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본 논문은 만성 B형간염 환자에서 기존의 통념과는 달리 항바이러스제 치료 시작 시점의 HBV DNA 역가가 치료 중 간세포암 발생 위험도와 연관성을 보임을 확인한 임상연구입니다. 이번 Gut에 발표된 연구는 이전 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에 실렸던 간경변증이 없는 HBeAg 양성 만성 B형간염 환자 연구의 확장판으로 HBeAg 양성 환자에 추가로 HBeAg 음성 환자까지 포함하여 국내 5개 대학병원 총 4,693명의 만성 B형간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입니다.
Lamivudine이란 약제가 만성 B형간염의 치료제로 도입된 이후 강력한 항바이러스제들의 지속적인 개발로 만성 B형간염 환자들의 예후가 상당히 개선되었습니다. 특히나, 간경변증으로의 진행이나 이로 인한 합병증은 많이 감소하였지만, 문제는 여전히 간세포암 발생이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기존에 간경변증으로 사망했을 환자들의 생명이 연장됨에 따라 오히려 간세포암 발생 위험도에 노출되는 시간이 늘어나다보니 생기는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이 외에도 만성 B형간염의 치료 가이드라인이 지나치게 복잡하여 발생하는 문제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간세포암으로 진단받았던 약 60% 정도의 환자가 우리나라 보험기준과 매우 유사한 아시아-태평양 간학회 B형간염 가이드라인에서 만성 B형간염 치료 권고 기준에 해당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전 연구에서 확인되었던 바 있었습니다. 즉, 간세포암 발생을 더 예방하기 위해서는 만성 B형간염 치료 개시 기준을 좀 더 완화하여야 할 필요성이 분명히 있으며, 저희 연구팀에서는 이런 점에 대한 근거 확립을 위해 HBV DNA 역가와 간세포암 발생 위험도 사이의 관계에 주목하였습니다.
만성 B형간염의 자연경과 확립에 큰 역할을 했던 대만의 community-based cohort인 REVEAL-HBV cohort의 분석결과에 따라 HBV DNA 역가가 증가할수록 간세포암의 발생 위험도가 올라간다고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이와 상충되게 만성 B형간염의 초기에는 소위 '면역 관용기'라는 시기가 있는데, 이때는 혈청 HBV DNA 역가가 매우 높지만 상대적으로 간경변증이나 간세포암으로 이행될 확률이 현저히 낮아 앞선 HBV DNA 역가가 증가할수록 간세포암 발생 위험도가 증가하는 개념과 다소 맞지 않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이는 REVEAL-HBV cohort에 포함된 환자의 85%가 비교적 만성 B형간염이 진행된 HBeAg 음성 환자였으며, 50%는 비활동성 보균자였고, HBV DNA 역가가 5 log10 IU/mL 이상의 경우 당시 기술적 한계로 정량화가 되지 않았다는 점으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이런 점을 보완하고자 저희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 교수님 연구팀에서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만성 B형간염 환자에서 HBV DNA 역가와 간세포암 발생 위험도 사이의 관계를 HBeAg 양성 환자를 다수 포함하고 HBV DNA 역가를 8 log10 IU/mL 이상까지 추가로 정량화하여 분석한 결과 흥미롭게도 HBV DNA 역가와 간세포암 발생 사이에 이전 결과처럼 linear association이 아닌 parabolic association이 존재함을 확인하였습니다. 즉, HBV DNA 역가가 4-8 log10 IU/mL의 moderate level일 때 간세포암 발생 위험도가 매우 높으며, HBV DNA 역가가 8 log10 IU/mL 이상이거나, 4 log10 IU/mL 미만일 경우에는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렇다면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시작한 환자에서는 어떤 결과가 있을지 확인해보고자 하는 것이 제 연구주제의 핵심이며, 이전 연구에 따라면 항바이러스제를 시작하게 되면 HBV DNA 역가가 빠른 시간 내에 검출 한계치 아래로 감소하기 때문에 HBV DNA 역가와 간세포암 발생 사이에는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 기존의 통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전 대부분의 연구들을 보면 HBV DNA와 간세포암 사이에 linear association을 가정하고 HBV DNA를 연속형 변수로 분석하였다는 한계점이 있었습니다. 이런 점에 착안하여 저희 연구팀에서는 HBV DNA를 연속형 변수가 아닌 categorization을 하여 나누어 분석해 보았고, 흥미롭게도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시작한 환자라고 하더라도 치료 시작 시점 당시의 HBV DNA 역가와 간세포암 사이에 parabolic association이 여전히 존재함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였습니다(좌측그림). 치료받지 않은 환자와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시작한 환자를 비교하였을 때 HBV DNA 역가와 간세포암 발생 사이에 parabolic association이 둔화되긴 하지만 여전히 유지된다는 점을 확인하였고, 간세포암의 발생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던 HBV DNA 4-8 log10 IU/mL 구간의 환자에서 항바이러스제 치료에 의해 50-60% 정도 간세포암 위험도가 분명히 감소되긴 하지만 HBV DNA 역가가 8 log10 IU/mL 이상에서 시작한 환자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다는 점을 확인하였습니다(우측그림).
