치 있는 일이지만, 가족, 친구, 취미, 종교, 건강 등 일 외적인 부분이 어찌 보면 인생에서 더 큰 중요한 부분입니다. 모두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기면서 연구하기를 바랍니다.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던 안용민 교수님, 기분장애팀 선후배 선생님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무엇보다 저를 늘 응원해주는 저의 가족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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