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해당 논문은 인간 유전체 내 이동성 유전인자 중 하나인 Alu 요소에 의한 유전자 조절 연구입니다. 인간 유전체 중 약 절반은 Alu와 같은 이동성 유전인자로 이루어져 있지만 굉장히 큰 비중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생물학적 기능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많이 없습니다. Alu 요소는 길이가 300 뉴클레오타이드 정도로 짧고, 백만 개 정도의 복제 수가 많아 유전자 내에 삽입되어 같이 mRNA로 전사될 수 있습니다. 특히, 반대 방향으로 삽입된 Alu 쌍은 서열이 상보적이므로 이중나선 RNA 헤어핀 구조(Inverted Alu repeats; IRAlus)를 이룰 수 있고, 해당 구조는 다양한 이중나선 RNA 결합 단백질과 상호작용하여 생물학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08년, 3′ UTR에 삽입된 IRAlus 이중나선 RNA 구조가 NONO 단백질과 결합하고 핵 소기관 중 하나인 파라스페클에 갇혀 mRNA의 단백질 번역이 저해되는 현상이 보고되었습니다. 그 이래로 관련 분자생물학 기작 연구는 여러차례 수행되었으나 질병에서의 기여 등 생물학적 중요성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한 번도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최초 연구에서는 약 333개 유전자에서 해당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저희 연구실의 사전 연구에 따르면 검증한 유전자 중 절반 정도는 해당 유전자 발현 억제 현상이 일어나지 않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기능적 3′ UTR IRAlus를 가지는 유전자 목록을 완성하였으며, 더 나아가 종양 형성 기전 및 퇴행성 뇌질환을 유발하는, Alu 이동성 유전인자로 인한 새로운 유전자 조절 기전을 제시하였습니다.

RNA는 RNA 결합 단백질과 결합하여 다양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중나선 RNA는 선천면역반응 및 유전자 발현 조절 등에 중요한데, 이중나선 RNA 결합 단백질은 서열 모티프가 아니라 구조적 특징을 바탕으로 결합하므로 여러 이중나선 RNA와 결합 단백질들이 복잡한 상호작용 네트워크를 이룹니다. 그러므로 이중나선 RNA에 의한 생물학적 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단일 요소만이 아니라 여러 상호작용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IRAlus는 인간 이중나선 RNA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물질로, 이중나선 RNA에 의한 다양한 생물학적 현상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아직 밝혀진 것 보다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더 많은 분야인만큼, 이번 연구가 이중나선 RNA로 인한 다양한 생물학적 기능을 규명하여 암 및 퇴행성 뇌질환 뿐만 아니라 여러 난치성 질환을 치료하는 데에 있어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번 연구는 한국과학기술원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김유식 교수님 연구실 (https://sites.google.com/view/reallab)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며 진행하였으며, 바이오및뇌공학과 이영석 교수님 연구실과의 공동연구로 수행되었습니다. 지도교수이신 김유식 교수님께서는 학생 한 명 한 명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요시 여기시고, 학생들에게 연구하고 논문쓰는 즐거움을 알려주기 위해 언제나 고민하시는 분입니다. 지도교수님의 지도로 많은 즐거움을 알 수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많은 가르침을 받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지도교수님의 지도 아래 연구에 열정적인 학생들이 모여서 좋은 연구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입니다. 이번에 한빛사에 소개된 제 연구 외에도 많은 흥미로운 연구들도 조만간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하면서 느끼는 점은 주변과의 관계가 참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연구자로서의 삶은 제 생각에 스스로 매몰되기 쉬운 환경인 것 같습니다. 아주 간단한 실수도 눈치채지 못할 때도 있고, 알면서도 합리화를 하는 경우도 잦은 것 같습니다. 그 때마다 주변인과의 관계를 통해 저 스스로와 제 연구를 다잡는 것이 아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제 연구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신 분들 외에도 제게 쓴 소리를 남겨주신 동료 연구자분들에게 제가 다잡을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리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사실 제가 논문을 게재하더라도 과학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지를 제대로 느끼지 못할 때가 있는데, 제가 짚은 내용이 연구 진행에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는 제가 발전에 정말 기여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잘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는 학부 때 화학공학을 전공하였습니다. 우연한 기회로 생물학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지만 대학원을 진학할 때만 하더라도 생물학 강의는 ‘기존에 알려진 연구 내용을 외우는 것’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계산을 통해 모든 것을 수치적으로 분석하는 화학공학과는 달리, 생물학 연구에서는 변인통제가 쉽지 않아 모델링하기가 어렵고 정확한 수치로 답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생물학 연구는 다른 과학 분야보다는 덜 논리적일것이라 생각하였으나 대학원 생활을 시작한지 오래되지 않아 이러한 선입견은 무너지게 되었습니다.

