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지 4년이 지나도,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그 새로운 변이주들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여러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돌파감염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바이러스 감염이나 백신 접종 시, 해당 바이러스에 대한 중화항체와 기억 T세포가 생성되고, 중화항체는 바이러스의 숙주 세포 감염을 차단하고 기억 T세포는 감염된 세포를 신속히 제거하여 중증 질환으로의 진행을 방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림 1. 중화항체와 기억 T 세포의 항바이러스 면역 기능
저희 연구팀은 인간 T 세포 면역반응을 연구하는 데 필요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능력을 바탕으로 오미크론에 의한 돌파감염 후 우리 몸의 면역계가 어떤 변화를 겪는지 알아보기 위해, 오미크론 감염 시 형성된 기억 T세포에 주목했습니다. 이는 대부분의 기존 오미크론 면역 연구가 백신 효과나 중화항체에 초점을 맞춘 가운데, 기억 T세포에 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드물었기 때문입니다.
2022년 초, 저희 연구팀은 BA.2 오미크론 돌파감염을 경험한 회복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오리지널 바이러스 및 BA.2, BA.4/BA.5 등 오미크론 변이주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반응하는 기억 T세포의 활동을 분석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연구 대상자들의 말초혈액에서 면역세포를 분리하여, 각 스파이크 단백질에 대한 반응성과 항바이러스 사이토카인을 분비하는 기억 T세포의 특성을 비교 분석했습니다. 연구 결과, BA.2 오미크론에 의한 돌파감염을 겪은 후, BA.2뿐만 아니라 이후 출현한 BA.4/BA.5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기억 T세포 반응이 강화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오미크론 돌파감염이 미래에 나타날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을 증강시키며, 이를 통해 나중에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심도 깊은 연구를 통해, 기억 T세포 면역 반응 강화의 원인이 되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특정 부위 (에피토프)도 규명하였습니다.
그림 2. 오미크론 돌파감염으로 형성된 기억 T 세포의 새로운 변이주에 대한 면역 반응.
에피토프 규명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를 하나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논문 초안을 제출하고, 리비전 과정에서 기억 T세포 면역 반응 강화의 원인이 되는 에피토프를 규명하라는 코멘트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에, 1273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스파이크 단백질의 어떤 부분이 기억 T 세포의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지 알아내고자 연구실 내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였고, 결과적으로 모두 실패해 좌절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방법으로, 실험에 사용했던 overlapping peptide (OLP)의 정보를 이용하여 실험을 진행하는 수단만이 남아있었지만, 공교롭게도 OLP의 펩타이드 서열 정보는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에서 공개하고 있지 않아 막막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신의철 교수님께서 회사 관계자와의 Zoom 미팅을 통해 OLP의 서열 정보를 알아오셨고, 이를 바탕으로 각각의 펩타이드들을 합성하여 리비전 실험을 진행하였습니다. 이후,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약 1년의 리비전을 수행하였고, 연구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본 연구를 진행하면서, 다시 한 번 연구를 혼자 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고 주변에 열정적이고 책임감 있는 연구자들이 많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본 연구가 잘 마무리되어 좋은 결실을 맺게 된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신의철 교수님과 정민경 박사님 그리고 저희 공저자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재, 저는 기초과학연구원 (IBS) 내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연구소 바이러스 면역 연구센터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희 바이러스 면역 연구센터는 신의철 센터장님을 중심으로, 실력 있는 박사님과 연구원들이 모여 우수한 연구 성과들을 지속적으로 배출하고 있는 열정적인 조직입니다. 주변에서 연구실 각 구성원들이 자신의 프로젝트를 책임감 있게 수행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제가 이러한 열정적인 조직의 일원임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연구와 관련하여서는, 센터 내에서 백신 접종 및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인간 T 세포 반응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공통된 관심사를 가지고 있어 서로의 연구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며 서로 배우고 성장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이런 조화롭고 최적화된 연구 환경이 저희 센터의 지속적인 성공을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기회를 빌어 훌륭한 연구 환경을 만들어주신 센터장님과 모든 선후배 연구원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항바이러스 T 세포 면역학과 관련된 연구를 하고 싶으신 분들은 언제든지 지원을 환영합니다^^
