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항생제 내성 세균은 COVID-19 판데믹에 대비하여 조용한 판데믹으로 불리고 있을 만큼 만연한 감염 질환이며, 항생제 내성 세균에 의한 사망은 이미 전세계에서 연간 70만 명 이상의 사망을 야기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세균의 빠른 진화 속도, 사회경제학적 요인, 규제과학적 난관 등을 원인으로 신약 개발이 항생제 내성 발생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지체가 발생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의 보건 기구들은 항생제 내성 세균 감염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이성분조절체계 (Two-component regulatory system; TCRS or TCS)는 환경에 대한 자극-반응의 조절 인자로서, 마치 세균의 감각 기관처럼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성분조절체계의 조절과 변이는 항생제 노출에 대한 세균의 다양한 반응의 중심으로서, 표적 분자 변이, 항생제 분해 효소와 마찬가지로 항생제 내성의 주요 기작으로 작동합니다. 특히, 이성분조절체계의 변이는, 임상에서 사용되는 항생제들 다수에 내성을 갖는 다제내성세균 감염증 치료의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콜리스틴, 타이지사이클린 등의 최후항생제의 주요 내성 기작입니다.
본 연구는 학위 과정 첫 주제로부터 이어지는 연속적인 연구입니다. 첫 번째로 저는 서로 다른 서열형을 갖는 네 폐렴간균 균주들이 최후항생제인 콜리스틴에 1회 노출되었을 때 내성 발생률과 기작의 다양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선행연구 중, 본 연구의 핵심 분자인 이성분조절체계 crrAB가 같은 종 내에서도 유전형과 관계 없이 분포함을 확인하여, crrAB 오페론과 crrC 오페론을 포함하는 염기서열 구간을 crr gene cluster로 명명했습니다. 또한, 폐렴간균과 그 근연종들에서 crr gene cluster를 확인하여 폐렴간균 복합의 종분화 과정에서 이 gene cluster가 도입되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어, 본 연구인 crrAB가 후행 조절인자인 pmrAB와 유사한 환경인자를 인식함에도 불구하고 유전적 부담을 감수하면서 폐렴간균에서 유지되는 이유를 찾기 위해 추가적인 실험을 진행하였습니다. 그 결과 crrAB를 제거한 클론에서는 콜리스틴 노출에 대한 저항성을 증가시키고, 이는 콜리스틴과 같은 항균 펩타이드로 이루어진 숙주의 선천성 면역계에 대한 저항성을 높일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또한, 이 가설을 주요 면역체계가 항균 펩타이드로 이루어진 꿀벌부채명나방 애벌레 감염 실험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고관수 교수님의 항생제내성세균 연구실 (Antimicrobial Resistant Pathogen Research Lab; ARPRL)은 병원성 세균의 항생제 내성을 주제로, 임상과 기초를 잇는 선구자적 연구를 진행해왔습니다. 항생제 내성을 잘, 많이 획득하며, 병원 환경에서 살아남아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진 주요 균종들인 ESKAPE-E 균주들을 모두 아우르는 연구를 수행해왔고, 분자역학 및 유전계통학을 도입한 항생제 내성의 출현-변이-전파 연구를 선구자적으로 수행해왔습니다. 최근에는, 항생제 감수성임에도 불구하고 고도의 항생제 노출에 생존하는 persister의 제어, 동일 clone에서 항생제 고도내성을 갖는 부차집단인 heteroresistance의 특성과 천이 등 세균감염 치료를 방해하는 현상들에 대한 연구에서 집단 유전학적 이해에 기반한 모델을 제시하고 이를 실험적으로 증명하여 한빛사에도 여러 차례 소개되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최근 국가 연구개발비 삭감 사태를 맞아 많은 연구자분들께서 힘든 시간을 겪으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끝없이 되풀이하는 팔로잉 집단의 연구효용과 가치에 대한 평가절하와 연구자 집단 전체를 카르텔로 매도하는 시각은 연구에 대한 회의감을 야기합니다. 지면을 빌어 작은 위로를 나눕니다.
제가 학부생으로 입학할 때, 저희 과에 진입한 학생이 58명이었고, 그 중 반수 가량은 이후 의약학 분야 전문대학원에 진학하였습니다. 반면, 동기들 중에서 대학원에 진학한 수는 일고여덟 남짓으로 기억합니다.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입학 전부터 대학원 진학과 박사 학위만을 목표로 한 저를 미련하게 볼 수도 있겠지만, 다른 연구자들과 마찬가지로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장점에 더불어, 좀 거창하게는 인류의 행복과 지식 체계에 기여한다는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생활을 위한 job, 경력을 위한 career로서 자연과학, 특히 생명과학은 좋은 선택지는 아닌 것으로 생각됩니다. 웃지 못할 농담으로, 생명과학은 저희 아버지 세대에서도 유망 직종이었고, 제가 학생일 때도 유망 직종이었는데, 지금도 유망 직종에 머물러 있습니다. 노력이 물질로써 보상받지 못해도, 힘듦을 공감 받지 못해도, 남에게 인정받지 못해도, 다만 자존감과 양심을 지킬 수 있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특권 같은 즐거움이 있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아직 계획을 세울 위치에 있지 않아, 앞으로의 희망사항을 적습니다. 항생제 내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 다음 세 가지 주제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내성의 발생과 전파를 막기위한 혁신적인 방안, 둘째, 경험적 처방을 줄이기 위한 빠른 내성 진단법의 개발, 셋째, 기존 출시 항생제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최적 치료법의 확립. 저는 세균의 유전체를 포함하는 다중체학적 분석의 전문성을 쌓아 이 분야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매일 셀 수 없는 감사한 순간들을 겪지만, 분량의 한계로 본 논문에 직접 연관된 분들만 언급합니다. 제 지도교수님께서 본인보다 나은 것이 있을 때 졸업을 시키신다 하셨지만, 지금도 저는 하나 나은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다른 것보다 항상 건강하시길 바라는 고관수 교수님, 나의 라훌라이자 피안인 처 박혜민 박사, 후배로 시작하여 앞으로는 같은 연구자로 함께할 정우, 윤영, 종현까지, 감정 표현이 서툴어 이 기회를 빌어 감사함을 전합니다. 긴 난문을 읽어 주셔 감사합니다.
#항생제 내성 세균
# 이성분조절체계
# 분자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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