과학 연구는 정확한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설득하는 데에 있습니다. 대부분의 생물학 연구는 딱 맞아떨어지는 것들이 많지 않으므로 오히려 가장 논리적으로 데이터를 제시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설계한 실험이 제대로 내 가설을 뒷받침하는지 계속 의심하고, 필요하다면 동일한 내용을 수없이 다른 방법들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답이 명확한 문제들을 풀어왔던 저에게, 내 가설을 스스로 의심하여 설득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생소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최대한 연구실 경험을 빨리 가지고 스스로의 가설을 의심하는 경험을 최대한 빨리, 그리고 많이 해보는 것을 권합니다. 특히 내가 제시한 실험 설계가 틀렸다는 것을 스스로 발견해내는 경험이 가장 귀중합니다. 때때로 내 연구를 폄하하는 사람으로 빙의되어 나의 데이터를 평가해보고, 내 연구가 정말로 설득력이 있음을 스스로 인정했을 때의 기쁨과 자부심을 경험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해당 연구를 수행하면서 Alu를 비롯한 다양한 이동성 유전인자와 그 생물학적 역할에 대해 더욱 관심이 생겼고, 현재는 보스턴 아동병원 및 하버드 의과대학의 Eunjung Alice Lee 교수님 연구실에서 박사후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유전체 NGS 데이터에서 de novo 이동성 유전인자 삽입에 관하여 선도적인 연구를 하고 있는 그룹으로, 이동성 유전인자 삽입 현상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다양한 생물학적 현상 및 질병과의 연관성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습니다. 유전체 분석 및 새로운 삽입 요소를 탐색하는 것이 주 분석인 이동성 유전인자 연구에서, 이동성 유전인자 RNA와 이로 인한 유전자 발현 조절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접목함으로써 다양한 질병 치료에 획기적인 발전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 연구를 수행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도움을 주신 김유식 교수님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생물학 연구를 시작하면서 거의 모든 것들을 교수님으로부터 배웠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연구자로서의 즐거움을 나눠주시고 여전히 가르침을 주시는 지도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공동 제1저자인 이건용 학생을 포함한 실험실 동료들에게도 큰 감사를 드립니다. 제 연구에 적극적으로 남겨준 여러 피드백과 함께 제 연구가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었습니다.

해당 연구는 여러 교수님과 연구실의 도움을 통해 성공적으로 수행될 수 있었습니다. NGS 분석 뿐만 아니라 연구 내외적으로 많은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이영석 교수님, NPC 모델 실험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한진주 교수님, ALS 질병 모델에서 큰 도움을 주신 임정훈 교수님과 그 연구실 구성원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또, 김진국 교수님 덕분에 ASO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저도 독립적인 연구자로 빨리 성장하여 다른 분들께도 이러한 도움을 나눌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를 항상 응원해주시는 가족들에게도 고맙고 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가족들의 배려 덕분에 제가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친구로, 동료 연구자로, 또 저를 항상 응원하고 위로해주는 아내로, 저에게 항상 의지가 되어주는 아내 김수진 박사에게도 항상 고맙고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