이런 현상은 1) HBV DNA host genome integration, 2) Clonal hepatocyte expansion, 3) Liver inflammation 등으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B형간염은 감염 초기부터 host genome integration이 활발히 일어난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고, host genome integration 중 oncogene의 disruption에 의해 간세포암의 위험도가 증가될 수 있습니다. 더욱이 HBV DNA 역가가 높을수록 host genome integration의 빈도가 올라간다고 알려져 있어 HBV DNA 역가가 올라갈수록 HCC risk가 증가되는 개념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8 log10 IU/mL 이상의 높은 역가에서 HBV DNA 역가가 내려가게 되면 HCC risk가 올라가는 현상은 clonal hepatocyte expnsion으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전체 간세포가 B형간염에 감염되어 있다고 가정하면, 혈청 HBV DNA 역가가 ~9 log10 IU/mL로 매우 높게 측정됩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host genome integration에 의해 B형간염의 entry receptor인 NTCP에 문제가 생긴다든지, B형간염의 replication machinery에 문제가 생긴 hepatocyte clone의 경우 B형간염을 만들지 않거나 적게 만들다 보니 B형간염을 fully secretion 하는 hepatocyte에 비해 생존에 유리하며 immune clearance 과정에서 생존에 유리한 hepatocyte clone이 증식하게 되는 clonal hepatocyte expansion이 발생합니다. 이런 현상은 cancer field effect에 의해 carcinogenesis에 기여함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즉, HBV DNA 역가가 감소하고 있다는 의미는 HBV를 적게 만들거나 아예 만들지 않는 hepatocyte clone들이 출현하여 확장하고 있다는 간접적 증거이며, 따라서 HBV DNA 역가가 감소할 때 간세포암의 발생 위험도가 올라가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중국에서 최근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간섬유화나 간수치에 관계없이 HBV DNA 역가가 5-7 log10 IU/mL일 때 liver inflammation의 정도가 심하다는 보고가 있었고, 이 역시 간세포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겠습니다.
항바이러스제 치료에 의해 이런 현상을 막을 수는 있지만 이미 비가역적으로 누적된 위험도를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저희 연구팀은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복잡한 현재 치료 개시 기준을 HBV DNA 역가 만을 기반으로 단순화하고, 간세포암 발생 위험도를 낮게 유지하기 위해 조기 치료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제가 서울아산병원에 임상강사로 합류한 2019년부터 시작하였으나 저희 연구 결과가 선행지식에 비해 급진적이다 보니 기존 전문가들의 통념을 깨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전 연구가 실리기까지 20번의 reject 통보를 받았고, 21번째 도전에 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에 연구결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이후로 전문가들의 인식에 많은 변화가 있어왔고, 이번에는 그래도 다소 수월하게 HBeAg 음성 환자를 아우르는 확장판의 연구결과를 Gut에 낼 수 있었습니다.
저희 연구결과가 복잡한 만성 B형간염 환자의 치료를 단순화하여 간세포암의 발생을 예방하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기를 바라며, 현재 활발히 개발 중인 만성 B형간염 완치제가 나올 때까지 별 문제없이 만성 B형간염 환자들의 건강이 유지될 수 있도록 조기치료의 근거로 활용되기를 바랍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 교수님 연구팀은 만성 B형간염을 주제로 후향적 임상연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IIT 및 SIT를 진행 중입니다. 이런 임상연구를 바탕으로 치료 가이드라인을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유수의 저널에 가이드라인 변경 근거로 활용될 여러 중요한 연구 결과들을 발표해 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이전 IIT를 통해 약제 내성 B형간염의 치료에 있어 ETV + TDF의 병합요법과 비교하여 TDF의 단독요법이 비열등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여 가이드라인 변경에 기여하였던 바 있고 현재는 모든 가이드라인에서 TDF 단독요법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운이 좋게도 리뷰어나 에디터를 잘 만나 어려움 없이 연구결과가 잘 출판되는 경우도 간혹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기초연구든 임상연구든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세상에 빛을 보게 되는 거 같습니다. 그런 과정 속에 의지가 약해질 때도 있고, 좌절할 때도 있지만, 이런 지난한 과정을 잘 이겨낸 후 연구결과가 발표되어 세상에 반향을 일으키고 전문가 집단에서 인정 받아 치료 기준을 변경하는데 주요 근거로 활용되는 경험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큰 자부심이고 보람인 거 같습니다. 거시적으로 보면 그런 변화가 전세계적으로 수만명의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그런 자부심과 보람이 배가되는 거 같습니다.
4.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만성 B형간염의 기존 알려져 있는 자연경과로 설명되지 않는 회색지대(grey zone)에 대한 관심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만성 B형간염 환자들에 대한 임상연구뿐만 아니라 KAIST에서 박사학위를 받으며 쌓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회색지대에 있는 환자들의 HBV 관련 biomarker의 특징들이나 immune phenotype에 대한 translational research도 계획 중입니다. 혹시 관심 있으신 선생님들, 연락주시면 공동연구 가능한 좋은 기회를 모색하고자 합니다.
#B형간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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