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페롭토시스(Ferroptosis)는 철 (iron) 의존적인 프로그램 된 세포 사멸로, 철 및 활성 산소에 의한 Fenton 반응에 의해 세포막이나 세포 소기관 막의 지질이 과산화되어 유도되는 세포 사멸의 한 형태입니다. 이 용어는 2012년 Brent Stockwell 연구 그룹에 의해 처음으로 명명되었으며, 암을 비롯한 다양한 질병 과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로 인해 최근에 큰 관심을 받으며 크게 확장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페롭토시스는 여러 대사 경로를 통해 조절될 수 있으며, 특히, 셀레늄에 의한 셀레노시스테인(selenocysteine) 합성은 GPX4를 포함한 25개의 셀레노단백질(selenoprotein)을 생성하여 페롭토시스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논문에서 발견한 중요한 점을 크게 2가지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셀레노시스테인 합성대사경로 상의 중간 생성물로만 여겨져 왔던 셀렌화수소가 SQOR이라는 효소를 통해서 코엔자임 Q10 (ubiquinone)에 전자를 전달하여, 환원된 형태의 코엔자임 Q10 (ubiquinol)을 만들어 과산화 지질 레벨을 낮추어 세포를 페롭토시스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래 그림1). 그리고 페롭토시스 분야에서 xCT (시스틴을 세포내로 받아들이는 수송체)가 GPX4 활성에 필요한 glutathione을 생성하여 페롭토시스를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 논문과 저희의 이전 논문들을 통해서 (Carlisle*&Lee* et al., 2020, Nature Metabolism; Lee et al., 2020, Oncogene; Lee et al., 2021, Antioxidants; Lee et al., 2022, Methods in Enzymology) xCT가 세포 외부의 환경을 환원적 환경으로 만들어 selenite를 selenide로 환원시켜 세포 내부로 들어가게 만들어 셀레노단백질 합성에 필요한 셀레노시스테인의 레벨을 높여 GPX4 를 포함한 셀레노 단백질 발현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증명하였습니다 (아래 그림 2).
<그림1.셀레늄의 세포내 항페롭토시스 기전. 파란박스-셀레늄 생물학분야에 기존에 알려진 기전/ 빨간박스-이 논문을 통해 새롭게 밝힌 기전, 출처: Lee*&Park* et al., 2024, Nature Metabolism>
<그림2. 페롭토시스를 조절하는 xCT의 역할. 기존 연구들에서 xCT가 glutathione (GSH)를 생성하여 GPX4 단백질 활성을 높이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보고가 되어 왔음. 이 논문과 이전 논문들을 통해서 xCT가 GPX4 활성뿐 아니라 셀레노단백질 합성을 높을 수 있다는 것을 발표함. Created with Biorender>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University of Massachusetts Chan Medical School은 보스톤에서 차로 50분거리인 Worcester에 위치 해 있습니다. 연구환경이 우수하고, 관심이 있다면 Boston에 있는 science community (NEBS, KASBP)에서 활동도 가능합니다. RNA 분야로 유명한 실험실들이 많고, metabolism 연구를 하는 우수한 랩들도 많이 있습니다. 제 포스닥 지도교수님이셨던 김도훈 교수님이 co-organizer로 구축하고 있는 UMass Metabolic Network (https://www.umassmed.edu/metnet/) 가 교내에 형성 되어있어 대사분야에서 유명한 교수님들의 세미나를 주기적으로 개최하고, 의과대학 내 실험실간 공동연구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대사 연구 분야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서 관심 가질 만한 기관이라 생각합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위 논문은 2022년 2월에 처음으로 Nature에 제출하였고, 리뷰어로부터 대부분 실험을 요하는 33개의 코멘트를 받았습니다. 오랜 기간동안 리비젼 실험을 하여 다시 제출하여 2명의 리뷰어의 승인을 받았으나, 새로 추가된 리뷰어의 부정적 의견으로 인해 Nature Metabolism 저널에 다시 제출하고, 리비전을 거쳐 최종적으로 게재가 되었습니다. 현재 논문 데이터의 80% 이상은 Nature 리비젼 과정에서 추가되거나 업데이트된 내용입니다. 이 과정은 힘들었지만, 공동 1저자인 박성진 박사님, 공동 교신저자인 김도훈 교수님을 비롯한 공동저자들이 많은 도움을 주셔서 건설적인 방향으로 일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작년부터 현재까지 이 논문과 관련된 연구 내용을 EMBO ferroptosis meeting, Boston/Harvard Cell Death Initiative Discussion session, UMMS세미나, 하이원 신약학회 등에서 발표하고 있습니다. 