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비알코올 지방간이란 심대한 음주 섭취나 약물이나 바이러스 간염 등과 같은 2차적 원인 없이 간에 지방이 축적되는 질환으로 진행 양상에 따라 단순히 지방만 축적되어 있는 단순 지방간, 염증이 동반되는 지방간염, 그리고 섬유화가 진행될 경우 간경변 및 간세포암 등의 말기 간질환까지 이르는 넓은 스펙트럼을 포함하는 질병군을 뜻하는 용어입니다. 최근 식이의 서구화 및 운동 부족 등의 생활습관의 변화로 비만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비알코올 지방간의 유병률은 한국을 포함하여 전세계적으로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이며,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진행될 경우 말기 간경변까지 이르게 한다는 점에서 치료제에 대한 수요는 많아지고 있으나, 현재 비알코올 지방간에 대한 치료는 체중감량, 식소요법 등의 생활습관 개선에 국한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일부 약제가 긍정적인 결과들이 나오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효과적이면서 안전하게 사용 가능한 약물은 없어, 유산균을 포함하여 다양한 약물들이 지방간에 대한 치료제 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유산균의 경우 장내미생균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하나의 병태생리로 밝혀짐과 더불어 여러 연구에서 효과가 있다고 밝혀져서 유망 받고 있는 치료제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산균 연구에서 지방간에 치료 효과가 있다는 보고는 많지만 어떤 기전을 통해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개선시키는지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장내미생균 분석과 함께 유산균의 기전탐구를 하고자 본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본 연구는 요약하자면 비알코올성 지방간 마우스 모델을 대상으로 유산균 중 하나로 알려진 Lactobacillus plantarum 균주 투여시 지방간의 여러 표현형이 호전되며 특히 지방간염의 염증성 표현형이 개선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장내 미생균이 간에 미치는 영향은 기본적으로 gut-liver axis를 통해 이뤄진다고 알려져 있는 만큼 Lactobacillus plantarum 균주의 candidate mediator를 발굴하고자, 장내미생균 분석 (shotgun metagenomic functional profiling)을 통해 L-arginine이 Lactobacillus plantarum의 치료 효과를 매개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발굴한 L-arginine은 liver organoid 및 다양한 NASH 마우스 모델을 대상으로 치료 효과를 확인하여 Lactobacillus plantarum의 지방간의 치료 기전을 규명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연구는 L-arginine을 매개로 한 Lactobacillus plantarum의 지방간 치료 효과 및 치료적 가치를 제시하고 있으며, 본 연구결과를 토대로 추후 Lactobacillus plantarum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새로운 치료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 연구가 마무리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본 연구에 사용된 마우스 모델은 장기간 고지방식이 투여를 통한 식이 유도 지방간 마우스 모델입니다. 식이 유도 지방간 마우스 모델의 경우 화학인자 투여 지방간 마우스 모델 혹은 유전자 변형 마우스 모델에 비해 모델 구축에 많은 시간이 요구되지만, human NAFLD와 가장 비슷한 생리적인 이점이 있어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Choline-deficient high fat diet를 10개월간 투약한 마우스 모델을 이용하였는데, 처음 실험진행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여러 번의 모델 구축을 위해 고군분투해 실제로는 마우스 모델 구축에만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연세대학교 약리학교실 지헌영 교수님의 지도를 받아 전문연구요원으로 근무하며 박사 과정 중 수행한 연구입니다. 지헌영 교수님 연구실은 암, 신장 질환, 난청 및 지방간 질환을 포함하여 다양한 난치성 질환들을 대상으로 분자 생물학, 세포 생물학, 유전학 연구를 통해 병태 생리를 밝히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초 연구뿐 아니라 중개 연구도 활발히 하고 계시며, 현재 지헌영 교수님의 지도 하에 여러 대학병원 임상연구진과의 공동연구를 수행함으로써 환자의 임상샘플을 이용한 중개면역 연구와 질병동물모델을 이용한 세포 및 분자 수준의 기전 규명 연구들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지헌영 교수님 연구실이 위치한 에비슨 의생명연구센터는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기에 적합한 다수의 confocal microscope 등의 최신식의 장비와 마우스 관리 시설이 구비되어 있어 세포실험이나 동물 실험을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또한, 세브란스 병원과도 매우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환자 샘플을 관리하고 제공받는 데 유리하기 때문에 중개연구를 수월히 수행할 수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처음 기초실험실에서의 생활을 시작하였을 때, 기초 실험이나 연구가 매우 생소하였기 때문에 연구 활동을 하면서 많이 좌절도 하고, 적응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바뀐 근무 환경을 포함하여 실험 도구 같은 기본적인 것들부터 연구실 생활 패턴까지 많은 부분이 낯설어 힘들었고, 여러 기본적인 실험을 처음부터 배우는 과정에서 더딘 속도에 지치기도 하였습니다. 