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우리 몸의 세포는 복잡한 시스템 속에서 서로 소통하며 생명을 유지합니다. 특히 세포 내 여러 소기관 사이의 소통은 칼슘과 지질 등의 생체분자교환, 항상성 조절, 자가포식작용 등 다양한 세포 기전을 매개하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소기관 소통은 서로 다른 소기관 사이의 막접촉부위(Membrane Contact Site, MCS)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단백질들에 의해 주로 매개되기 때문에, 다양한 생명 현상과 그 기전의 이해를 위해서는 해당 단백질의 분석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단백질은 특정 시간에 특정 소기관의 접촉면에서 기능을 수행하는 시공간적 특이성을 가지므로, 정확히 분리해 분석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질량분석법의 발전과 함께, 지난 10년간 근거리 분자 표지법(Proximity Labeling, PL)이 다양하게 개발되면서, 세포 내 원하는 위치에 효소를 발현시켜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초미세공간에 한정된 단백질을 동정해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APEX2와 TurboID의 경우 각각 phenoxyl radical, biotin adenylate의 형성을 통해 주변 단백질에 biotin(BT)을 표지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표지된 단백질은 BT와 강한 결합력을 가진 streptavidin(SA)이 도입된 bead로 분리/분석 됩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주로 SA-BT 결합쌍만을 이용해 왔기 때문에 그 응용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저희 연구실에서 다양한 응용 연구에 활용하고 있는 인공분자쌍인 Cucurbit[7]uril(CB[7])과 Adamantane(Ad) 결합쌍을 기존의 SA-BT 결합쌍과 함께 사용하여 새로운 전략으로 소기관들의 접점에 존재하는 단백질 분석도구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두 종류의 결합쌍은 각각의 파트너 분자에 강한 선택성 및 결합성을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서로 다른 분자인지 메커니즘으로 인해 상호 간섭이 없어, 직교성 결합쌍으로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직교성의 두가지 다른 결합쌍과 앞에서 소개한 두가지 PL 효소를 함께 적용하여, 소기관 막 접촉부위 단백질 분석을 시도했습니다. 시스템의 검증을 위해 본 연구에서는 비교적 많은 연구가 진행된 mitochondria-ER 접촉 부위 단백질을 타겟으로 하였으며, 아래의 그림과 같이 각각 mitochondria와 ER에 TurboID와 APEX2를 발현시켜 두 소기관의 접촉면에 있는 단백질만이 BT와 Ad에 의해 이중으로 표지 되도록 디자인 했습니다. 표지된 단백질은 각각 CB[7]과 SA가 도입된 비드를 통해 분리 후 질량 분석을 진행하였으며, 두 시스템에서 동시에 관찰되는 단백질들이 실제로 ER-mito contact site에 존재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여러 생물학적 분석 실험을 진행하였고, 해당 사실을 성공적으로 검증 할 수 있었습니다.
