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진화생물학의 주된 목표 중 하나는 생물체가 다양한 환경에서 어떻게 지역적 적응을 통한 진화를 할 수 있는지 그 유전적 기반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다양한 온도, 습도, 조도, 광주기, 강수량, 토양 환경에서 각기 다르게 적응하여 진화한 경우 식물 동종 내에서도 다른 지역으로 바꿔심기 (reciprocal transplants)를 한다면 생존 및 생산능력 (fitness)이 현저하게 저하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fitness trade-off의 유전적 요인을 폭넓은 방법으로 분석하고 증명하여 진화의 실증적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이 현대 진화학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식물의 모델 종인 애기장대 (Arabidopsis thaliana)를 통한 본 연구에서는 상대적으로 춥고 긴 겨울을 보내는 스웨덴 (SW) 산지와 높은 온도와 짧은 겨울을 보내는 이탈리아 (IT) 군락의 생태형을 비교 분석하여 지역적 환경 적응의 유전적 원인을 규명하였습니다. SW 와 IT 생태형의 가장 중요한 유전적 차이 중 하나는 추위 내성에 관여하는 CBF2 유전자입니다. SW 타입은 이 유전자가 정상적 기능을 하는 반면 IT 생태형은 뉴클레오타이드 자연적 결손으로 인해 기능이 소실되어 있었습니다. 따라서 SW 생태형은 추위 내성을 통해 자신의 환경에서는 잘 적응하여 살아가지만 IT 지역으로 옮겨싦기를 한 결과 추위 내성 유전자의 과도한 발현으로 인해 raffinose나 galactinol과 같은 추위 내성에 관련된 수용성 당류들의 과다 생성으로 에너지 손실을 일으켜 생산성 (fecundity)이 현저하게 저하 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반면 IT 생태형은 CBF2의 손실로 인해 오히려 자신의 더운 환경에서는 문제 없이 적응 하여 살아가지만 SW 환경에서는 추위와 결빙 내성 결핍으로 인해 생존율 (survival rate)이 확연히 감소되었습니다.

 해당연구에서는 이 단일 유전자의 차이가 실제로 두 환경에서 fitness trade-off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지 타 환경의 CBF2가 인위적으로 삽입된 식물체를 사용하여 실제 SW 와 IT 필드에서의 생산성과 생존율을 분석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적으로 GMO를 사용하는 방법이지만 유럽에서는 연구목적으로 인위적 유전자 변형 식물체를 자연에서 사용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어 부득이 Near Isogenic Lines (NILs)을 제작하여 사용하여 실험을 진행하였습니다. 그 결과 타 환경의 CBF2 형질로 인한 확실한 fitness 저하가 두 환경 모두에서 확인되었으나 NIL의 유전적 조각에는 CBF2 외에도 다른 여러개의 유전자가 포함되어 있기에 더 정확한 단일 유전자 분석을 위해 CRISPR/Cas9과 T-DNA 삽입을 사용하여 CBF2 돌연변이체를 제작하여 growth chamber 실험을 추가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위하여 수년간 수집된 두 나라의 기후 관련 자료 분석을 토대로 시뮬레이션 환경을 제작하여 연구를 진행 후, 결국 단일 유전자 레벨에서도 fitness가 확연하게 영향을 받는 것이 실험적, 통계적으로 재증명 되었습니다.

