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신경과학은 생명체의 중앙조절장치인 신경계의 구조와 작용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뇌에는 약 천억개의 신경세포들이 존재하며, 각각의 신경세포는 다른 신경세포와 수많은 시냅스를 형성합니다. 이 과정에서 상호간 신호를 전달하면서 여러 두뇌활동을 일으킵니다. 시냅스에서 신호전달의 효율(efficacy of synaptic transmission or synaptic weight)은 강해지거나 약해질 수 있고 이를 시냅스 가소성(Synaptic plasticity) 이라고 합니다. 이 시냅스 가소성을 기반으로 우리 두뇌는 정보를 받아들여 이를 해석, 이해하고(학습) 이를 다시 저장(기억)하는 등의 생명활동을 하게 됩니다.
강박장애(OCD)는 전 세계적으로 상당히 높은 유병률을 나타내는 신경정신질환으로 심한 강박관념(Obsession)과 특정 반복행동(Compulsion)이 함께 나타나는 특징을 보입니다. 강박장애의 증상은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며, 다양한 종류의 반복행동을 보이므로 환자들 사이에서 각기 다른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강박행동은 비단 OCD로 진단받는 환자 외에도 투렛 증후군(Tourette syndrome), 약물중독(drug addiction), 충동적 섭식장애(compulsive eating disorder) 등에서 공통적으로 유사하게 일어나는 주요 증상이기도 합니다.
강박관념에 의해 높아진 불안의 정도를 줄이기 위한 시도로 강박행동이 발생한다는 가설이 제시된 바 있고,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강박증에서 빈번하게 동반된다는 사실은 이 가설을 뒷받침합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제시되지 못했고 최근 강박증 환자에서 감정의 변화 없이도 강박적인 습관이 형성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불안감과 강박행동의 인과성에 대한 상반된 가설이 존재합니다. 강박장애의 치료법에 있어서는 대표적인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시스템에 작용하는 SSRI(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계 약물치료가 효과를 보인다고 알려져 있지만 상당수의 환자에서는 효과를 보이지 못하고, 약리적 효능의 기전에 대한 이해도 전무한 실정입니다. 따라서 강박장애 및 기타 유관질병의 기전적 이해와 이에 바탕을 둔 치료 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강박행동의 분자적, 신경과학적 상세 기전 연구가 필요합니다.
저희는 공포와 불안 처리의 중추인 편도체가 OCD 환자들의 비정상적 감정 처리와 높아진 불안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가설을 설정한 후 불안감과 강박행동 간 연관성을 인과적으로 뒷받침하는 실험을 수행하였습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본 논문을 통해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편도체-선조체 회로가 강박행동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규명함과 동시에 강박행동을 일으키는 뇌신경회로 기반의 원리를 종합적으로 밝힐 수 있었습니다. 추가적으로 본 논문을 통해 제시한 동물 모델과 연구 결과가 강박장애 뿐만이 아니라 틱 장애와 같은 강박행동을 주요 증상으로 보이는 유관 질병들의 기전 이해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고려대학교 분자생명과학과 윤봉준 교수님의 지도하에 수행되었습니다. 저희 고려대학교 신경과학 연구실은 시냅스 가소성의 분자세포생물학적 규명과 그 현상이 두뇌의 어떤 부분에서 역할을 하여 궁극적으로 어떤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행동학적 연구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Approach와 avoidance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선조체(Striatum)에서의 가소성에 비중을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의사결정(Decision making)에서의 선조체 가소성(Striatum Plasticity)이 갖는 역할에 대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감정 반응(Emotional Response)에서의 선조체 가소성의 역할을 우울증(Depression), 불안감(Anxiety), 스트레스(Stress), 강박행동(Compulsive behavior) 등의 행동학적 실험 등을 통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중 하나는 ‘초심’입니다. 이 초심을 지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항상 느낍니다. 가끔씩 대학원에 처음 입학했을 때의 다짐과 각오를 떠올리곤 합니다.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지금 그때의 마음가짐을 잃지는 않았나 반성하기도 합니다.