[Lee, A., Sung, G., Shin, S. et al. OrthoID: profiling dynamic proteomes through time and space using mutually orthogonal chemical tools. Nat Commun 15, 1851 (2024). https://doi.org/10.1038/s41467-024-46034-z ]
추가적으로 ER-mito contact site에 의해 매개된다고 알려진 mitophagy와 관련된 약물을 처리하였을 때, 정상 세포에서와는 다르게 위치 혹은 구조적 변화를 겪는 단백질의 식별까지 가능했습니다. 서로 직교(orthogonal)하는 두 시스템을 사용하였기에 ‘OrthoID’ 라는 이름을 붙인 이 시스템은, 세포내 다양한 소기관에 적용이 가능하여 세포 내 복잡한 상호 작용을 더욱 명확히 이해하는데 이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기술적 제약으로 인해 탐색이 어려웠던 질병 관련 세포 소기관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조절하는 시공간특이성 단백질을 식별하는 데에도 유용한 도구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포스텍 화학과 김기문 교수님, 대구가톨릭대 의과대학 박경민 교수님의 공동 지도로 수행된 연구로, 서울대 화학과 이현우 교수님, 생명과학부 김종서 교수님 연구실의 도움이 없었다면 마무리되기 어려웠을 연구입니다. 특히, 김기문-박경민 교수님 공동연구팀은 인공 비공유 결합쌍에 대한 초분자적 이해를 바탕으로 바이오이미징, 단백질 분리 및 분석, 약물 전달을 포함한 다양한 의약학, 생물학적 소재와 연구 도구 개발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이러한 연구법을 통해 연구팀은 화학, 재료, 의학, 생명과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연구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모든 연구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이 있지만, 특히 이번 논문은 proteomics 연구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시작해 매 순간이 도전이었고, 마무리까지 생각보다 정말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종종 깊은 터널 안에 갇힌 것 같은 느낌을 받았었는데요, 그럴 때마다 좋은 공동연구자들의 도움으로 해결책을 찾아내고 이를 극복해 나갈 수 있어서 참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돌이켜보니 이렇게 일련의 과정들을 겪으면서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고, 논문 작업의 어려움만큼이나 완성 되었을 때의 만족감과 보람도 큰 것 같습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항상 예상치 못한 문제들에 부딪히기 마련이지만, 문제 해결 과정에서 얻은 작은 성취감들이 연구를 지속하는 데 있어 큰 동기부여가 되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많은 난관에 부딪히고 이를 극복하며 새로운 연구분야에 도전하여 좋은 연구 성과를 이뤄내고 싶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모두 각자의 속도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겠지만, 연구는 단거리가 아닌 장거리 마라톤과 같다는 비유를 많이 합니다. 분야마다 경쟁이 존재하고, 때로는 자신이 뒤쳐지는 것 같아 좌절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제 주변에서도 스트레스로 인해 중도에 포기하는 친구들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낀 적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너무 조급히 서두르지 말고, 사이사이에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간단한 취미활동으로 정신 건강과 체력을 잘 관리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큰 목표에만 집중하다 보면 실패했을 때 좌절감이 크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화학생물학 분야처럼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드는 연구에서는 작은 성공에서도 성취감을 찾아 서두르지 말고 자신만의 속도로 꾸준히 나아가며, 묵묵히 자신의 연구 방향을 탐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지금까지는 초분자화학, 특히 Cucurbit[7]uril과 adamantane 분자의 host-guest interaction을 기반으로 한 넓은 범위의 다양한 생물학적 응용 연구를 진행해 왔는데요, 이러한 기술과 경험을 기반으로 보다 전문적이고 도전적인 분야의 연구를 위해 해외 포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앞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protoemics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다 보니 프로젝트 초기부터 여러 공동연구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기존의 시스템이 잘 정립되어 있어 참고하기에 좋았지만, 우리 시스템을 비슷하게 사용가능 한 수준으로 올리기 까지는 모든 단계가 낯설고 어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proteomics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게 도와주신 서울대 화학과 이현우 교수님과 생명과학과 김종서 교수님, 초기 실험의 정립을 도와주셨던 이송이 박사님과 신상희 박사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직접적으로 프로젝트를 이끌어주시고 지도 해주시며 많은 가르침을 주셨던 대구가톨릭대 의대 박경민 교수님, 저희를 믿고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던 지도 교수님 이신 김기문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Revision을 하면서 bio관련 실험을 세심하게 알려주고 자신의 일처럼 도와준 생명과학과 친구들 Nhung과 Nghi, 그리고 지도해주신 박상기 교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프로젝트 시작 초기에 가장 많이 고생하면서도 노하우와 지식을 아낌없이 공유해주고, 함께 일을 진행하면서 묵묵히 길잡이가 되어주었던 공동1저자인 사수 성기현 박사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Proximity labeling
#Supramolecular chemistry
#Proteom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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