 본 연구는 모든 생물 종을 통틀어 단일 유전자내의 돌연변이가 fitness trade-off 와 지역적 적응 (local adaptation)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는 것을 자연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직접적으로 증명한 최초의 연구이며 앞으로의 유전학과 생태학을 기반으로한 진화 생물학 연구에 이론적, 방법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연구를 진행했던 퍼듀대학교 (Purdue University)의 Center for Plant Biology (https://ag.purdue.edu/cpb/index.html)는 생태학부터 유전학, 생식 세포 생물학까지 다양한 분야의 총 36명의 교수진으로 이루어져 폭넓은 식물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기관입니다. 이 곳에서는 식물 연구에 필요한 고속 처리 이미징 기능, 원격 감지, 데이터 관리 등을 탑재한 다양한 환경 제어 Phenotyping 시설과 같은 약 40여개의 전문화 된 연구 핵심 시설들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제가 포닥으로 몸담고 있었던 Dr. Chris Oakley의 진화유전학 연구실에서는 식물의 Cold, freezing, drought 등의 내성과 적응에 관한 연구를 비롯하여 잡종 강세, 식물 교배 체계 진화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에게 있어서의 연구활동은 제 내면에 있는 “E” 와 “I” 성향의 끊임 없는 교류와 시너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과 독일, 미국의 여러 주들에서 연구를 진행하며 세계 각 국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많은 연구자들과 활발하게 토론 및 교제, 협업 등을 통해 유용한 연구 아이디어나 통찰력을 얻어 연구 실적을 향상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미래의 진로와 경력을 위한 네트워크를 쌓아 가는 것은 저의 연구활동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였습니다. 항상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조금 더 부딪히며 더 많은 부분을 배우고자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실험이나 데이터 분석을 하는 나만의 시간에는 세상에 아무도 없는 듯 오롯이 한 곳에 앉아 하루종일 혼자 생각하고 집중해서 실행하고 또 생각하고 실행하는 일을 수없이 반복 하였습니다. 그러한 끊임없는 외부 활동과 내적 집중은 저의 연구에 있어 과학적 의문의 실마리를 찾아가며 많은 오류와 실패를 극복하고 해결해 나가는 두개의 연결된 원동력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제가 밝히고 얻은 연구 결과가 아주 작은 부분이든 큰 부분이든 그 분야에 있어서 언제나 세계 최초의 발견 혹은 진전이라는 생각은 저에게 있어 학자로서의 자긍심과 보람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제가 연구하고 있는 진화유전학 분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폭넓은 분자 생물학 및 생태학 연구 경험과 함께 프로그래밍 기술을 통한 빅데이터의 분석 능력의 조합이라 생각 됩니다. 하지만 넓은 의미에서 생명과학 분야로 인생의 진로를 정하려 하는 후배가 있다면 본인이 무엇을 어떻게 하려하는 가 보다 “왜” 그것을 하려고 하는가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떠한 생물 종이든 어떠한 분야든 생명 활동에 관한 근본적인 지적 호기심과 자기가 관심이 있는 분야를 명확히 파악하고 항상 특정 부분에 독특하고 특별한 의문을 가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서 자신이 가진 과학적인 의문 들을 해결하기 위해 그 부분을 집중해서 공부하고 필요한 정보를 알아보며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과학자의 인생이라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특별히 유학을 준비하는 분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정보”라고 생각됩니다. 지도 교수님 혹은 학회에서의 교류, 또는 특정 분야에서 이미 정진하고 있는 선배 연구자에게서 직접적으로 얻는 (자세한 그리고 최신의) 정보와 노하우는 몇 달 혹은 몇 년의 시행착오를 앞당길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자산입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 플로리다 대학교에서 연구 활동을 하며 발견하게 된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서로 다른 환경이나 기후에 맞게 진화한 식물체내의 감수분열 재조합 패턴 (Meiotic recombination and crossover) 이 다양하게 발현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조만간 저의 연구실을 꾸리게 된다면 현재 제가 하고 있는 다양한 식물 스트레스 내성 및 적응과 관련된 유전적, 후성적 요인과 전사체 및 표현형 변화에 관한 연구 뿐 아니라 기후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감수분열 재조합 패턴과 요인 분석을 통한 식물의 다양성 조절에 관해서도 연구를 진행 할 계획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수년전 유학길에 오르기전 그리고 그 후에도 많은 도움을 주신 제 첫번째 지도 교수님인 오승은 교수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박사과정 지도교수님 이었던 독일의 Ute Kraemer 교수님과, 본 연구를 함께 디자인하고 지도해 준 퍼듀대학의 Chris Oakley 교수님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물론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지금의 자리에서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게 인내와 격려로 지원해 주시는 부모님과 한국의 가족들, 항상 제 곁에서 외국 생활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고 때로는 기쁨을 함께 누리며 언제나 힘이 되어주는 아내,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로 언제나 나를 반겨주는 우리 딸에게 사랑과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