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우리 모두는 가끔씩 "나.. 고민이 있어.. 요즘 사는 게 너무 힘들고 재미가 없어.."와 같은 말을 하게 됩니다. 이 순간, 우리는 자신이 과거에 즐겨했던 일에 대한 흥미와 즐거움이 사라진 것을 깨닫게 되는데, 그것이 ‘무쾌감증(Anhedonia)’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즐겨했던 활동이 이제는 흥미롭지 않게 느껴지고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무쾌감증'의 초기 신호입니다. 특히 대학원생 및 연구원으로써 일을 하고 있는 우리는 이러한 현상이 더 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족이나 친구와의 유대가 약해지고,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도 찾기 힘든 현실 속에서, 무관심과 무력감이 가득한 일상이 펼쳐집니다.
신경생물학의 발전은 무쾌감증이 지금은 너무나도 유명해진 뇌의 도파민 보상경로인 mesolimbic dopamine system에서 중추적인 기능을 하는 중격의지핵(nucleus accumbens, NAc)의 활성 감소의 결과로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Rubin DH, J Am Acad Child Adolesc Psychiatry (2012); Epstein et al., Am J Psychiatry (2006)). 제 연구는 기존 도파민 시스템의 관점에서 살짝 벗어나 무쾌감증을 다른 시각에서 살펴보고자 하였습니다.
전전두엽(medial prefrontal cortex, mPFC)는 이전 한빛사에 소개된 제 연구를 포함하여 최근 많은 연구팀들이 사회적 패배로 인한 우울증 발전에 중요한 뇌영역임이 알려졌습니다 (Kim J et al., Biol Psychiatry (2022); Lorsch, Z. S. et al., Nat Neurosci (2019)). 하지만, 사회적 패배로 인한 우울증이 아닌, 무쾌감증 특이적인 분자 네트워크, 그리고 동일한 수준의 스트레스에서 발생하는 무쾌감증의 개인차이에 대해 밝혀진 것이 없었기 때문에, 저는 이 부분을 규명하는 것을 저의 연구주제로 삼게 되었습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제 연구에 핵심을 관통하는 질문이자 제 머리를 가장 복잡하게 했던 것은 ‘무쾌감증의 개인차이를 어떠한 행동기준으로 나눌 것인지’, 그리고 ‘어떠한 기준으로 무쾌감증을 보이는 개체와 그렇지 않은 개체를 구별할 것인지’ 였습니다. 이전까지 진행된 만성 사회적 패배 스트레스 동물 모델의 경우 제 지도교수님 구자욱 박사님의 멘토이신 Eric J. Nestler 교수님 연구실에서 Nature, Cell, Nature protocols 등에 발표한 명확한 기준이 있었지만, 이번에 제가 새로 사용한 동물모델인 만성 미예측성 스트레스 모델에서는 그러한 기준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어떠한 행동 표현형이 제 모델을 잘 설명할 수 있을지 고민 끝에 비지도학습법을 이용해 나름대로 기준점을 잡아 그 다음으로 충분히 넘어갈 수 있겠다 라는 결과를 얻은 것이 이 논문을 작업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인 것 같습니다.
제 연구의 다른 한 축은 동일한 환경적 스트레스 요인에 의한 무쾌감증의 개인차에 따른 전사체 네트워크를 그리는 것입니다. 앞서 만성 미예측성 스트레스 모델로 인해 발생되는 무쾌감증의 개인차를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를 밝히고자 하였고, 해당 과정에서 전사체 분석을 진행해주신 중앙대학교 설시환 박사님과, 강효정 교수님께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리비전에서도 여러가지 좋은 의견을 받았습니다만, 무쾌감증을 형성하는데 관여하는 전전두엽의 전사체 네트워크와 해당 유전자들을 Rt-qPCR, western 등의 실험기법을 이용해 검증을 하였음에도. 이와 다른 방법으로도 확인하라는 리뷰어의 요청이 처음에는 스스로 납득이 잘 되진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RNA-bulk sequencing 결과를 조금 더 단일세포수준으로 분석을 해보자고 생각되었고, 설시환 박사님과 강효정 교수님의 도움으로 저희가 찾은 유전자 네트워크가 전전두엽 내의 어느 세포 집단에 많이 존재하는지, 특정 layer에 특이적으로 존재하는지 확인하여 저의 연구결과가 더욱 다채로워졌기 때문에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연구는 동물행동 실험에서 출발해, 행동 표현형 특이적인 전사체의 네트워크를 그렸고, 어떠한 뇌영역이 여기에 관여가 되어있는지를 광유전학 및 Fos-CreER 기반 유전자 매핑을 통해 조사하였으며, 바이러스 혹은 약물기법으로 해당 유전자와 그 하위 신호전달을 조절하였을 때 행복감을 다시 느끼는지 행동학적으로 재검증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희 연구실뿐만 아니라, 신경과학 연구의 모토인 ‘From genes to behavior”를 행동(macro-scale)에서부터 시작하여, 이와 연관된 뇌영역(meso-scale)-미세 수준인 유전자(micro-scale)-최종 결과물인 행동의 재검증으로 이어지는 다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연구할 수 있었던 것이 저에게는 가장 즐겁고 행복한 일이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 연구의 대부분은 한국뇌연구원 정서•인지질환 연구그룹 구자욱 박사님 연구실에서 진행되었으며, 전사체 분석은 중앙대학교 생명과학과 강효정 교수님 연구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한국뇌연구원은 ‘뇌 분야에 관한 연구 및 그 이용과 지원에 관한 기능을 수행하고 뇌 분야에서 학계, 연구기관 및 산업계 간의 유기적 협조체제를 유지·발전’을 목적으로 대구에 설립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직할 출연 연구기관입니다. 