발표 후에는 페롭토시스 및 암 대사 연구에 관심 있는 다양한 연구자들로부터 질문과 관심을 많이 받았습니다. 때로는 연구 결과에 대한 큰 칭찬도 받아 보람을 느낍니다. 그리고 연구 활동의 한 부분으로 학회에서 제가 읽었던 논문의 저자로만 알고 있던 연구자들과의 만나 서로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공동연구로 이어지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연구를 하는 즐거움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이전에 오랜 경륜과 우수한 연구 성과를 내신 연구자분들께서 BRIC 인터뷰를 통해서 많은 도움의 말씀들을 전해 주셨습니다. 그에 비해 아직 부족한 제가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할지 고민이 되었지만,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연구를 할 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 중 두가지를 나누고 싶습니다.
1)의미 없는 시간은 없다: 연구를 하다 보면 프로젝트가 엎어지는 순간들이 있고, 하던 실험들인 artifact라고 판명나기도 합니다. 그 순간에는 그간 헛된 시간을 보냈다는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그러나 지나고 나면 그 실패의 경험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결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하루 내공을 쌓아간다는 생각으로 연구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일희일비 하지 않는게 쉽지는 않습니다^^;). 관련하여 제 경험을 하나 나누고 싶습니다. 처음 포닥을 시작할 때 세포에 permeable 한 형태의 L-cysteine을 세포에 처리하였을 때 세포 독성이 보이는 현상을 확인하여, L-cysteine대사 경로에 있는 독성대사체에 대한 연구를 위해 비교적 오랜 시간 투자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L-cysteine 대사경로에 있는 효소들을 각각 KO을 해보았지만 독성을 줄이거나 늘이는 변화를 주는 효소를 전혀 찾을 수 없어 프로젝트가 오리무중에 빠지고 있었습니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다가 결국에는 이 현상은 시약이 안정적이지 못해 나타난 artifact 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어 많은 실망을 한적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신기하게도 그 당시 L-cysteine 대사를 연구하면서 관련 대사경로에 있는 sulfur를 포함하는 대사체들에 대해서 공부했던 내용들이, 제가 이후에 셀레노시스테인 대사경로를 연구할 때 sulfur와 selenium과 유사한 화학적 특징을 보인다는 점을 활용하여 selenium detection method를 개발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Carles*&Lee* et al., 2020, Nature metabolism). 이번 한빛사에 소개된 논문의 리비젼 과정에서도 sulfur 포함 대사경로에 관한 질문들을 받았을 때 이전에 만들어 둔 tool들과 쌓은 지식들이 활용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쓸모없을 것 같았던 프로젝트의 경험이 다른 방법으로 활용이 될 수 있습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는 잘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시행착오들이 쌓여가고 있음을 늘 기억하고 묵묵하게 꾸준히 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2)조력자를 찾고, 적극적으로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두번째로는 용기를 내어 사람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기를 권해 드립니다. 연구를 할수록 interpersonal skill이 많이 필요 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학회 참석할 기회가 있으면, 평소 논문을 통해서 알던 연구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을 하려고 노력하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조력자를 찾기도 하고, 공동연구가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저의 경우 약 2년 전 하와이에서 열림 Selenium 학회에 참석하여, 우연히 FSP1를 새로운 ferroptosis regulator로 밝힌 UC Berkely의 James Olzmann 교수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후 James 교수님께 연구 내용을 발표하고 feedback을 받고 싶다는 요청을 드리니, 실험실 랩미팅 때에 발표할 기회를 주시고 이후 collaboration이 성사가 되어, lipid 분석을 맡아 주셨습니다. 