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이번에 Brain, Behavior, and Immunitiy에 게재된 논문은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GV1001의 치료효과 및 그 작용기전을 검증한 지난 10년간의 연구 결과들을 담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이며, 고령인구에서 발생하는 퇴행성신경질환중에서도 가장 유병률이 높은 질환이다. 전세계 공통 문제인 고령화로 인하여 치매로 고생하는 환자 수는 기하 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2050년이 되면 전세계적으로 1.5억명 정도가 치매 환자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중 60~70%가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것으로 예상되므로 최소 9천억명에서 많게는 1억명 넘는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는 환자의 삶을 힘들게 할 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의 삶도 힘들게 하며 결과적으로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사용되게 한다. 우리나라도 동일한 문제를 겪고 있어 당장 2025년이 되면 1백만명이 넘는 환자들이 치매로 고생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중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대략 70만명 정도일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심각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알츠하이머병을 완벽하게 치료할 수 있는 치료법은 전무하다. 최근 몇 개의 단일클론항체 약물들이 3상 임상시험에서 성공했다는 소식들이 전해지면서 기대를 모으고 있으나, 그 효능 결과를 들여다보면 완벽한 치료제라기보다는 병의 진행속도를 늦추는 약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새로운 작용기전을 갖는 전혀 다른 종류의 신약 개발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국내 제약사인 ㈜젬백스앤카엘에서 개발중인 GV1001®은 인간 텔로머라제 (human telomerase)의 기능적 핵심 부위인 hTERT (human telomerase reverse transcriptase)의 1132개 아미노산 서열 중 16개 서열 정보를 이용하여 합성한 펩타이드로 hTERT가 텔로미어 연장 외에 갖는 다양한 생리활성 기능 (extra-telomeric function)들을 함께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본 연구팀도 14년전부터 GV1001의 작용기전을 밝히기 위한 연구들을 진행해 오고 있었다. 이번에 새롭게 밝힌 GV1001의 GnRHR agonist 로서의 작용기전 이외에도 2014년에는 신경세포보호, 항산화 등 hTERT의 extra-telomeric function을 함께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여 보고한 바 있다.
이처럼 GnRHR agonist 및 extra-telomeric function 등 동시 다중 약리활성을 갖는 GV1001은 multi-target에 작용하여 알츠하이머병의 핵심병리 기전들인 아밀로이드병증, 신경염증, 타우병증 등 다양한 병리기전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음을 알츠하이머병 형질전환 동물을 이용한 실험에서 확인하였으며,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2023년 IF가 19.221인 Brain Behavior and Immunity에 게재되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GV1001의 개발사인 ㈜젬백스앤카엘은 중등도 및 중증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국내 2상 임상시험에서 GV1001의 치료적 유효성을 이미 확인하여 2021년 논문으로 보고한 바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현재 글로벌 2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GV1001의 작용 기전을 고려할 때 알츠하이머병 이외에도 신경염증 및 신경사멸이라는 공통 병리기전을 갖는 다양한 퇴행성신경질환들에도 치료효과가 있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이에 대해서는 향후 추가 연구들을 통하여 확인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진행해온 연구처럼 알츠하이머병의 다중 타겟에 동시에 작용하는 다중기전 약물들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중이며, 이런 동향은 뚜렷한 완치법이 없는 알츠하이머병의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10년을 같은 연구를 진행해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공동교신저자인 김상재박사와 공동1저자들인 박현희박사, 권혁성교수, 이규용교수 등이 함께 힘을 모아 서로 격려하고 연구하며 많은 난간을 극복해왔기에 GV1001의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치료효과 및 작용기전을 밝히고 이를 이용한 임상시험을 통하여 새로운 치료제로써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GV1001이라는 물질을 신약으로 성공시키기 위한 ㈜젬백스앤카엘의 지속적인 R&D 투자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면서 의견 대립이 없을 수 없었으나 서로 믿고 의지해온 것이 좋은 결실로 이어졌다고 생각하며 혼자 가면 더 빨리 갈 수는 있지만, 함께 가면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말을 생각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인이 속해 있는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신경과 연구실은 신경과의사인 본인이 2007년부터 운영해오고 있는 연구실로써 처음에 본인과 연구원 1명으로 시작했던 연구실이었는데 현재는 4명의 임상교수들과 10명의 연구원들이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며 다양한 실험들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최근 1년 사이에 한빛사에 3번째 소개되는 영광을 얻게 되었다. 또한, 임상의사들이 바쁜 일정 중에서도 실험을 할 수 있도록 연구시설과 다양한 장비들을 제공해준 한양대학교에 감사하며 더 많은 임상의사들이 실험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성과를 만들기를 기대한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신경과의사로서 1주일에 5회 진료를 하면서, 학생 교육, 연구 등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또한, 교수로서 당연히 참여해야 하는 다양한 학회활동 등을 고려할 때 연구를 위한 시간을 내는 것이 더욱 더 어렵다고 느낀다. 그럼에도 앞서 기술한 것처럼, 꾸준하게 시간을 들이고 노력하다 보니 많은 동료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실험실을 만들었고 이렇게 즐겁게 함께 연구하다 보니 연구성과도 훨씬 더 좋아지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 그럼에도 연구비나 첨단 장비 부족 등은 항상 연구자로서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아쉽지만 동료들과 함께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본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가끔 너무 힘들 때 의사인 친구들에게 불평을 하면 이렇게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있다. “무엇때문에 그렇게 바쁘고 힘들게 사냐? 환자 진료만 해도 할 일이 많은데.”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10여년 전 우연한 기회에 만나서 식사를 함께했던 노벨상 수상자인 Ignarro 교수가 했던 말을 잊을 수가 없다. 편함이나 부를 쫓지 말고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원하는 것으로 쫓으라고. 그러면 언젠가 명예와 부가 함께 올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매 순간 행복하게 일 할 수 있으니 기쁘지 않겠는가? 요즘 생명과학 및 이공계 분야가 많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래도 마음 속에서 정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눈앞의 어려움은 잠깐 잊어버리고 도전해보면 어떨까 한다. 그렇게 즐겁게 열심히 연구하다 보면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지 누구도 모르니까.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신경과 의사이고 치매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새로운 치료법 및 진단법 개발에 기여해서 알츠하이머병으로 고통받는 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내가 기여한 연구들이 정말 이런 멋진 일들에 기여한다면 지금 조금 힘들고 어렵더라도 얼마든지 열심히 할 계획이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앞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혼자서 모든 일을 할 수는 없다. 지난 10여년간 함께 연구해준 동료들과 묵묵히 응원해준 가족이 있었기에 조금이나마 오늘의 성공을 이룰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분들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도록 앞으로도 더욱 노력하고 결과로 보답하는 연구자가 되고 싶다.
#알츠하이머병
# GV1001
# 새로운 치료법
관련 링크
소속기관 논문보기
관련분야 논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