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mRNA는 긴 단일 가닥 RNA 분자로, DNA에 보관된 유전 정보를 단백질에 전달하는 바이오분자 매개체입니다. 지난 30년간 생화학 기술의 발전에 따라 mRNA의 생성, 조절 및 기능에 관한 괄목할 만한 지식의 진보가 있었으며, 이를 활용한 유전자 치료제 및 첨단 백신 기술들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 백신의 mRNA는 약 4,000개의 RNA 분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코로나 스파이크 유전자의 단백질 생산을 조절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설계 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mRNA 백신을 개발한 연구자들이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이번 논문은 mRNA 생성, 조절 및 기능에 핵심 요소인 mRNA 꼬리에 관한 연구입니다. mRNA는 말단에 50-150개의 아데닌 염기로 구성된 긴 꼬리를 갖는데, mRNA를 보호하고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동안 이 꼬리는 아데닌으로만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난 연구에서 비 아데닌 염기가 추가된 ‘혼합 꼬리(Mixed tail)’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고하였고, 이 혼합 꼬리가 mRNA의 분해를 막는 역할을 하여 유전자 활성을 높이는 데 기여함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mRNA 꼬리의 이러한 특이적인 형태로 인해 RNA 분해 속도 등 정량적 분석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mRNA 꼬리의 분해는 하나의 생화학 과정이 아니라 50-150개 RNA 분자의 연속적인 분해 과정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연속적인 과정을 정량적으로 규명하기 위한 단일핵산 분석법이 중요하며, 이 분석법은 비 아데닌 염기를 포함한 mRNA 혼합 꼬리의 조절 기전 연구에 필요합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mRNA 꼬리 조절 연구를 위한 단일핵산 분석법을 개발하였고, 이를 활용하여 세계 최초로 mRNA 꼬리가 분해되는 속도를 단일핵산 단위로 측정하는데 성공하였으며, 이를 통하여 mRNA 꼬리의 새로운 분해 기전을 규명하였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mRNA 꼬리 연구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mRNA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위한 핵심 분석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암연구소 Eugene Valkov 박사 연구팀의 2019년 RNA 꼬리에 대한 생화학 실험 논문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논문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IBS RNA 연구단 정윤석 박사과 함께 수학 모델링 및 분석 방법론을 개발하는데 성공을 하였으며, IBS RNA 연구단 김 빛내리 단장님의 지도하에 mRNA 꼬리 분해 기전 및 혼합 꼬리의 저항성에 관한 국제 공동연구를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연구는 분자생물학, 생화학 및 수학 분야로 구성된 융합 연구로 바이오공학 및 첨단바이오를 위한 공동연구의 중요성을 시사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번 연구는 제가 기초과학연구원 (IBS) RNA 연구단의 김빛내리 단장님 실험실 (https://narrykim.org/en/)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있었을 때 시작하였으며, 그 이후 한국과학기술원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계산분자생물학 실험실 (https://young.kaist.ac.kr/)을 새롭게 만들면서 논문 리비젼 및 마무리를 했습니다. IBS RNA 연구단은 분자생물학, 생화학, 구조생물학 및 바이오정보학의 최고 연구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김빛내리 단장님의 지도하에 기초생물학 분야의 여러 난제들에 도전하는 연구단입니다. 학사/석사/박사 학위 모두 전산학을 전공한 저에게는 큰 배움의 시간이었고 공간이었습니다. 특히, 단장님과 같이 장인 정신으로 한 땀 한 땀 연구와 논문을 완성했던 경험은 연구자의 바른 자세뿐만 아니라 현재 KAIST 계산분자생물학 실험실의 연구 철학을 찾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현재 KAIST 계산분자생물학 실험실은 총 9명의 석사/박사과정 학생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창의적인 집단 지성을 위해 요구되는 다양성을 중요시하는 실험실입니다. 학생들은 각기 다른 면에서 장점들을 가지고 있으며, 바이오정보 연구에서 필요한 전산학, 응용통계, 데이터 사이언스 및 인공지능 기술들을 정규 수업뿐만 아니라 실험실 자체 교육과정을 통해서도 습득합니다. 