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특발성 폐섬유증, Idiopathic pulmonary fibrosis (IPF),는 호흡기 질환 중에서도 매우 사망률이 높은 질환입니다. 40~50대 이상의 성인에서 호발하여 만성적으로 진행하는 폐 실질의 섬유화로 인해, 결과적으로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릅니다. 현재 Pirfenidone, Nintedanib이라는 2가지 FDA 승인된 약물이 있으나 완치가 아닌 진행을 늦추는 개념으로, 아직 생존 기간이 3~5년에 그치는 질환입니다. 현재까지도 완치를 위한 치료는 폐 이식 외에는 없어, 치료제 연구가 지금 굉장히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입니다.
IPF는 폐 상피세포나 섬유모세포에서 Autophagy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는데, 배수한 교수님 연구실에서 기존에 연구하던 ezetimibe라는 항콜레스테롤 약이 기존 연구를 통해 autophagy 활성제로 사용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어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폐 섬유화는 최근에 전 세계적으로 COVID를 겪으면서, COVID의 후유증의 측면에서 많은 연구자들의 관심을 받게 된 분야입니다. IPF는 어떤 염증과 같은 특정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폐 섬유화의 기전에서도 가장 ‘근본’에 가까운 발병 기전으로 널리 생각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번 연구 결과도 앞으로 더 다양한 질환에 응용 가능할 것이라 기대하며, 무궁무진한 확장의 가능성이 있는 분야입니다.
이 논문에는 제가 처음 세포 모델과 동물 모델부터 모든 실험들을 setup한 결과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Primary lung fibroblast를 isolation하는 실험을 처음 setup할 때, 학생 때 뉴욕 코넬대에서 해외 연수 시절 인연이 있었던 문종석 교수님과 조수정 교수님께 cell culture나 in vitro 실험의 디테일과 관련하여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Ezetimibe의 autophagy 활성화의 기전이 기존에 AMPK와 연관된 것으로 보고된 바가 있었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였었는데, 제 실험 결과에서는 기존에 알려진 AMPK 관련 기전이 관련이 없다는 결과가 처음 나왔을 때에는 정말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후 약의 작용 기전이 제가 납득 가능한 수준까지 설명이 될 수 있도록 교수님을 설득해서 mRNA sequencing을 진행하고 독학으로 alignment부터 최종 분석까지 진행한 것은 결과적으로 이 논문과 저 모두에게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 약의 가능성을 발견한 이후 동 기관의 호흡기내과 김송이 교수님과 지도 교수님이신 배수한 교수님, 그리고 친한 선배인 용인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곽세현 교수님과 함께 임상과 기초 의학을 융합하여 좋은 성과가 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참여해주신 모든 다른 저자분들께도 감사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내과 전공의를 마치고 지난 2020년부터 연세대학교에서 Physician-scientist라는 교내 과정으로 전일제 박사학위과정을 시작하였고, 보건복지부로부터 융합형 의사과학자 지원사업의 <전일제 박사학위과정 지원사업>에서 2020년 7월부터 3년 반 동안 지원받았습니다. 여러 기관과 교수님들의 지원에 힘입어 석박통합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오는 2월 26일에 졸업할 예정입니다.
배수한 교수님 연구실은 Autophagy를 주 타겟으로 하여, 기존에는 대사이상관련 지방간 질환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표적 단백질과 치료제 개발을 연구해오던 연구실입니다. 제가 2020년에 이 연구실에 들어온 이후, 특발성 폐섬유증을 타겟으로 한 연구로 연구 분야를 확장하였고, 이외에도 white adipose tissue 등 metabolic dysfunction과 관련이 있는 여러 질환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 결과를 그대로 잘 외워서 적용하는 의사의 일을 하다가, 처음 연구실에 들어왔을 때에는 연구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하는 과정이 어색하게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의사의 입장에서는 아주 강한 근거 수준 이하의 연구는 항상 의심해왔기 때문에, 불확실한 결과를 예측해서 세포나 동물 실험을 준비하는 과정이 처음에는 도박처럼 느껴 지기도 하고, 제 결과를 스스로 의심하면서 혼란스러웠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새로운 연구 가설이라는 것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천재성 같은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의대 교수님들은 항상 논문 쓸 거리는 많은데 쓸 시간이 없어서 같이 쓸 사람을 찾는다고 하시는 분이 참 많았는데, 이제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이 분야에 있어서는 나름대로 중개연구를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 것 같습니다.
연구실에 계시던 박정수 박사님이나, 지금도 계시는 이다현, 이유설 박사님들이 저의 롤모델로, 그리고 가까운 조언자로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실험이 실패하거나 디자인에 고민이 될 때 여러 조언을 아끼지 않고 도움을 주셔서 감사드리고, 또 실험 외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주셔서 항상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연구실에 들어와서 같이 연구를 진행한 한지수 선생님과, 제 뒤를 이어 들어온 유병훈 선생님께도 저의 여러 부족한 면을 이해해주고 같이 연구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기초 의학이 아닌 중개연구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임상 경험이 있는 의사들이 대학원 학위과정의 트레이닝을 통해 의사과학자로 성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통받던 환자, 보호자들과 교감해본 사람들만 가질 수 있는 통찰과 진심의 가치를 믿기 때문입니다. 국가적으로 여러 측면에서 지원을 받고 있는 이런 시기에, 의사과학자의 길에 관심을 많이 가지시고 각자의 대학 뿐만 아니라 여러 과학기술원 등의 전문 기관에서 연구 기회를 찾아보시면 좋겠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미 구축된 primary fibroblast나 단순한 bleomycin 폐 섬유증 모델 외에도 현재 A549 cell line의 CRISPR/Cas9를 이용한 knockout cell-line 제작 등의 내용을 구축 완료한 상태로, 저는 이번 2월에 졸업해서 이 연구실을 나가지만 이후로도 지도 교수님을 포함한 여러 교수님들과 공동연구를 지속해 나갈 계획입니다.
임상적으로도 여러 연구 결과를 실제 임상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여러 진단, 치료를 위한 타겟을 발굴하는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며, 발견된 기전을 바탕으로 여러 임상적 적용점을 발견하는 연구를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 지면을 빌어 저를 본과 학생시절부터 연구의 기회를 다양하게 마련해주신 김영삼 교수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교수님 덕분에 제가 본과 1학년 때 처음 연구 멘토링을 신청했을 때처럼, 이제 비로소 임상 연구와 기초 연구를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Physician-scientist라는 생소한 과정의 학생을 연구실에 흔쾌히 받아 주시고, 흔히 말하는 Wet LAB에서의 연구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지도해주시고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저의 지도교수님, 배수한 교수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국내 최고의 폐 이식 권위자로서 폐 조직 샘플을 확보하는 데에 아낌없는 도움을 주신 흉부외과 이진구 교수님과, 연구 미팅에서 조직학적인 분석을 포함해서 연구 전반에 아낌없는 조언을 주신 병리과 임범진 교수님께도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학문에 몰두하고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제가 스스로 의문을 가지고 흔들릴 때에 저에게 항상 변함없는 믿음을 보내준 제 아내 원봄이에게 진심을 담아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Autophagy
#Translational medicine
#Idiopathic pulmonary fibro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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