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저희는 전분화능 줄기세포로부터 장 오가노이드로 분화시키고 배양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장 오가노이드는 실제 장 조직의 구조적, 기능적 특성을 잘 모사하고 있어 많은 연구자들이 세포 모델 시스템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장 오가노이드는 활용도가 높은 우수한 기술이기는 여전히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존재하는 개발 과정에 있는 기술입니다. 특히, 마트리젤이라고 하는 세포 외 기질 (extracellular matrix)에서 키워야 한다거나 대량배양이 쉽지 않고, 비균질하며 내강(lumen)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것과 같은 점들이 대표적인 오가노이드의 한계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고자 본 연구를 수행하였으며, 그 결과 2차원에서 고순도의 장 줄기세포 및 전구체 세포를 배양하고, 기체-액체 계면 분화법을 이용하여 장 상피 세포로 분화시킬 수 있는 기술을 새롭게 개발하였습니다(그림 1). 본 기술로 인해 장 줄기세포 집합체를 쉽고 빠르게 대량배양할 수 있으며, 동결보관을 통한 장기보관도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화학적 조성이 명확한 배지에서 배양하기때문에 향후 임상등급의 세포를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응용연구를 위한 장 상피 세포로 쉽게 분화도 가능하다는 확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분화된 장 상피세포는 3차원 오가노이드에 비해 훨씬 균질하게 배양이 가능하고, 내강 접근이 용이하므로 대용량 스크리닝 시스템 개발에 더 적합하다는 장점이 있어 추후 다양한 응용연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림1. 3차원 장 오가노이드 유래 장 줄기세포 배양 및 기체-액체 계면 분화법 모식도

본 연구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하나 말씀드리자면 본 연구를 처음 시작했던 때로 돌아가야할 것 같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연구의 갈피가 잡히지 않아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뭔가 어렴풋하게 될 거 같은 느낌은 있었는데 막상 실험으로 증명해내려고 하니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계속 헤매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와중에 마침 해회학회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고,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열렸었던 EMBL Symposium Organoid 학회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처음 독일을 방문했다는 설레임과 오가노이드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즐거운 마음으로 학회장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있었는데 우연히 마주친 포스터 하나에 발길을 사로잡혔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정말 심플하고 간단한 아이디어인데 당시에는 그 단순한 것을 떠올리는 것이 한없이 어렵게만 느껴졌었습니다. 하지만, 실마리를 품고 있었던 그 포스터를 마주치는 순간 머리속에서 뿌옇게 존재하고 있었던 아이디어가 갑자기 환하게 밝혀지면서 앞으로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선명하게 그려지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얼른 실험으로 증명해봐야겠다는 기대감에 귀국길이 기다려지는 경험을 처음 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진행해본 실험에서 지금 논문의 초석이 되는 데이터들을 얻을 수 있었고, 결국 이렇게 좋은 결말로 마무리 지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시 경험을 통해 제 자리에서 묵묵히 성실하게 연구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학회와 같은 곳에서 동료연구자들과 교류하고,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일 또한 연구의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너무 어렵고 복잡하게 생각하려고 하기보다는 가끔은 쉽고 단순한 생각이 좋은 결과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되어 요즘은 항상 너무 복잡하고 꼬아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가장 쉽고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모델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좋은 연구에 답은 정해져있지 않기에 제 경험이 모든분들께 도움이되지는 않으리라 생각하지만 지금 하고 계시는 연구가 난항을 겪고 있을 때 학회에 가셔서 머리도 식히고, 처음 만난 동료들의 연구도 둘러보고, 본인의 연구를 최대한 쉽고 단순하게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가끔은 조금 떨어져서 보거나 먼길로 둘러가는 것들이 연구에 도움이 되기도 하더라구요. 물론 가장 바라는 바는 힘들지 않게 난항없이 연구하는거긴 하지만요^^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에서 전임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희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는 줄기세포를 연구하시는 박사님들과 연구원들로 구성된 조직으로 활발한 연구활동과 우수한 성과들이 많이 나오는 멋진 조직입니다. 각 팀을 이끄시는 박사님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훌륭한 연구주제를 이끌어나가시고 소속 연구원들은 모두 열심히 실험하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생동감 넘치는 액티브한 조직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매번 느낍니다. 특히 부서 내에서 다양한 장기의 오가노이드들을 여러 실험실에서 배양하고 있다보니 서로 다른 연구를 하고 있지만 공통된 관심사를 가지고 있기에 보이지 않은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제 사견이기는 하지만 전분화능 줄기세포 유래 오가노이드 배양 기술은 저희 연구원 특히 저희 부서에 가장 잘 구축되어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수한 연구 환경 덕분에 저도 이번에 좋은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었고, 저희 부서 동료 연구자분들께서 좋은 연구 성과를 연이어 발표하고 계십니다. 이 자리를 빌어 좋은 연구환경과 시스템을 만들어주신 저희 연구원과 선배연구자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앞으로 많은 동료분들과 함께 즐겁고 재미있는 연구 계속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활동을 하면서 느끼게 되는 점은 좋은 연구자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좋은 연구자는 많은 사회적 자본의 투자를 받아서 성장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연구비도 그렇고,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는 연구 기관, 그리고, 좋은 선생님과 선배님, 동료 등 물적자본이나 인적자본이 한 명의 연구자를 성장시키기 위해 엄청나게 많이 투자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좋은 기회를 얻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좋은 연구를 할 수 있게된 것에 대해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정말 축복 받은 삶이라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렇게 좋은 연구 성과를 발표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게되어 개인적으로 너무 기쁘고, 받은 관심과 지원을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자부심과 보람도 느껴봅니다. 많이 부족하겠지만 짧은 인터뷰로나마 저를 지지해주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앞으로는 저도 누군가에게 좋은 기회를 주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자가 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어느덧 저도 대학원에 입학하여 연구를 시작한지 15년 이상이 되었습니다. 고생도 많이하고,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돌이켜보면 실패했다고 생각했었던 그 모든 시간들이 사실은 배움의 순간이었고, 의미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당시에는 제가 너무 어려서 힘들고 어려운 순간에 쉽게 좌절하고, 괴로워하며, 피하려고만 했었던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한때는 모든걸 포기하려고 했었던 때도 있었는데 그 순간 좋은 선배님, 후배님 그리고, 동료들의 위로와 도움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텨낼 수 있었고, 재능없고 실패자라고 느꼈던 제 자신이 이렇게 한빛사 인터뷰를 2번째 할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되었습니다.