그림 3. 바이러스 면역 연구센터 구성원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보통, 생쥐의 면역 세포를 이용하여 규명한 것들이 인간 면역 세포에서는 재현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생쥐 모델을 이용한 실험결과를 인간의 질병 치료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인간 유래 PBMC 샘플을 사용하여 연구한다는 것은 연구자로서 상당히 귀한 경험입니다. 이를 통해 얻은 결과들은 인간에게 바로 적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바이러스 면역 연구센터에서 병원과의 연계를 통해 환자 혹은 연구 대상자들의 혈액에서 얻은 PBMC를 샘플로 사용하여 연구하고 있고, 제가 하는 연구 및 발견이 인간에게 바로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에 굉장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러한 좋은 연구 성과를 내는 것은 혼자서만 열심히 해서는 안되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연구센터 내/외부에 계시는 여러 분들이 도움을 주신 덕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술지에 연구 성과를 발표할 수 있었고, 이러한 성과를 통해 도와주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인터뷰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고,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인간 유래 PBMC 샘플을 사용한 연구도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박사’란 ‘독립적으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연구자’를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성공적인 연구 수행을 위해서는 가설 수립, 실험 조건 세팅, 논문에 실릴 깔끔한 데이터의 획득, 글 쓰기 등등의 일들이 일상화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일들에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을 지닌 박사가 되는 것이 순탄하지만은 않습니다. 저 또한 대학원에 입학한 이후, 약 10년의 연구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좌절하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많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경험을 하는 주위 선후배님들, 그리고 동료들의 위로와 응원 덕분에 지금까지 연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말씀드린 어려움들은 본인이 직접 겪어보고 어려움을 맞닥뜨려야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만,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님들에게 한 가지 말씀을 드리자면, 인내하십시오.
연구가 시작된 이래 아직 누군가가 발견하지 못한 것을 발견하고, 이를 정리해서 논문까지 내려면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할 것입니다. 아마 지도교수님께 혼이 날 수도 있고, 연구가 안되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어려움을 자신의 부족함 탓으로 돌리지 않고, ‘그냥’ 이 과정들이 어렵고 힘든 일일 뿐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셔서 마음의 평안을 얻기를 바랍니다. 자신을 더 아끼고 응원하며, 주위 동료들과 함께 발전해나가는 연구생활을 하시기 바랍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올해 여름에 University of Pennsylvania (Upenn)으로 박사 후 연구원을 나가게 됩니다. 그 동안 박사과정과 박사 후 연구원 동안에는 면역학적 기전 및 질병 상황에서의 T 세포의 면역 반응 등을 연구하였는데, 새로운 환경에서는 이러한 연구 경력을 바탕으로 실제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면역 치료제 개발 분야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CAR-T 세포와 항원 제시 백신의 병용 요법을 통한 면역 항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인데, 혹시 관심이 있는 연구자분들이 계시다면 언제든 연락 부탁드립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다시 한 번, 이 연구가 세상에 빛을 볼 수 있게 만들어주신 저희 센터장님이시자 교수님이신 신의철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더불어, 저희 연구센터 연구위원으로 계시면서 본 논문의 마무리에 많은 도움을 주신 정민경 박사님, 함께 밤을 새며 실험하고 분석하는 데 도움을 주신 정성민 선생님, 김지혜 박사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외에도 제가 힘들 때마다 응원해주시는 많은 동료 연구자들에게도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지면에 적는 것보다 일일이 연락해서 감사를 전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내인 고가연 박사님을 비롯하여, 언제나 제 편이 되어 저를 응원해주시는 가족들에게 감사드립니다.
#SARS-Co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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