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이번에 Cell Stem Cell에 게재된 논문은 배아줄기세포로부터 저분자 화합물만으로 주요 신호전달과정을 조절해 고수율의 도파민 신경세포를 분화하고, 파킨슨병 세포치료제로서 세포의 용량(dose)별 유효성 연구, 대규모 안전성 연구 결과들을 담고 있다.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에 진입하기 전 유효성, 안전성의 근거가 되는 비임상 결과들이다.
파킨슨병은 중뇌 흑질부라는 특정 부위에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는 도파민 신경세포가 소실돼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이다. 이로 인해 환자는 운동 기능이 떨어지고, 보행 장애, 근육 경직이 진행되며 일상 생활이 점점 어려워진다. 현재 레보도파와 같은 약물 또는 뇌심부 자극술 등을 이용하여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가 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효가 감소하고, 부작용이 나타나는 문제가 있으며, 치료 중인 동안에도 환자의 잔존 도파민 세포는 계속 죽어 나간다. 따라서 새로운 도파민 세포를 만들어 환자 뇌에 이식해주는 것이야 말로 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치료법이 될 것이다.
파킨슨병에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이 유용한 이유는 첫째, 파킨슨병은 중뇌 특정 부위에 도파민 세포라는 특정한 세포가 사멸하여 발병하며 뇌졸중, 알츠하이머처럼 여러 종류의 세포가 죽어 문제되지 않는다. 따라서 배아줄기세포에서 도파민 세포만을 잘 만들어 이식하면 된다. 둘째, 태아 중뇌 조직을 가지고 전세계적으로 35년 이상 임상을 해 온 경험이 있다. 이중 효과가 좋은 경우도 있고 나쁜 경우도 있었는데 좋은 경우는 약 10년 이상 복용하던 도파민 약을 끊고 일상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증상이 호전되었다. 따라서 배아줄기세포로부터 태아 중뇌 조직보다 더 높은 순도의 도파민 세포를 잘 만들면 임상 효능이 더 우수할 거라는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이 2가지가 파킨슨병에 배아줄기세포치료제를 적용하려는 주된 이유이다.
우리 연구팀은 오랜 기간 파킨슨병에 적용할 배아줄기세포유래 도파민 세포 분화(제조) 연구를 해 왔다. 배아줄기세포(ES cell)나 역분화줄기세포(iPS cell)에서 도파민 신경세포 분화 시 조절해야 하는 4가지 중요 신호전달과정이 있다. 이 과정을 저분자 화합물만 가지고 조절함으로써 기존에 저분자 화합물과 재조합 단백질을 섞어 쓰는 분화 방법보다 훨씬 높은 순도의 고수율 임상용 도파민 세포를 만들 수 있었다. 저분자 화합물은 세포 투과가 용이하고 안정성과 특이성이 높아 재조합 단백질보다 신호 조절에 유리하다. 이렇게 만든 순도 높은 도파민 세포를 가지고 임상에 진입하였다. 배아줄기세포 유래 도파민 세포를 이용한 파킨슨병 임상시험은 바이엘이 주도하는 미국 임상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최초의 시도이다.
미국, 유럽 등 타 연구팀과 비교 시 우리 팀은 두가지 주요 차별점을 가진다. 하나는 저분자 화합물만 사용해 분화 신호를 조절함으로써 미국, 유럽보다 높은 순도의 도파민 세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3차원(3D) 배양법을 사용해 도파민 세포를 분화시킴으로써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1회 분화로 약 3.18조개의 세포를 생산할 수 있는데, 이는 품질검사에 소요되는 양을 고려하더라도 이론적으로 환자 약 25만명을 치료할 수 있는 양이다.
현재, 이러한 치료제는 식약처로부터 임상 시험 허가를 득한 후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임상1/2a상에 해당하는 12명 환자 투여를 마쳤다. 현재까지 특별한 부작용이 없고, 증상도 호전되는 등 임상 시험이 순항 중이다. 임상 시험 항목으로 운동 회복 검사 외에 인지검사, 활력징후 체크, 실험실적 검사, 뇌 MRI, CT등을 통한 안전성 확인, 뇌 PET을 통한 이식 도파민 세포의 생착 여부, 전반적인 파킨슨병 환자 증상의 호전여부 등을 확인한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기본적으로 크게 두개의 연구팀(연세대 의대, ㈜에스바이오메딕스)이 주된 연구를 수행하였고 기타 CRO에서 안전성 연구를, 고려대와 서울대 등에서 PET 등 연구를 공동으로 수행했다. 약 20년간 기초 연구를 수행하였고, 이를 임상용 프로토콜로 바꾼 후 대규모 비임상 유효성과 안전성 시험을 수행하였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다른 일도 마찬가지이지만 연구도 끝없는 실패를 거듭하며 성공을 향해 가는 것 같다. 미래 확신이 서고 한번 결심하고 나면 불굴의 의지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배아줄기세포에서 순도가 높은 우수한 도파민 세포만 만들 수 있다면 파킨슨병의 근본 세포치료제 개발이 가능하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기초 연구를 한후 이것을 임상 프로토콜로 바꾸고 식약처에서 임상 허가를 얻기까지 많은 노력이 들었다. 식약처에서 모든 비임상 유효성, 안전성, 품질검사 자료를 2년 이상 검토 후 임상 허가를 내줄 때 벅찬 보람이 있었고, 또 실제 임상에 들어가 몇 달 후 환자의 호전이 관찰된다는 임상의의 말을 들었을 때 큰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몇 년간 대학원생(혹은 연구원) 생활을 해보면 그리고 1저자로 논문을 내보면, 본인이 연구에 적성이 맞는지 안 맞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후 계속 연구 생활을 할 것인지, 아니면 연구와 관련된 행정일 등을 할 것인지, 아니면 완전히 다른 길을 갈 것인지 판단해 자기 앞길을 결정하면 된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신약을 개발한다는 것은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리고 돈도 많이 들어간다. 큰 노력을 기울여도 이중 아주 일부만 성공한다. 그야말로 인내와 집념과 뚝심이 있어야 한다. 그동안 오랜 기간 해온 기초 연구 결과를 임상용 프로토콜로 바꾸어 식약처에서 임상 허가 받고 임상 들어가는 것만 해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 앞으로도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지만 극복해 나갈 것이며 줄기세포 활용 신약개발에 매진할 계획이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제는 기존 약물의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는 잠재력이 있으며, 우리가 개발한 치료제는 동물 결과를 생각해볼 때 임상에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우리가 도전하고 있는 것은 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성 질환 치료제들이다. 기존의 치료법으로는 치료가 되지 않는 질병들이다. 예를 들어, 파킨슨병 치료제의 경우 기존 치료법으로는 증상 완화만 가능하므로, 줄기세포로 근본적인 신약을 만들어 고통받는 환자들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싶다. 중간에 어려운 일이 생기더라도 극복하고 다시 일어나 반드시 성공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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