한 가지의 연구결과를 완성시키기 까지는 수많은 실패와 가설의 수정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은 굉장히 고통스럽고 지난합니다. 치열한 과정들을 거친 후 탄생한 결과물들이 좋은 심사평과 함께 논문으로 출판이 되었을 때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또한 이 괴로운 과정 속에서 스스로를 잃지 않고 성과를 거두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먼저 제가 후배들 혹은 동료들에게 이렇게 공개적으로 조언을 해줄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기에 조언이라기보다는 제가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생각해왔던 부분에 대한 공유 정도로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첫번째, 연구를 수행하다 보면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한 결과를 얻기까지 수많은 실험이 수반되고 그 와중에도 실패할 확률이 더 높기 때문입니다. 저의 경우 ‘실패를 즐겨라’ 혹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라’ 라는 조언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경험한 실패들은 즐기기에는 너무나도 아프게 다가왔고 긴 기간동안 진행했던 실험이 실패했을 때는 큰 좌절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 속에서 저는 이 고통스러운 실패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가설을 설정함에 있어서 수많은 관련 논문들을 참고하고 지도교수님께 조언을 구하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동료들, 선후배들과 끊임없이 토론을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실패를 줄일 수 있을까’에 대해 했던 수많은 고민들이 저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두번째, 스스로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대학원 생활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저는 연구생활을 ‘끝이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 라고 표현하곤 합니다. 긴 기간동안 수많은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다 보면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막막한 미래에 대한 걱정까지 더해지면서 현실과 타협하며 중간에 연구를 그만두는 경우도 많이 봐왔습니다. 이러한 고비 앞에서 저는 스스로에게 ‘정말로 최선을 다한 것이 맞나?’ 되뇌곤 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못했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자 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좋은 결과를 얻었을 때의 희열은 그 과정 동안의 고통이 잊힐 정도로 크게 다가왔고, 이것이 동력이 되어서 지속적으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고통이 수반되지 않으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기에 그 의미가 더 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한 과정 중에 있고 다른 연구자 분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이 길이 힘들고 괴로운 만큼 ‘아무나 할 수 없는’ 저희의 일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함께 발전해가며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어느덧 박사과정의 마지막 학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시작도 중요하지만 마무리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남은 학위기간동안 해이해지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지금 진행하고 있는 강박행동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자 합니다. 박사학위를 마친 후에는 해외의 유수한 연구실에서 박사 후 과정(Post-doc) 과정을 수행하면서 시야를 넓힘과 동시에 독립적인 연구자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가장 먼저 제가 마음 깊이 존경하는 저의 은사님이신 고려대 윤봉준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교수님께서 어떠한 현상을 풀어가시는 방식을 접할 때, 그리고 순간순간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제시해 주실 때마다 어떠한 벽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교수님을 바라보며 제가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하는 이상향이 어떤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교수님께 너무나도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감사한 것은 저를 교수님의 제자로 받아주신 것입니다. 교수님께서 직접 보여주시고 아낌없이 지도해 주셨던 모든 것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교수님께서 자랑스러워하실 수 있는 제자가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스스로를 연마하겠습니다.
그리고 항상 저를 믿어 주시고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시는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두 분의 아낌없는 지원과 희생으로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저의 인격과 가치관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주신 저의 아버지. 그리고 항상 저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눈물로 기도하시는 어머니. 두 분의 아들로 태어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합니다. 사랑합니다. 언제나 제 편인 하나뿐인 동생 인영이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항상 우리 오빠가 최고라고 응원해 줄 때마다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인영이 역시 저에게 최고의 동생입니다.
항상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아 주시고 매번 따스함을 느끼게 해주시는 장인어른, 장모님께도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두 분께 언제나 듬직하고 자랑스러운 사위가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신경과학연구실 동료들 감사하고 축하합니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들을 메워주며 함께 동고동락했기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앞으로도 힘냅시다!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아내이자 본 논문의 저자 중 한 명이기도 한 한나은 양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제가 흔들릴 때마다 옆에서 바로잡아주고 응원해 준 덕분에 제가 스스로를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힘들 때, 기쁠 때, 슬플 때 언제나 항상 옆을 지켜주어서 고맙습니다. 한나은 양은 저에게 언제나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아내입니다. 저 역시 자랑스러운 남편이 되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이제 겨우 첫 발을 뗀 만큼 교만하지 않고 앞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그리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어느 자리에 있든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족한 저에게 인터뷰 기회를 주신 BRIC 관계자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Synaptic plasticity
#Basal ganglia
#Compulsive behavior
관련 링크
소속기관 논문보기
관련분야 논문보기
해당논문 저자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