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삼중음성유방암은 에스트로겐 수용체(ER), 프로게스테론 수용체(PR), 인간 표피 성장인자 수용체-2(HER2)의 발현이 음성으로, 폐, 간 등 타기관으로의 전이 및 재발률이 높고 생존율이 가장 낮은 유방암입니다. 특히, 삼중음성유방암은 표적치료제가 부재하여 세포 독성항암제에만 의존하고 있으므로 새로운 항암제의 개발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FDA 승인된 약물1600종을 스크리닝하여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인 독사조신(doxazosin)을 c-MET과 EGFR 이중 표적 저해제로 삼중음성유방암의 새로운 신약재창출 후보약물로 제시한 연구입니다.
삼중음성유방암은 암세포성장 인자인 EGFR과 c-MET이 과발현되어 있으며, 특히 재발이나 전이가 된 환자의 종양에서 c-MET이 증폭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c-MET과 EGFR 두 인자가 동시에 과발현될 때 서로 상호 보완적 (crosstalk)으로 작용하여 하위 생존 신호를 촉진하게 되며 이는 항암제의 내성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됩니다. 쉽게 말하면 EGFR을 표적하면 c-MET이 생존기전을 활성화 시키며, c-MET을 저해할 경우, EGFR 하위 기전이 활성화되어 암이 증식하게 되므로, 두 표적을 동시에 억제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그동안 일부 EGFR 저해제 및 c-MET 저해제들이 각각 삼중음성유방암 치료를 위한 임상시험에 들어갔지만 아직 승인된 치료제가 없다는 것이 동시 표적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고려됩니다.
본 연구에서는 독사조신이 EGFR 저해제인 Erolotinib 및 Gefitinib와 같은 quinazoline 구조를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였으며, EGFR을 표적하는 새로운 Tyrosine kinase inhibitor (TKI)로 작용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또한 독사조신이 EGFR 이외에 다른 종양단백질에 결합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in silico 분자 도킹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독사조신이 결합 가능한 100가지의 단백질을 분석한 결과, 가장 상위 도킹 스코어를 나타내는 단백질이 EGFR과 c-MET임을 밝혀냈습니다. 특히 임상에서 사용 중인 c-MET 저해제인 crizotinib과 동일한 모드로 c-MET에 도킹할 뿐만 아니라, 더 좋은 결합력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하였습니다.
많은 연구자들에 의해 암의 전이 및 내성의 가장 핵심 원인이 암줄기세포로 여겨지고 있으며, 삼중음성유방암은 암줄기세포 인자인 CD44의 발현이 가장 높은 암종입니다. 특히 CD44는 당단백질 (glycoprotein) 중 하나로 표적항암제들이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방해하여 항암제 내성의 주요 인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본 연구에서 CD44가 EGFR과 complex를 이루고 있는 것을 밝혔으며, 독사조신으로 EGFR을 표적했을 때, CD44의 interaction과 발현을 감소시킴으로써 암줄기세포의 분획을 제거하여 암이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는 효과를 확인하였습니다.
최근에 c-MET과 EGFR을 이중으로 표적 하는 항체인 아미반타맙 (amivantamab)이 개발되었으며,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생존율을 상당히 개선하는 결과를 발표하며 2021년 FDA 조건부 승인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아미반타맙은 천문학적인 치료비용으로 많은 환자들에게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본 연구에서 발굴한 독사조신이 c-MET/EGFR dual inhibitor로써 삼중음성유방암 뿐만 아니라 EGFR/c-MET이 과발현된 암환자들에게 저비용 고효율의 신약재창출 약물로 사용되길 희망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속한 연구실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종양내과 서재홍 교수님 지도 아래 운영되고 있는 암치료제연구실입니다. 암 치료제 연구실은 생명과학, 의학, 화학, 약리학 등 기초의약학 분야에서 전문 지식을 활용하여 암 치료제 개발을 위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합니다. 본 연구실에서는 신약 재창출(drug repositioning), 저분자화합물(small molecule drug), 전구 약물(pro-drug) 개발 및 항암 메커니즘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표적치료제가 없는 삼중음성유방암의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저희 연구실의 최종 목표입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는 명확한 목표와 계획을 통해 자료수집부터 분석과 해석, 실험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 결과를 도출해내는 일련의 긴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회피하지 않고 깊은 고민과 생각을 통해 접근법을 모색하는 과정이 진정한 연구라고 느끼며, 가르침과 배움의 자세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나 관점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본 연구는 삼중음성유방암에서 c-MET 및 EGFR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2023년 AACR 미국종양학회에에 참여했을 당시 c-MET 및 EGFR을 표적하는 다양한 신약개발이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현장에서 보고 배웠습니다. 이를 통해 c-MET 및 EGFR의 동시표적의 중요성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얻을 수 있었고, 그 시기에 진행 중인 연구 및 논문 작업이 저에게는 더욱 의미 있고 보람찬 경험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연구 결과가 누군가에게는 작지만 의미 있는 도움이 되며, 이로써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저에게 있어 가장 큰 자부심으로 여겨질 것입니다.
4.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 연구를 통해 항암 치료제 개발에 대한 흥미와 통찰력을 더욱 갖게 되었습니다. 현재 저는 종양 세포 내에 단백질의 안정성과 폴딩을 유지하는 샤페론 단백질인 Heat shock protein 90 (HSP90)을 표적하는 저해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HSP90은 암세포에서 발현이 현저히 증가되어 있으며, 암세포 생존, 증식 및 전이와 관련된 단백질들의 안정화와 활성화를 조절함으로써 암의 진행을 촉진하는 인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까지 HSP90을 저해하는 18개의 저분자 화합물이 임상에 들어갔지만 승인된 약물이 없어 도전적인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HSP90 저해제의 임상실패 원인을 분석해 기존 저해제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HSP90 저해제를 개발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5.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우선, 저의 지도 교수님이신 서재홍 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연구를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진행하는 동안, 많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연구의 방향과 실험 설계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조언을 아낌없이 해주신 김지영 박사님, 김윤재 박사님, 정은선 박사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제 인생의 소중한 지침이 된 저의 멘토인 남기달 박사님, 강용구 선생님, 연구에서만이 아니라 인생 전반에 걸쳐 깊은 격려와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늘 한 공간에서 함께하며 열심히 도와준 실험실 동료들에게도 감사하며, 마지막으로 대학교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공 지식을 제공해주신 소재선 교수님과 박상신 교수님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러한 많은 교수님들의 지도 아래서 얻은 지식과 경험이 없었다면, 오늘의 성과를 이룰 수 없었을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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