때로는 “E”(MBTI 유형)가 되는 것이 연구에서 유리한 순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작년 9월부터 단국대학교 의생명공학부에서 제 실험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희실험실에서는 세포 내에서 생성이 되는 중간 대사물들이 어떻게 세포의 삶과 사멸을 조절하는지 연구하고, 이를 통해 암 및 대사관련 질환 치료에 활용하는 방법을 찾고자 합니다. 혹시 관련하여 함께 연구를 해보고 싶은 연구원이나 학생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연락 부탁드립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 연구가 마무리 되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먼저 포스닥 기간동안 지도해 주신 김도훈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김도훈 교수님을 통해 창의적인 concept들을 어떻게 생각해내고 프로젝트를 이끄는지 암 독성화 관련 프로젝트들을 고안해 내는 과정을 보며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고급 기술들을 시도해 보고 싶다고 했을 때 늘 지원해 주시고, ferroptosis라는 새로운 분야로 뛰어들 때에도 제약을 두지 않으시고 시도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여러 모양으로 마음 써 주시며 따뜻하게 대해주신 사모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리비젼 중 개인적인 일정 및 건강상의 문제로 한국을 수개월동안 오가게 되었을 때 리비젼을 끝까지 마무리 할수 있게 함께 일해온 박성진 박사님께도 감사합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오랜 시간 랩 생활을 함께한 랩메이트 Anne, Meghan, Mihir 에게 감사합니다. 이 논문에서 중요한 부분인 ubiquinol/none 측정과 중요한 코멘트들을 해준 Jessica Spinelli 교수님과 Tenzin에게도 감사합니다. 그리고 lipid 분석에 도움을 주신 UC Berkely의 James Olzmann 교수님과 Mike Lange 박사님께도 감사합니다. 그리고 박테리아 관련 실험에 대해서 advise 및 일부 실험을 test 해 주신 MIT 송요셉 박사님, 페롭토시스 조절 경로 탐색을 위한 분석에 도움 주신 스탠다임의 한대희 박사님, 김주연 박사님, 김태용 박사님, 김동인 박사님, 그리고 여러 프로젝트들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던 Paul Greer 교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포스닥 기간동안 많은 고민들을 함께 나누어 주셨던 UMass KBS, NEBS 박사님들과 UMass 김영환 교수님, Jason Kim 교수님, 심재혁 교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늘 격려해주시고, 응원해 주시던 박사과정 지도교수님이신 최관용 교수님, 공동 지도교수님 이신 김경태 교수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가 스스로 생각하는 저의 가능성보다 훨씬 더 크게 봐주시고 격려 해주시고 조언주신 카이스트 이승재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늘 따듯하게 맞아 주시고 기도해주신 경북대 김정상, 임진규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늘 응원과 도움을 아끼지 않던 권정희 박사님, 류혜국 박사님을 비롯하여 cancer metabolism 연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셨던 SPB 실험실 선배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버팀목이 되어준 가족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저에게 주어진 길을 용기 있게 갈수 있도록 기도해주시는 존경하는 어머니 아버지, 연구에 집중을 할 수 있도록 늘 배려를 해 주시는 시부모님, 늘 응원해주는 언니, 동생 가족분들 그리고 함께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남편에게 감사합니다. 이 모든 만남, 걸음을 인도해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위: UMass Korean Biomedical Society, NEBS 임원진 단체 사진/ 아래: 랩원 (Anne, Meghan, Mihir, Austin, 김도훈 교수님) 및 공동연구자들과(James 교수님, Tenzin) 함께 찍은 사진들>
#세포대사
# 페롭토시스
# 셀레늄
관련 링크
소속기관 논문보기
관련분야 논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