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물리적으로 동일한 강도의 힘에 대해 우리 몸에 손상이 주어질 때, 누군가는 매우 아프다고 표현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참을 만하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개인차는 통증이 우리의 뇌가 통증 경험을 개인마다 다르게 재구성하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또한 뇌 통증을 유전학적으로 접근하는 연구자들은 단일염기다형성 (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s)에 따라 통증자극에 대한 반응이 달라진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하지만 통증의 개인차가 뇌 활동의 결과물인지, 유전자형의 차이 때문인지, 아니면 이 둘의 상호작용 때문인지 알려진 바가 거의 없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통증 경험의 주관성(subjectivity)에 초점을 두고 지각된 통증의 두 가지 강도, 즉, 고강도 vs. 저강도에 따라 뇌의 반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각 연관 실험모델(percept-related experimental paradigm)’을 고안하였습니다. 19~45세 성인 피험자 105명이 본 과제를 수행할 때 보이는 혈중산소의존 (Blood-oxygen-level-dependent) 신호의 변화량을 기능뇌영상 (functional MRI)을 통해 측정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통증 처리의 세 가지 요소 즉, 1) 감각 요소, 2) 인지적 요소, 그리고 3) 정서 요소가 다르게 고강도 통증과 저강도 통증 처리에 관여한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또한 타액(salivary sample)에서 수집하여 통증유전자로 알려진 뮤1 오피오이드 수용체 유전자(opioid receptor mu 1; OPRM1)와 카테콜-오-메틸트란스피라제 유전자 (catechol-O-methyltransferase; COMT)가 유전자형에 따른 뇌 활동성의 차이를 살펴보았습니다. 그 결과, OPRM1 유전자형은 통증의 감각 요소와 관련한 후부 섬피질(posterior insular cortex)과 인지 요소와 관련한 상 두정엽(superior temporal gyrus)/모이랑(angular gyrus)의 뇌 활동과 COMT 유전자형은 통증의 감각과 정서 요소와 관련한 전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의 뇌활동과 연관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특히, 통증 처리 기능과 담당하여 논쟁의 중심에 있는 전대상피질이 뮤1 유전자와 카테콜 유전자가 공통적으로 통증 영향을 주는 뇌 영역이라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뇌기능과 유전적 측면에서 살펴볼 때 전대상피질이 통증을 적절하게 치료하고 중재하는 데 타겟이 되어야 하는 뇌 영역임을 제안하였습니다.
본 연구를 진행하는데 몇 가지 어려운 점이 있었는데, 한가지는 통증 자극을 어떻게 전달할지 결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통증 자극을 커프 활용한 압력 혹은 레이저를 활용한 열로 전달할 수 있는데, 각각의 경우 말초 신경계에서 다른 신경세포들이 활성을 통한 감각활동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입니다. 또한 임상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환자군에서 만성통증의 기전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경우는 외부자극보다는 신경적 변화로 인한 신체 내부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본 연구는 이를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실험이 통증과 연관되다 보니, 실험 준비단계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보통의 인지과제 실험보다 피험자들의 낙오율이 높은 편이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한국뇌연구원의 뇌발달영상 연구실에 진행되었습니다. 2009년 뇌연구 촉진법에 근거하여 설립된 한국뇌연구원은 인류가 극복해야할 미지의 영역인 뇌에 관해 연구주제에 따라 8개의 연구그룹이 활발하게 뇌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인지과학그룹 정민영 박사님의 뇌발달영상연구실(BDIL Brain Development Imaging Lab)에서 뇌영상기술, 유전학, 후성유전학과 같은 최신 연구법을 통합해 소아·청소년의 뇌발달과 신경발달장애의 기전을 이해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같이 음악하기를 할 때 아동과 양육자의 뇌 활동의 동기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하이퍼스캐닝 연구와 아동 얼굴 감정인식 연구를 통한 디지털치료 기기 개발 등 저희가 진행하는 연구가 단순히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를 통해 우리의 삶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고자 연구실 식구들이 모두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뇌, 특히 인간의 뇌를 이해하기하기 위해서는 학제간 연구가 필수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제가 좋아하는 허친슨의 책 ‘Cognition in the wild’을 보면 심리학과 인류학의 경계를 허물음으로써 인간 인지의 문화적 속성의 중요성에 대해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인지과학 적 발견의 새로운 의미와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제가 이번에 진행한 통증연구도 유전학과 뇌과학의 통합함으로써 우리가 통증의 주관성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공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학문간 장벽을 허물기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을 알게될 때, 그리고 새로운 지식을 다른 학문 분야로 번역할 수 있을 때 연구자로써 보람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학제간 연구의 중요성을 전도(?)하는 사람으로써, 내가 하는 연구 분야 외에도 다른 학문에 대한 개방적인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세상을 알게 되는 경험을 하시게 될 것입니다. 연구를 하다 보면 실패를 경험하기 마련입니다. 연구에 쏟아 부은 노력과 시간이 허무하게 느껴지는 순간도 때때로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낙담하지 마시고 실패 또한 연구의 일부분이라 여기시고 이에 대한 탄성력을 가지시길 빕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지금 사회성 유전자라고 알려진 오피오이도 수용체 유전자와 바소프레신 유전자의 후생유전학적 변화와 감각정보 처리와 관련한 뇌변화가 자폐 아동에게서 어떻게 일어나는 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마무리를 하는 것이 지금 현재 실현가능한 단기 계획 중의 하나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음악도였던 저를 학제간 연구인 음악인지의 세계로 인도해 주셨던 채현경, 최재천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음악과 신경과학을 융합하는 방법을 알려주셨던 저의 멘토 오하이오 주립대 우도 윌(Udo Will), 조지아 비숍(Goergia Bishop)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소아 청소년기에 음악하기라는 환경이 어떻게 유전자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더불어 어떤 뇌발달이 일어나는지를 고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신 저의 멘토이신 뇌발달영상 연구실의 정민영 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같이 즐겁게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이선경 박사님, 노지형 선생님, 배지현 선생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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