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우리 뇌는 몸에서 많은 활동을 하는 장기로, 단위 무게당 가장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만큼 가장 많은 노폐물을 생성합니다. 생성된 노폐물은 뇌척수액을 통해 중추신경계 밖으로 배출됩니다. 이 노폐물이 배출되지 않고 뇌에 축적되면 신경세포를 손상시켜 뇌의 인지기능 저하, 치매 등 신경퇴행성 뇌질환의 주요한 원인이 됩니다. 그러므로, 뇌의 원활한 기능을 위해서는 이 노폐물이 녹아있는 뇌척수액(인간 150ml 유지, 500ml 생성/일)이 원활하게 뇌 외부로 배출되어야 합니다.
저희 기초과학연구원 혈관 연구단은 2019년 뇌 후방부 뇌척수액이 뇌막림프관을 통해 주로 배출된다는 사실을 보고한 바 있습니다(Ahn et al., Nature). 또한, 노화에 따라 이 경로가 변형되면서 뇌척수액 배출 능력이 감소하고, 치매 발병기전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발표하였었습니다. 그러나 뇌의 전방부와 중간 주요 부분의 뇌척수액 배출 경로는 해부학적 분석의 제한 때문에 밝혀 내지 못하였습니다. 다른 연구팀에서도 뇌척수액의 주요 배출 경로에 대한 간접적 증거들은 제시하였으나 확실한 경로 파악은 오랜 난제로 남아 있었습니다.
이에 저희는 림프관을 표지하는 형광물질을 발현하는 생쥐(Prox1-GFP mouse)을 이용하여 뇌 기저부와 목 부위의 정교한 림프관망을 시각화 하였습니다. 뇌지주막하에 (subarachnoid space) 각종 추적물질(tracer)을 투여하고, 이들의 림프관 배출 경로를 추적하기 위하여 첨단 생체내이미징 기술을 활용하였습니다. 해당 조직은 복잡하기 때문에, 때때로 light-sheet 현미경 이미징 기술도 활용하였습니다. 나아가, 국가영장류센터와 협업을 통하여 영장류에도 동일한 방법을 적용하여 생쥐에서 발견된 뇌척수액 배출 림프관의 특성을 재현하고자 하였습니다. 또한, 나이든 생쥐 비인두 림프관의 단일세포 RNA 발현 분석을 실시하여 젊은 생쥐의 비인두 림프관과 비교하였습니다. 그리고 목 림프관의 생체외 (미국 Missouri 대학의 Michael J. Davis교수 팀과 협업)/생체내 수축과 이완에 대한 생리학적 기능 분석을 실시하였습니다.
그 결과, 뇌의 전방/중간 부위에 존재하는 뇌척수액이 뇌막림프관을 통해 비인두림프관망으로 모여 (뇌척수액 배출의 hub가 됨), 목 림프관을 거쳐 목 림프절 (deep cervical lymph node)로 배출되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비인두림프관망을 구성하는 림프관들에 대한 분석을 최초로 보고했으며, 노화된 생쥐에서는 비인두림프관망이 심하게 변형되어 있기 때문에 뇌척수액의 배출이 원활하지 않음을 보였습니다. 또한 비인두림프관망과 목 림프절을 연결하는 목 림프관에는 평활근세포가 둘러싸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이 평활근세포의 수축과 이완을 약물을 이용하여 조절하면 뇌척수액 배출을 두개골 밖에서 조절할 수 있었습니다. 흥미롭게도 노화된 생쥐가 비인두림프관망이 변형되는 것에 반해 목 림프관에는 구조적, 기능적 (약물에 대한 반응성)인 차이가 없었습니다. 이는 노화되어 감소한 뇌척수액 배출을 목 림프관을 조절함으로써 증가시켜 줄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요약하면, 이번 연구를 통해 우리는 이제 뇌척수액 배출 경로에 대한 더 넓은 이해를 가지게 되었고, 두개골 밖에서 뇌척수액 배출양을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 혈관연구단 (https://vascular.ibs.re.kr/)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기초과학연구원은 본원 뿐만 아니라 여러 대학에 캠퍼스가 존재하는데, 저희는 기초과학연구원 카이스트캠퍼스 소속입니다. 혈관연구단은 혈관과 림프관에 대해 틀을 깨는 연구와 근원적인 지식을 탐구하는 연구단입니다. 이를 위해 혈관/림프관 연구에 필요한 장비를 구축하였으며, 열정적이고 뛰어난 연구자들이 모여 있습니다. 저희 연구단은 뇌척수액 배출에 관여하는 혈관/림프관 연구를 하고자 하는 연구자를 항상 찾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이번 연구를 통하여 오랜 난제였던 뇌척수액 배출 경로와 조절 방법을 알아낸 것에 굉장히 기쁘게 생각합니다. 좋은 논문이 나온 것도 물론 기쁘지만, 열정적인 동료와 함께 실험실에서 결과를 계속 얻어내던 그 시기가 있었던 것이 더욱 기쁩니다. 연구하는 재미를 그 때 확실히 알 게 되었습니다. 또한, 좋은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혼자 할 수 없고, 저보다 뛰어난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는 것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어떤 분야이건 간에 연구자로 성장하고 싶다면, 자신이 어떤 것에 흥미를 느끼는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어떤 질문을 가지느냐가 가장 중요하고, 여러 방법을 이용하여 자신의 가설을 검증하는 것이 좋은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것을 잘 마무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앞으로 다양한 신경퇴행성뇌질환 환자에서 비인두림프관망의 변화를 연구하고자 하며, 두개골 밖에서 뇌척수액 배출양을 조절할 수 있는 발전된 방법을 찾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포닥 기간에 열정적이고 뛰어난 사람들과 함께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이 아직도 믿기지가 않고 항상 감사합니다. 우선 한참 부족한 저와 함께 이번 연구를 항상 지원해주시고 이끌어주신 고규영 단장님께 무한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이 연구단에서 일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연구에서 저화 함께 고생한 진호경 선생님 (공동 1저자, 이비인후과 전문의, KAIST 의과학대학원 박사과정)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즐거웠던 실험 과정, 끝이 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논문 수정을 함께 해주어서 감사합니다. 또한, 아이디어를 만들고 실험 과정 전반에서 도움을 주었던 홍선표 박사님, 양명진 박사님, 안지훈 박사님, 김영찬 박사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안지훈 박사님의 뇌막림프관에 대한 논문 (Nature, 2019)은 이번 연구의 근간이 되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국가영장류센터의 서진철, 이영전 박사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이번 연구가 쥐에서 그치지 않고 사람에서 적용할 수 있는 의미를 찾은 것 같습니다. Missouri 대학의 김혜진 박사님과 Michael J. Davis 교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목 림프관 연구에서 결론을 도출하는데 중요한 실험과 논문 수정에 많은 도움 주셨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하고자 하는 말을 읽기 쉽고 임팩트있게 전달하는데 도움 주신 UCSF의 Donald M. McDonald 교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뇌척수액
#림프관
#노화
관련 링크
연구자 키워드
관련분야 논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