최근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석 기술의 발전은 바이오공학 및 첨단 신약 개발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앞으로 KAIST 계산분자생물학 실험실이 더욱 창의적인 바이오공학 실험실이 되길 바라며, 이번 연구에 더하여 조만간 더 좋은 연구 결과들을 소개할 수 있길 바랍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이번 연구를 통해 집단 지성과 공동 연구의 중요성을 한번 더 느꼈습니다. 저에게 분자생물학은 상당히 흥미롭지만 그에 못지않게 어려운 학문 분야입니다. 수학이나 전산학에 비해 불명확한 부분이 많고, 석학들 사이에서 논란 중인 난제들도 많습니다. mRNA 꼬리 연구도 고등학교 생물학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중요지만, 아직 풀리지 않는 문제들이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공학 기술이 요구되며 창의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합니다. 이번 연구는 공동저자 외에 이혜림 박사, 백경민 박사, 그리고 주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최초로 단일핵산 단위 수학 모델링에 기반한 정량적 분석 기술을 개발하고 mRNA 꼬리의 새로운 분해 기전을 규명했다는 점에 큰 자부심과 보람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학부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초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제 연구와 관련 있는 기초 공부론 알고리즘, 기계학습, 이산 수학, 기초 통계학, 유전학, 세포생물학 등이 있습니다. 때로 너무 기초인 나머지 스스로 알고 있다고 착각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는 연구 수행에 큰 걸림돌이 됩니다. 학부과정에서 미비했던 기초 공부를 대학원에서 보완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학원생 시절에 통계학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함을 발견하고, 오전에는 논문 읽고, 오후에는 연구하고, 저녁에는 기초 및 응용 통계학을 공부한 경험이 있습니다. 최신 연구 트렌드는 바뀌지만 기초는 바뀌지 않으며, 기초가 탄탄하면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더 잘 따라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성공 혹은 실패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아니라 연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제가 수강한 대부분의 수학 또는 전산학 수업은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했습니다. 수학 문제를 풀 때 과정 없이 정답만 적으면 빵점을 받았고, 정답을 맞추지 못했어도 과정이 맞았다면 거의 만점을 받았습니다. 전산학 수업에서도 작성한 프로그램이 정확하게 실행되지 않더라도 코드를 작성한 과정이 과제의 핵심을 찔렀다면 큰 부분 점수를 받았습니다. 논문의 개수 및 임팩트 팩터(Impact Factor)로 연구자의 성공과 실패를 정의하는 것보다도 본인의 열정을 담아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끝임없이 성장하는 스스로를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KAIST 계산분자생물학 실험실에서는 인공지능 기반 바이오소재 설계 플랫폼을 최종 목표로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신 인공지능 기술과 바이오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거의 무한으로 가능한 설계 조합 중에서 유력한 후보 물질들을 설계하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200개의 RNA 분자로 구성된 RNA 치료제를 설계한다면, 대략 2.58 x 10120의 설계 가능한 경우의 수가 있습니다. 이는, 현재 관측 가능한 우주의 원자 개수인 1080 보다 훨씬 더 큰 수이고, 지구상의 모든 연구 자원을 활용한다고 해도 가능한 모든 서열 조합을 실험적으로 검증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바이오소재에 대한 효율적인 설계 기술이 필요하며, 이를 위하여 바이오 빅데이터를 탐색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KAIST 계산분자생물학 실험실에서는 유능한 박사후 연구원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RNA 공학이나 바이오소재 설계 플랫폼에 관하여 관심 있으신 분들은 간단한 자기 소개와 이력서를 이메일(youngl@kaist.ac.kr)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에서 4월 1일 대학원 오픈랩을 개최합니다. 대학원 입시 설명회, 연구 포스터 발표회, 개별 연구실 방문 등 다양한 일정들을 준비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mRNA 꼬리
# 단일핵산 분석법
# 계산분자생물학
관련 링크
관련분야 연구자보기
관련분야 논문보기
해당논문 저자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