2년전만 하더라도, 건물이 완전히 준공되지 않았으나, 2022년 우뇌동, 2023년 실용화 센터가 준공이 되어 현재 완전한 연구소의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연구본부 내 8개의 연구그룹이 있고, 연구전략실의 한국뇌은행, 첨단뇌연구장비센터, 실험동물센터에서 연구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최첨단의 연구시설과 장비, 그리고 다양한 연구 지원을 통해 풍족한 연구 환경에서 연구를 할 수 있는 곳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소속된 구자욱 박사님 연구실(행동신경후성유전학 연구실 (Behavioral Neuroepigenetics Lab, BNL))은 다양한 정서, 인지 행동 및 신경정신질환에 대한 신경회로 및 분자 기전을 밝히는 연구들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주요 연구 주제로는 사회성 행동, 스트레스 및 우울증, 약물 중독, 각종 신경정신질환 등이 있으며, 광유전학(optogenetics), 화학유전학(chemogenetics) 등의 신경세포 및 회로 활성 조절, 가상현실(Virtual reality)기반 양광자 현미경(two-photon microscope), 초소형현미경(miniscope), 섬유광도법(fiber photometry), 생체 내 및 뇌절편 전기생리학(in vivo or ex vivo electrophysiology) 등의 신경세포 및 회로 활성 측정, 뇌조직 수준 또는 단일세포 수준 전사체, 후성유전체 분석과 같은 다양한 최신의 연구 방법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와 연구는 한마디로 애증의 관계입니다. 실험을 계획하고 진행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을 때의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 과정은 때로는 극도로 힘들기도 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울증 연구를 하면서 많은 부정적인 의견들을 듣는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쥐가 감정이 있어?"라는 의문이 제기될 때마다 내가 하는 것이 올바른가에 대한 의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또한 실험의 특성상 매일 연구실에 출근해야 하고, 실험의 완료를 위해 휴일이나 주말을 포기해야 할 때가 많아 건강이 소모되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실험에 필요한 쥐의 수가 부족하거나 실험 결과가 예상과 다를 때의 실망과 좌절도 경험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를 계속하는 이유는 원하는 결과를 얻었을 때의 희열과 우연히 얻게 되는 흥미로운 발견 때문입니다. 비록 제 연구가 지금까지는 질병의 치료 등 큰 목표에 직접적인 기여를 하지 못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이 언젠가는 질병의 원인을 밝혀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보다 더 훌륭하고 좋으신 분들이 많아 제가 특별히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이미 충분히 자질을 갖추고 있습니다. 자신을 믿고 도전하는 데 겁먹지 마세요. 자신을 믿고,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끊임없이 도전하고 배우며 성장해 나가길 바랍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 논문은 제가 학위과정을 마무리함과 동시에 박사후연수연구원으로써 처음 선보이는 연구가 되었습니다. 현재 연구실에서 이번 제 논문에 큰 도움을 준 김태은 학생과 함께 재미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어느덧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해당 연구를 재미있게 잘 만들어 다시 한번 한빛사에서 소개되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그동안 제가 우울증에 대해 연구를 2017년 석사 입학부터 현재까지 연구를 진행하면서 이제는 너무 관성적으로 생각하고 실험을 진행하지 않았는가에 대해 요즘 회의적인 시각으로 저를 다시 바라보고 있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좁혀진 시야를 다시 넓혀 더 다양한 실험기법과 아이디어를 통해 재미나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를 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한빛사에 다시 소개되는 이 기회를 통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전 인터뷰 (2022 02. 03) 이후로 2년이 흐른 지금, 다시 한빛사를 통해 제 연구를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이 연구가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제 지도교수님이신 구자욱 박사님과 중앙대학교 강효정 교수님께서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정말 오래 기다리주시고 처음부터 끝까지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신 두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의 이러저러한 많은 요구에도 흔쾌히 전사체 분석에 많은 도움을 주신 설시환 박사님께도 정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연구에 실질적으로 정말 많은 서포트를 해준 김태은, 이준희 선생님께도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를 위해 지원해주시고 함께 해주신 한국뇌연구원 행동신경후성유전학 연구실 구성원 분들, 제 학위 과정과 연구에 지원과 피드백을 주신 DGIST 뇌과학 전공의 오용석, 이효상, 최한경, 서진수 교수님, 그리고 항상 저를 지지해주시는 가족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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