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우리나라는 1990년대부터 도입된 국가 암검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40세 이상 성인들을 대상으로 2년에 한 번의 위암 검진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위암이 조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크게 늘어 우리나라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좋은 위암의 치료 성적과 예후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가이드라인에서는 림프절 침범 가능성이 매우 낮은 조기 위암 및 전암성 병변인 위선종에 대해서 최근 내시경 점막하 박리술 (endoscopic submucosal dissection, ESD)을 일차 치료 방법으로 적극 권고하고 있습니다. ESD는 수술과 유사한 암 생존률을 나타내어 양호한 장기 결과를 보이면서도 최소 침습적 시술로서 회복이 빠르며, 위를 보존하므로 수술 후에도 좋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에,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조기위암 및 위선종의 치료에 있어서 ESD가 널리 시행되고 있습니다.
한편, ESD는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한 술기로서, 숙련된 기술과 충분한 경험을 필요로 하며 출혈, 천공 및 기타 관련 합병증의 위험을 수반하고 있습니다. 현재 ESD가 국내의 많은 의료 기관에서 광범위하게 수행되고 있지만, 전국적인 시술 현황 및 각 기관에서의 시술 결과의 차이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수술이나 중증 질환의 경우 치료량과 결과 간에 잘 알려진 명확한 관련성이 있습니다. 치료량-결과 관련성은 해당 수술/시술이나 질환에 대한 치료의 질 지표로서의 의미를 가지며, 환자 안전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의료 서비스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기에 중요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전국적으로 다양한 종류와 규모의 기관들에서 위 ESD가 수행되고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ESD에 대한 치료량-결과 관련성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진 바가 없습니다. 이에, 본 연구팀은 해당 주제에 대해 국민건강 보험공단의 국가 데이터를 활용한 대규모 연구를 기획하여 대한상부위장관 헬리코박터학회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본 연구를 통해 연간 ESD 시술량에 따라 의료기관을 대/중/소규모 기관으로 분류하였고, 소규모 기관에 비해 대/중규모 기관에서 출혈, 천공, 폐렴 등의 위 ESD 시술 후 합병증 발생이 유의하게 적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위 ESD 시술에 있어 시술량이 질 평가 요소 중 하나로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였고, 시술의 질 관리 및 환자 안전 측면에서 위 ESD 시술 후 결과에 대한 체계적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국민건강 보험공단의 자료를 이용하여 연구를 진행하면서, 자료 신청과 추출 및 중간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분석 계획을 수정하는 과정 등을 거치며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고, 중간에 COVID-19 pandemic 등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연구 과정이 지연되며 여러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명확한 목표를 갖고 느리지만 꾸준하게 연구를 수행하였고, 무엇보다도 공동 연구자들의 헌신적인 조력에 힘입어 결국 성공적으로 연구를 완료하여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연구에 참여해주신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김재규 교수님, 김범진 교수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김미숙 교수님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내과학교실 및 중앙대학교병원에 소속되어 있으며, 소화기내과 의사로서 활동하며 진료, 교육 및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본교의 같은 교실 소속 김재규 교수님 연구팀과 더불어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소속 김미숙 교수님과 함께 금번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본 연구팀에서는 여러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본 연구와 같은 빅데이터 연구 외에도 내시경 시술, 양성 및 악성 위장관 질환에 대한 여러가지 임상 연구를 수행해오고 있으며, 다기관 레지스트리 및 임상 시험 연구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주된 연구 분야는 위암의 병태생리, 진단 및 치료나 내시경 시술, 그리고 다양한 위 질환의 원인이 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진단, 치료입니다. 또한, 임상 연구 외에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을 이용한 항생제 내성 및 세포 독성, 위암 병태생리 관련 연구, 위장관계의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메타게놈 연구, 오가노이드 연구 등 중계, 기초 연구를 망라하여 다양한 연구를 수행 중에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이번 연구를 통해 국민건강보험 공단의 대규모 익명화 자료를 이용하여 의학적, 보건학적으로 중요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는 의의가 있었기에 감회가 깊었습니다. 제가 수행한 연구가 실제로 환자 안전에 도움이 되는 건강 관련 정보를 제공할 수 있고, 내시경 시술의 질 관리와 관련된 기초 자료로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의사로서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하면서 수많은 환자들을 만나고, 위암을 비롯한 여러 질환으로 병원에 내원한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느끼게 되는 점이 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을 하더라도 의사 개인으로서 만날 수 있는 환자의 수나 치료할 수 있는 범위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특히 현재의 의학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를 경험할 때에는 안타까움과 무력감을 느낄 때도 있었습니다. 아무리 기술이 뛰어난 의사라도 현재의 지식 수준이나 기술 수준을 넘어서 치료할 수는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매일 실감하고 있습니다. 현대의 의사들이 수많은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우수한 성적을 보일 수 있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결국 그동안 쌓여온 연구의 결과에 힘입어 학문과 기술의 진보를 바탕으로 의학이 발전했기 때문임을 깊이 느끼게 됩니다. 현재의 우수한 의학 기술은 과거의 수많은 연구자들 및 환자들의 노력과 희생을 바탕으로 한 것임에, 그들에게 절로 고개 숙여 감사의 마음을 느끼게 됩니다. 동시에, 아직 정복하지 못한 의학의 난제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 현 시대의 의사이자 연구자로서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낍니다. 이러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환자의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의학 그 자체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정진하는 연구자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고는 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이용한 연구의 경우 자료 추출에 앞서 해당 자료를 이용하여 수행하기에 적절한 연구 주제의 설정, 연구 디자인의 설계, 목표로 하는 결과 변수를 추출하기 위한 조작적 정의의 개발 및 정확도 검증 등 여러 단계에서 고려해야 할 점이 많습니다. 연구를 기획하고, 수행함에 있어서는 끊임없는 지적 호기심과 꾸준함이 바탕이 되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스스로를 믿고, 포기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해당 분야의 분석 및 통계 전문가들과의 협업 또한 중요합니다.
의학의 분야로 진학하고자 하는 여러 분들에게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인생의 수많은 과정을 거치며 성공보다는 실패를 경험하는 날들이 훨씬 더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성공으로 이끄는 경험들은 수많은 실패로부터 나오는 것이며, 이러한 실패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르침입니다. 길게 보면 그 과정 모두가 성공으로 이끄는 길이니, 이를 두려워하거나 이로 인해 깊이 좌절하지 말고 실패를 넘어 꾸준히 전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공단 자료는 거의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보건의료 빅데이터로서 상당히 유용성이 높은 자료입니다. 위장관 종양 및 양성 질환의 발생 위험도 및 내시경 시술과 관련된 새로운 다기관 연구나 빅데이터 연구 등을 추가적으로 수행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중요한 보건학적, 의학적 시사점을 제공하고, 다른 연구자들에게 새로운 연구에 대한 흥미와 영감을 줄 수 있는 근거를 도출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빅데이터 연구에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처음으로 시도하게 된 금번 연구의 시작부터 논문의 완성까지 학문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지원해주신 각 기관 교수님들, 그리고 연구의 진행에 도움을 주신 연구원분들, 본 연구가 잘 수행될 수 있도록 연구비를 지원해준 대한상부위장관 헬리코박터 학회 측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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