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연세대학교, 기초과학연구원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황반변성(macular degeneration)이나 망막색소상피변성증(retinitis pigmentosa) 등 유전적 망막질환으로 인해 이미 실명에 이른 환자들의 경우 시력을 회복할 수 있는 마땅한 치료방법이 없습니다. 이러한 질병은 눈 뒷편에 들어온 빛을 읽어서 뇌가 읽을 수 있는 신호로 바꾸어주는 망막(retina)이라는 조직이 퇴화되면서 발생합니다. 이 망막은 다양한 신경세포가 층을 이루고 있고, 대표적으로 빛을 전기신호로 변환해주는 광수용체 세포(photoreceptor cell), 그리고 이 전기 신호를 뇌가 읽을 수 있게 후처리 해주는 양극성세포(bipolar cell), 망막 신경절 세포(retinal ganglion cell 등이 존재합니다. 유전적 망막질환은 이 중 흔히 빛을 전기신호로 바꾸어 주는 광수용체 세포 (photoreceptor cell)가 퇴화되면서 망막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고, 심한 경우 완전히 실명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퇴화된 망막을 환자들이 시력을 회복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빛 신호를 전기 자극신호로 변환시켜 인공적으로 망막을 자극시켜주는 인공망막을 망막 주위에 직접 위치시키는 방법뿐입니다.
이러한 인공망막에 있어서 현재 가장 중요한 어려움 중에 하나는 부드럽고 연약한 망막에 딱딱한 금속재질의 전극을 삽입해야하는 것입니다. 딱딱한 금속이 부드러운 신경조직에 직접적으로 접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손상을 유발하게 되고 염증반응을 유도합니다. 이러한 염증반응에 의해 시간이 지나면서 조직과 전극사이의 저항을 키우고, 전기신호가 통하지 못하게 하는 현상을 발생시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우 얇은 박막형태의 유연 소자들이나, 고체 전극을 활용한 3차원 전극들이 개발되었지만 울퉁불퉁한 곡면의 망막표면에 완전한 부착이 힘들거나, 딱딱한 3차원 전극이 망막에 직접적으로 상처를 낼 수 있어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 부드러운 3차원 액체금속 전극이 형성된 인공망막 ]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들어온 이미지를 전기 자극으로 변환시켜주는 박막 포토트랜지스터에 망막 조직과 유사한 수준의 부드러움을 가지는 액체금속이라는 물질로 제작된 3차원 전극을 형성하여, 신체에서 가장 부드러운 기관 중에 하나인 망막을 최소 침습적으로, 정확하게 자극하는 인공망막을 개발하였습니다. 저희가 개발한 인공망막을 살아있는 실명 쥐 모델에 삽입하고 선택적으로 망막에 빛을 조사하였을 때, 빛이 조사된 부분에서만 망막 신호가 유발되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시력 복원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선택적 빛 조사에 따른 국부적인 망막신호의 유발 ]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 연구는 연세대학교 신소재공학과 웨어러블융합전자 연구실 (WEL)에서 진행하였으며, 저는 현재 석박사통합과정 4년차이자 전문연구요원 1년차로 복무 중에 있습니다. 신입생으로 들어오기 전 연구실에서 인턴을 할 때부터 시작했던 주제가 연구실의 나름 최고참을 맡고 있는 중에 드디어 잘 마무리가 됨에 감사하며 보람을 느낍니다.
저희 연구실은 그동안에는 디바이스를 중심으로 수많은 연구기반을 확충하였고 현재는 의학 분야에 이러한 디바이스를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연세대학교 세브란스와의 활발한 네트워킹을 통해 바이오 의료 분야에 실제 적용가능한 연구기반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연구활동이라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특히, 밤늦게 혼자 실험실에 남아있을 때면 외로움을 느낄 수도 있고, 취업을 하고 살아가는 친구들을 만나거나 하면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버티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오늘만 버텨내자’라는 마인드로 하루하루 버티다 보면 이러한 생활도 익숙해지고 보람도 느껴지더라고요.
이렇게 버티기 위해서는 특히 자기의 취미나 좋아하는 일을 평소 연구생활에 접목해서 활용할 수 있으면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저는 평소에 제가 공부한 것을 남에게 설명해주고, 이해를 충분히 시켰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궁금한 점이 생기면 공부해서 남을 가르쳐주고 싶다 목표로 하다 보면 저도 공부가 되고, 보람도 느낄 수 있어서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또 많이 느낀 것이, 한가지 주제를 오래 붙들고 있다 보면, 내가 하고 있는 연구가 작게 보이고, 지루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한발자국 멀리서 한번 지켜보세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충분히 신기하고 재미있는 연구일 수 있습니다. ‘평생 이런 일을 언제 해보겠나…’ 혹은 ‘전세계에서 이 연구를 하는 건 나밖에 없다’ 라는 생각으로 지켜보다 보면 자부심도 생기고 의욕이 생겼습니다. 직접 환자분들을 만나볼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연구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뿌듯함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본인이 지금 하고 있는 전공 공부가 있다면, 기초를 잘 잡고 진학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바이오-공학처럼 여러 분야(물리, 화학, 생물)가 모이는 곳에서 한 분야를 아주 잘 알면, 본인의 가치가 크게 올라가게 될 것입니다. 당장 직접적으로 관련된 분야를 공부하고 있지 않더라도, 잘 해두면 어떤 형태로든 활용이 되어 유용합니다. 저는 물리학과와 신소재공학을 전공하여 생물학 수업이라고는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에, 처음 연구실이 바이오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을 때 큰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이전에 물리를 공부했던 것이 연구실을 다니는 동안 많은 도움이 되고 있고 이 분야와 관련된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개인적으로 눈과 관련된 질환이 있어, 박사과정 이후로도 눈과 관련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고 싶습니다. 언젠가 제가 가진 질환과 관련된 연구를 해볼 수 있으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논문을 투고하고 출판하기까지 아낌없는 지도를 해주신 박장웅 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연구실에 있는 4년동안 함께 해준 용원이형, 훈규형, 수민이, 그리고 정신적으로 도움을 많이 준 연구실 멤버들에게 특별한 감사를 표합니다. 또한, 활발한 협업으로 안과 관련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게 해주신 세브란스병원의 변석호 교수님, 이준원 교수님, 그리고 4년간 함께 실험을 진행해주신 최강, 정한 선생님께도 특별히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하고 싶어하는 일이면 무엇이든 아낌없이 지원해주시고 응원해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등록일 202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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