이 분야를 시작하거나 새로운 시작하는 분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은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하는 일은 낯설고, 어려우며,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는 것입니다. 결코 본인이 재능이 없어서, 실패자라서, 못나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물론 본인을 믿고 끝까지 버티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좋은 동료와 함께 서로 의지하며 조금만 참고 인내하신다면 분명 여러분들의 인생에도 빛나는 순간이 반드시 올거라 믿습니다. 모두 본인을 더 믿고 사랑하고, 좋은 동료들과 함께 멋지고 즐거운 연구하시길 항상 기원하겠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앞으로 진행하고자 하는 연구는 오가노이드를 더욱 고도화하여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오가노이드는 아주 좋은 모델시스템이긴 하지만 아직 실제 장기나 조직과 비교하면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저희는 앞으로의 연구를 통해서 오가노이드를 더욱 고도화하여 인체와 더욱 유사하게 만든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동시에 표준화하여 모양과 기능이 일정한 범위 내에서 유지될 수 있도록 오가노이드 배양 기술을 개발해 나갈 예정입니다. 혹시 관심이 있는 연구자 분들이 계시다면 함께 논의하고 협력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당연히 주변에 있는 분들께 대한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를 인터뷰를 통해 구구절절하게 적은 것은 피하고 싶어 저희 가족과 친지분들께는 간단하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모두 많이 사랑하고 많이 감사합니다.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라 평소에 표현을 많이 못하고 사는데 더 많이 표현할 수 있도록 할께요. 우리 가족 모두 너무너무 사랑합니다!!!

그리고,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같이 근무하는 동료분들과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손미영 박사님을 필두로 함께 연구하고 있는 이하나 박사, 손예슬 박사, 유원동, 손나은, 허유빈, 박소희 연구원들께 특별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인턴연구원으로 들어와 저와 리비전을 함께하고, 곧 UST 학생으로 오게될 전소정 연구원, 현재 인턴으로와서 서로 알아가고 있는 이준우, 서영진 연구원께도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오늘날 제가 될 수 있게 근간을 만들어주신 포항공대 신호전달실험실 류성호, 서판길 교수님, 그리고 실험실 선배님 후배님 모두 감사드립니다. 포항을 떠나고 나서야 저희 실험실에서 배우고 경험한 것이 얼마나 큰 자산인지 뼈저리게 느껴며 감사하고 있습니다. 늦었지만 이렇게나마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