심지어 힘들게 진행한 실험에서 의미 있는 데이터가 나오지 않았을 때에는 더욱더 많이 절망스럽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그동안 해왔던 임상의 생활에는 모르는 부분이 있더라도 정해져 있는 진료 가이드라인 등을 참고하여 어느 정도는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있었지만, 기초 실험실에서는 실험을 설계 및 구체화하는 과정에서는 정해져 있는 가이드라인이 없는 경우가 많아 다른 숱한 논문들을 참고하며 스스로 고민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실패에 점차 익숙해지고, 이를 조금씩 극복해 나가면서 실패를 발판 삼아 서서히 발전해 나가는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때부터는 하나 둘 의미 있는 데이터가 나오고, 심지어는 다른 목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제가 원하던 연구의 실마리를 찾았을 때는 희열감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별것 아닌 조그마한 성취감들을 모아 연구를 진행하다 보니 어느새 기초 실험이나 연구가 익숙해지게 되었고, 이를 토대로 논문까지 출판하게 되어 박사학위도 취득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 활동 중에 여러 연구 성과를 낸 것도 저에겐 큰 성장이지만, 돌이켜보면 무엇보다 다양한 실패에 마주하고, 이를 차근차근 극복해 나간 경험을 한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간들을 통해 느낀 것들이 추후 연구 활동에 좋은 자양분이 되어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는 세브란스 병원에서 내과 수련을 마치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에서 전문연구요원으로 근무하여 군복무를 마쳤으며,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저처럼 임상수련을 마치고 전문연구요원이 되고 싶은 후배들에게 드리고 싶은 조언은 전공의 수련을 마친 후에 의사과학자로 기초 의학의 길로 들어오는 것이 대다수의 주변인들의 길과는 다르기 때문에 그 과정 속에서 많은 혼란과 불안함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내가 하고자 하는 목표나 성취하고 싶은 부분을 끊임없이 되 뇌이며 정진해 나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학습 속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남들과 비교하여 본인이 조금 뒤쳐지는 것 같더라도 의식하지 말고 묵묵히 자기 길을 걷다 보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습니다. 힘들었던 기간이겠지만, 분명 그 속에서 얻어가는 것이 많을 것입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작년에 박사 학위를 취득 후 올해부터 다시 세브란스 병원 소화기내과 임상강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학위과정동안 쌓은 기초과학적 지식을 접목시켜 임상에서 여러 난제들을 연구하고 해결할 수 있는 연구자가 되고 싶습니다. 현재는 사람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들의 샘플을 통한 유전체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내년 안에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주 관심 질병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이지만 그 밖에 임상에서 접하는 여러 주제들에 대해 추가적으로 임상과 기초를 접목시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임상연구 및 중개연구를 할 수 있도록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우선 기초의학에 대한 준비 없이 박사과정 실험실 생활을 시작하였음에도 원하는 연구를 할 수 있게 도와주시고 성심성의껏 지도해주신 지헌영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교수님 밑에서 수학하면서 기초연구에 대한 시각 및 연구를 대하는 마음가짐을 배웠습니다. 무엇보다 베풀어 주신 가르침으로 인해 제가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배운 것들을 잘 새겨서 훌륭한 연구자로 성장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소화기내과 의사로 소양을 쌓게 해주시고, 의사과학자로 연구를 시작할 수 있도록 전공의 때부터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지도해주신 박준용 교수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전공의 2년 차에 처음 만나 뵙고 박사 졸업 후 지금까지 많은 애정과 지도편달로 좋은 길로 이끌어 주시고 계신 덕분에 제가 성장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정진해 나가 더 좋은 연구자가 되겠습니다.
또한 학위논문 심사위원으로 큰 도움을 주신 카이스트 김하일 교수님, 윤상선, 석기태 교수님께도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저와 실험실에서 동고동락하며 많은 시간을 함께한 지헌영 교수님 실험실 선생님들과 소속 연구실은 다르지만 마우스와 오가노이드 실험에 많은 도움을 주신 조경주 박사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실험 내외적으로 다양한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늘 변함없이 지지해 주신 사랑하는 아버지, 어머니, 형에게 감사드리며 박사과정 동안 응원해주고 따듯하게 격려해주시고 사랑을 주신 아버님과 어머님 그리고 항상 든든하게 챙겨주시는 형님, 처형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무엇보다 한결같이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랑하는 아내 신이린에게 가장 큰 감사 드립니다. 주말 동안 연구로 인해 제대로 시간도 못 보내도 저의 길을 내 일과 같이 이해해주고 지지해준 아내 덕분에 연구를 잘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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