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플라스틱은 자연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아 작게 조각난 상태 즉, 미세플라스틱의 형태로 환경에 존재하게 됩니다. 이렇게 발생한 미세 및 초미세플라스틱은 생물에게 섭취되어 장을 통해 주변 조직으로 확산될 수 있습니다. 저희는 미세플라스틱이 세포 내로 침투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질환에 대해 탐구하고자 하였고, 심지어는 알파시뉴클레인이라는 단백질의 응집 현상을 유발하였는데 이것은 파킨슨의 원인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한 생체 내 실험과 인간의 신경세포에서 알파시뉴클레인 응집체를 확인함으로써 초미세플라스틱이 파킨슨을 유발할 가능성에 대해 밝혔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실험에서 사용된 미세플라스틱은 스티로폼에 사용되는 폴리스타이렌이라는 종류의 초미세플라스틱이었는데, 탄소와 수소로만 구성되어있어 극성이 높지 않아 생명체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였습니다. 실제로 초미세플라스틱을 단기간으로 처리하였을 때는 주로 플라스틱 조각들이 장 내에만 머물면서, 예쁜꼬마선충의 생존율이나 생식능력, 움직임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장기간으로 처리할 시 장 벽을 뚫고 주변 조직으로 확산되었으며 운동 능력의 감소 및 장누수, 근육조직의 스트레스 등을 유발하고 심지어는 파킨슨의 원인 단백질인 알파시뉴클레인을 응집시켰습니다. 시간에 따라 초미세플라스틱이 주변 조직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일반적인 동물 모델에서 관찰하기 쉽지 않지만, 저희는 몸이 투명한 모델 동물인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하였기 때문에 이를 증명하기 비교적 수월하였던 것 같습니다. 예쁜꼬마선충은 성체가 약 1mm 밖에 되지 않는 작은 벌레인데, 인간의 뇌질환을 연구하는 모델로 사용되었다는 것이 잘 믿기시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선충의 유전자는 인간의 유전자와 약 60% 정도 되는 유사성을 가지고 있고 소화계, 생식계, 신경계 등 인간이 가진 기관계를 대부분 가지고 있습니다. 또 신경세포와 같이 선충 내에 존재하는 특정 세포를 형광 단백질로 표지하여 미세플라스틱과 같은 독성 물질을 처리한 후 세포의 상태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장점 때문에 예쁜꼬마선충은 보기와는 달리 인간의 질환을 연구하는 모델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미세플라스틱 연구자분들께서도 선충의 이런 유용한 점을 응용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춘천에 있는 한림대학교 생명과학과의 신경재생연구실에서 김경원 교수님의 지도를 받아 해당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piRNA를 이용한 신경재생을 연구함과 동시에 신경 퇴행성 질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환경 독성 물질, 혹은 단백병증을 유발하는 단백질(TDP-43 등)의 상분리 현상(LLPS, Liquid-liquid phase separation)을 연구합니다. 저희 연구실이 춘천에 위치해 있어 주변 경치가 정말 아름다운데, 연구가 잘 풀리지 않을 때에는 다같이 멋진 경치를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연구에 대해 논의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또, 저희 학과에는 마이크로바이옴, 식물유전체, 분자세포단백체, 분자면역 그리고 식물다양성 등의 흥미로운 주제를 연구하시는 교수님들이 계시며, 연구실들이 연합하여 주기적으로 세미나를 진행하는데, 연구 주제를 바라보는 시야를 틔우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미세플라스틱을 연구한다고 주변에 얘기를 하면, ‘우리 아버지에게 목도리를 떠서 드리려 하는데, 미세플라스틱 때문에 뇌질환이 생기시면 어떡하지?’ 하는 등의 걱정 어린 친구의 말을 듣곤 하였습니다. 처음 미세플라스틱을 연구하게 되었을 때 저도 함께 가졌던 의문점으로, 평소에도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물질인데도 바로 질환이 나타나지 않으니 영향을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게 아닐까? 라는 안일한 생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쁜꼬마선충의 생을 인간의 생으로 따져 보았을 때, 중장년층에 해당하는 시기에 그동안 노출되어 축적되어 온 초미세플라스틱이 알파시뉴클레인을 응집시키고 생체 내에 다양한 악영향을 미치는 모습을 보면서,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오염에 경각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제가 연구 초반에 탐구하고자 했던 미세플라스틱이 가진 고유의 화학적 특성과 작은 크기라는 물리적 특성이 실제로 세포 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히고, 미세플라스틱과 파킨슨병에 관한 연구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제가 아직 석사를 막 졸업한 시기이기에 부족한 점이 많아, 조언이 크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브릭과 같은 생명과학 관련 포털사이트나 저널에서 기사를 잘 팔로우업 하시고, 좋아하는 분야를 찾아 교수님께서 제안해주신 연구 주제를 진심으로 연구하면 행복한 연구생활과 유의미한 데이터를 모두 챙겨가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앞으로는 생화학 또는 생명물리학 분야로 박사를 진학하여 단백질의 화학적 구조를 파악하고, 이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다양한 생체 내 분자들을 탐색하고 싶습니다. 미국으로의 유학을 준비하고 있으며, 다음달부터 포항공대 물리학과 손민주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상분리 현상을 연구하는 연구원으로 근무할 예정입니다. 최종적으로 이번에 연구하게 된 알파시뉴클레인과 같이 퇴행성 뇌질환을 유발하는 단백질이나 세포에 존재하는 단백질들이 응집체를 형성하는 기작과 그 응집체의 기능을 밝혀, 세포 내의 항상성을 유지하고 노화와 질환을 극복하는 연구를 해보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저와 4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열정적으로 디스커션해주신 김경원 교수님과 RN Lab 연구원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이 연구의 핵심적인 데이터로 인간 세포에서 알파시뉴클레인의 응집을 밝혀주신 아주대 박수정 박사님과 박상면 교수님, 그리고 이런 공동연구를 함께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주신 이은정 교수님, 저의 연구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방향성을 잡아 주신 미국 East Carolina 대학교 이면희 교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또, 연구에 영감과 조언을 주신 성균관대 이대한 교수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이진환 박사님, Vrije 대학교 Samantha Hughes 교수님, 장누수 실험의 프로토콜을 제공해주신 건국대 심용희 교수님과 이재혁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논문에 추가하진 못하였지만 RNA-seq 실험을 도와주신 한림대 정동훈 교수님과 박소영 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과학자로 성장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주신 김도협 박사님과 한림대 박수정 연구원, 저를 항상 응원해주신 사랑하는 우리 정씨, 주씨 가족에게 감사드립니다.
#미세플라스틱
# 파킨슨병
# 예쁜꼬마선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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