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우리는 언어나 행동을 통해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마우스나 키보드 등의 입력장치를 이용해 컴퓨터에 명령을 내립니다. 하지만 생각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다른 대상, 또는 전자기기에게 내 생각을 바로 전달할 수 있다면, 말을 하기 어렵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도 자유롭고 정확하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뉴럴 인터페이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Brain-Computer Interface, BCI) 가 바로 뇌파(신경신호)를 통해 기계나 전자기기를 제어하는 기술입니다. 뉴럴 인터페이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3차원의 뇌 내 각 영역에서 발생하는 신호들을 감지할 수 있는 삽입형 신경전극과, 감지한 신경신호를 외부의 기기들로 보내고 통신할 수 있는 전자회로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딱딱한 금속과 반도체 재료들로 이루어진 신경전극은 부드러운 뇌의 신경조직을 파고들어 뇌세포에 손상을 주게 됩니다. 이때 발생한 손상과 흉터로 인해서 시간이 지나며 전극과 신경세포들 사이에 신경신호가 전달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고, 이는 신경전극을 장기적으로 사용하는 데에 장애가 됩니다. 신경신호를 외부의 전자기기들로 전송하는 전자회로 역시 딱딱하고 큰 크기를 가지고 있어서, 이를 이식하게 될 경우 사용자는 머리 위에 스마트폰을 고정해놓은 것처럼 이질감과 불편함을 느끼게 되며 이식한 부위에 염증 및 감염의 위험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죠. 이로 인해 지금까지의 뉴럴 인터페이스는 대부분 뇌질환 말기 환자들의 치료 및 진단을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되어 왔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고형의 금속 대신 뇌 조직과 유사한 부드러운 액체금속을 이용해 인공 신경 전극을 제작했습니다. 제작된 전극은 약 10 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지름을 가지며, 액체금속의 특성상 뇌와 비슷한 수준의 기계적 물성을 가지기 때문에 뇌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존의 큰 전자회로에 따른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서, 3D 프린터로 두개골 곡면에 따라 무선 전자회로를 얇게 인쇄하였습니다. 이렇게 구현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는 사용자가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얇으며, 두피를 봉합하고 나면 원래의 두상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기존 전극의 이물감과 불편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 두개골 표면에 형성되는 뉴럴 인터페이스 ]
개발한 뉴럴 인터페이스를 이식한 마우스에게서 체내 신경신호를 8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검출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3D 프린팅을 통해 전극의 위치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한 형태의 전자회로를 설계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개의 신경 전극을 개별 환자에 맞는 다양한 뇌내 영역에 삽입하고 신호를 동시에 측정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생체 통합적 뉴럴 인터페이스를 이용한 신경신호의 검출 ]
더 나아가 유선 전자회로를 사용한 기존 기술과 달리 무선으로 뇌파를 송수신할 수 있어 환자의 일상생활 속에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 (IBS) 나노의학연구단 및 연세대학교 신소재공학과의 박장웅 교수님 연구실에서 진행되었으며,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의 장진우 교수님, 정현호 교수님과의 공동연구로 진행되었습니다. 뉴럴 인터페이스라는 연구 분야가 소재 및 공정에서부터, 생체에서 일어나는 반응 및 신호에 대한 분석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분야였기에, 다양한 분야의 교수님 및 연구원분들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본 성과가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는 것은 흥미롭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능력을 새로운 분야에 적용시키고, 가능성을 보는 것은 보람찹니다. 재료공학을 전공하여 액체금속의 다양한 성질들을 발견하는 것이 즐거웠고, 이렇게 알게 된 내용들을 더 멀고 넓은 분야에 접목하고 그곳에서 어쩌면 가치있을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며 연구한다는 것은 보람찬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모르는 부분에 부딪칠 때 두려움을 느꼈을지도 모르지만, 제가 가진 능력 안에서 새로운 것을 풀어나간 이후엔 어제의 두려움이 어느덧 더 큰 성취감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뇌를 얕게나마 마주하면서, 논문을 쓰는 것 이외에도 우리의 생각과 의식이 어디에서부터 오는지,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해 연구 외적인 고민도 많이 하면서 제 존재에 대해 반추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경험은 가치있는 일입니다. 자신감이 없어서 또는 이게 나에게 맞을지 불확실함에 걱정이 되어서라기보단, 우리가 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고, 그래서 그 무엇에 대해 우리의 생각이나 기호가 닿을 수 없는 것 뿐인 것 같습니다. 저는 어쩌면 빠르게 대학원에 진학했고, 졸업했고, 해외포닥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매 순간에 매우 만족하며 지내 왔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연구기관에서 연구하는 것이 실제 제품이 되기까지 얼마나 동떨어져 있을지 궁금하다. 산업계에서도 있어보면 좋을 것 같다’ 또는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하다 보니 ‘이 분야 말고도 내가 관심있는 분야가 정말 많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시간에 구애받지 마시고 많은 것을 좋아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중 무엇인가 마음을 동하게 하는 것이 있으면, 그곳에서 시간을 들여 경험하시고, 많은 고민을 하고, 두려워 말고 내 다음 미래를 선택하시면 좋겠습니다. 현재가 행복하면 과거의 선택은 모두 지금의 행복한 나를 만든 옳은 선택이 된다고 믿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바이오 분야는 미지의 영역인 것 같습니다. 제가 잘 몰라서 더 그런 것도 있어요. 더 알고 싶어하던 중, 운이 좋게도 MIT로 포닥을 오게 되어 소화기관의 내과적 치료 및 세포치료제 기술들을 접하며 분야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분들과 제 전문 분야를 융합하여,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과 행복을 선사하는 연구자가 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의사가 되겠다고 연구실을 뛰쳐나갔다 돌아온 학부연구생을 맞이해 주시고, 긴 박사과정을 지도해 주신 박장웅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이 연구가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제가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을 알게 해 주신 세브란스병원의 장진우 교수님, 정현호 교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제가 미국에 있게 되어 불편한 점이 많았을 텐데 논문의 리비전을 너무 성심껏 도와준 용원이 은지, 그리고 힘이 되어준 모든 연구실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표합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세계는 무대, 나는 배우’ 라는 말과 함께 제가 하고자 하는 것들을 모두 응원해주신 부모님께, 여기서나마 감사하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neural interface
# 3D printing
# liquid metals
관련 링크
관련분야 논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