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교모세포종은 뇌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적극적인 수술 및 항암 치료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이 2년이 채 되지 않는 난치성 암입니다. 이러한 교모세포종의 잦은 재발과 높은 악성도는 유전적 변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생물학적 과정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에 본 연구팀은 암단백유전체분석을 이용하여 교모세포종의 종단연구 (longitudinal study)를 통한 표준항암치료 저항성 종양 진화 (evolution) 기전에 대한 연구를 계획하였습니다. 국립암센터, 서울대학교병원, 삼성서울병원, 화순전남대학교병원, Hôpital de la Pitié-Salpêtrière에서 표준항암치료를 받은 교모세포종 환자 123명의 원발/재발 종양 조직과 혈액 샘플 및 임상정보를 국립암센터 암단백유전체연구사업단(단장 박종배)에서 취합한 후, 박종배 단장님의 진두지휘하에 암단백유전체 데이터의 생산, 분석, 및 임상데이터 통합 분석을 Miami 대학교의 Antonio Iavarone 교수님 연구팀, 고려대학교 사경하 교수님 연구팀과 함께 수행하였습니다. 암단백유전체 통합 분석을 통해 교모세포종 환자의 표준항암치료 후 종양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는지 살펴보았고, 이 과정에서 원발 교모세포종에서 mesenchymal subtype이면서 표준항암치료 후 neural subtype으로 종양 진화하는 경우 예후가 가장 나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신경세포로의 이행이 WNT(wingless-related integration site)/PCT(planar cell polarity) 신호전달경로와 BRAF Kinase의 활성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고, 뇌종양-신경세포간 (Glioma-Neural network) 시냅스의 형성이 재발암의 치료저항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이후 환자 유래 종양줄기세포를 활용한 이종이식 모델(PDX)의 다중 오믹스 분석과 분자생물학 분석법을 통해 검증 과정도 거쳤습니다. BRAF kinase의 억제를 통해 재발 종양세포의 신경세포로의 이행과 이동 능력이 저해되는 것을 확인하였고, 교모세포종의 표준치료방법인 temozolomide 항암제에 BRAF kinase 저해제인 vemurafenib을 함께 투여하는 병용치료를 통해 PDX 모델의 생존기간이 현저하게 증가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교모세포종의 종양 진화 및 치료 저항성 과정에 일어나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에 대한 본 연구가 임상에서 교모세포종 환자의 새로운 치료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 한 편의 논문이 출간되기까지 글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2022년 11월에 본 논문을 투고한 후 긴 시간의 revision 과정을 거치는 동안 저희 암단백유전체 연구에 대한 주변의 많은 우려와 걱정이 있었으나 굳건한 마음으로 꿋꿋하게 본 논문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함께하신 저자분들께도 감사와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국립암센터 암단백유전체연구사업단의 주도하에 수행되었습니다. 2016년 뉴욕에서 개최된 한미일 3개국 보건장관회의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암단백유전체에 대한 연구협력 강화를 약속하였으며, 이에 국립암센터는 한국인의 희귀난치암을 대상으로 단백유전체 데이터의 생산, 분석 및 임상데이터와의 연계를 통해 한국형 표준 임상 단백유전체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암 진단 및 치료의 새로운 타겟을 발굴하고자 2018년부터 암단백유전체연구사업단을 운영하였습니다. 2019년에는 ‘암단백유전체학(Cancer Proteogenomics)’을 주제로 암단백유전체 분야 세계 최고 권위자와 국내외 전문가, 석학이 대거 참여하는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미국국립암연구소와 연구협력 증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였습니다. 2023년에는 국제 암 단백유전체 컨소시엄 (International Cancer Proteogenome Consortium, ICPC) 회의를 국립암센터에서 개최하는 등 암단백유전체사업을 선도적으로 수행하였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어느덧 제가 국립암센터에 근무한지 18년째가 되었습니다. 질량분석기를 이용한 단백체 분석은 고가의 질량분석기와 이 분야에 숙련된 연구원들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접근이 어려운 편입니다. 이에 저는 국립암센터 단백체분석팀 팀장으로 근무하며 내외부의 다양한 연구자분들에게 고성능의 질량분석기를 이용한 단백체 분석, 이를 통해 얻어진 데이터에 대한 논의 등을 지원하며 연구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음에 자부심과 보람을 느낍니다. 또한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의 겸임부교수로 근무하며 대학원생들에게 단백체 분야에 대한 강의와 실습 등을 진행하며 이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보람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단백유전체연구는 질량 분석 (Mass Spectrometry) 과 차세대 염기서열분석 (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에서 얻은 단백체, 유전체 데이터와 임상정보의 통합 분석을 기본으로 하는 분야입니다. 유전체 분야에 비해 단백유전체 분야는 상대적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지는 않지만, 실제 생체내에서 생화학적 기능을 하는 분자는 단백질이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한 요구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관련 기술도 끊임없이 발전하며 최근에는 단일세포수준의 단백유전체 분석도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후배들과 유학준비생 분들도 질량 분석 (Mass Spectrometry) 과 차세대 염기서열분석 (Next Generation Sequencing) 등에 대한 기본 지식과 여기서 얻어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다중오믹스 통합분석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다면, 이를 통해 다양한 생명현상에 대한 이해와 질병에 대한 진단 및 치료의 새로운 타겟을 발견하는 등 좋은 연구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2003년에 완료된 인간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 HGP)에는 우리나라가 참여하지 못하였지만, 이후 진행된 단백체 분야 국제기구 (The Human Proteome Organization, HUPO)에는 우리나라가 초창기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정년퇴임을 하신 많은 교수님들께서 잘 닦아 놓으신 길 덕분에 2세대, 3세대 후학들이 현재 단백유전체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올해 제가 한국단백체학회의 기획위원장으로 위촉되었는데, 많은 국내외 연구자분들과 교류하며 학회활동에 적극 참여하여 향후 단백체 분야가 보다 더 활성화되고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우선, 국립암센터 암단백유전체연구사업단의 박종배 단장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국내외 전문가들과 스스럼없이 협력하고 소통하시며 끊임없이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으시는 모습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늘 같은 공간에서 함께하며 매사에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우리 실험실 멤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또한 이름을 일일이 나열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수많은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었던 가족, 친구, 동료, 후배, 선배 교수님들께도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좋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오늘의 결과를 이뤄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2018년 4월에 암단백유전체연구사업단이 출범하면서, 저도 3개월의 출산휴가를 서둘러 마치고 복직을 하였습니다. 현이가 태어난지 100일이 채 안되었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무한한 사랑으로 현이를 돌봐주시는 김창호, 라연실 시부모님의 든든한 지원과 항상 딸에 대한 믿음과 사랑으로 격려를 아끼지 않으시는 김한두, 김미순 친정부모님 덕분에 제가 이곳에서 암단백유전체 관련 연구에 올인할 수 있었고, 뜻깊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6년의 시간 동안, 엄마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였음에도 밝고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 현이, 어떤 순간에도 늘 내 편인 든든한 지원군 사랑하는 남편 김근 박사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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