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서울대학교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단백질은 대부분의 생명 현상에 관련이 있는 중요한 생물 분자입니다. 단백질의 기능은 단백질 구조와 밀접한 연관이 있고, 단백질 구조는 단백질의 서열에 의해 결정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단백질 서열을 알아내는 것은 단백질 구조를 알아내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용이합니다. 단백질 서열을 통해 단백질 구조를 예측한다면 단백질의 기능을 포함한 여러 단백질에 대한 연구에 필요한 많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단백질 서열을 통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2021년 등장한 알파폴드2는 딥러닝 기술을 이용하여 단백질 서열을 통한 단백질 구조 예측의 정확도를 매우 높였습니다. 이로 인해 컴퓨터를 통한 단백질 구조 관련 연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기존에 단백질 구조가 PDB에 약 20만 개이 등록되어 있고, 단백질 서열은 Uniprot에 약 2억 개가 등록되어 있었습니다. 알파폴드2를 통해 Uniprot의 단백질 서열의 구조를 예측함으로써, 우리가 높은 정확도로 알고 있는 단백질 구조의 개수가 20만 개에서 2억 개로 급증하였습니다.
본 연구는 알파폴드2를 통해 예측한 2억 개의 단백질 구조를 클러스터링하여 우리가 서열을 통해서만 알고 있던 단백질들을 구조를 통하여 새로운 지식을 얻는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특히, 인간 선천 면역(innate immune system) 단백질과 유사한 구조의 단백질이 박테리아에서도 발견되어 진화적으로 먼 상동성(remote homology)에 대한 새로운 관찰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어쩌면 진핵생물 분화 이후에 발생했다고 생각했던 면역 기능이 그 이전 공통 조상에서 시작되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제가 학부 시절에 들었던 강의에서 얼마나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것이 어려운지 배운 적이 있고 그 난이도에 대해 공감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알파폴드2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에 흥미가 갔고, 때마침 연구실에서 알파폴드2의 예측 데이터를 연구한다는 얘기를 듣고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연구했습니다. 연구 관련 에피소드라면 이 논문이 나온 것 자체가 에피소드 아닐까 싶습니다. 우선 제가 봐도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접근성(accessibility)과 오픈 사이언스에 관심이 있는데 웹(cluster.foldseek.com)을 통해 데이터를 쉽게 접근할 수 있게 공개해서 저의 가치관 또한 실현한 것 같아 뿌듯합니다. 1년 간의 인턴 기간 동안 했던 연구인데 revision 없이 Nature에 accept되어 빠르게 논문이 나오게 되어서 신기하고 기쁩니다.
전망에 대해서 생각해보자면, 바이오 데이터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입니다. 이러한 데이터를 잘 저장하고, 접근하고, 의미를 도출해내는 작업은 더욱 유의미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마틴 스타이네거 (Martin Steinegger) 교수님이 지도하시는 스타이네거 랩 (Steinegger Lab)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생명과학 연구를 가속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합니다. 시퀀싱 데이터, 단백질 구조 데이터, 메타지노믹 데이터 등과 같은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알고리즘, 기계학습을 연구하여 생명과학 데이터를 빠르게 접근, 가공할 수 있도록 합니다. 교수님께서는 알파폴드(AlphaFold), 콜랩폴드(ColabFold), MMseqs2 등 단백질 연구에서 여러 연구 집단에서 사용하는 핵심적인 도구를 개발하셨습니다. 그리고 연구 홍보에 적극적이셔서, 연구실 구성원으로서 많은 협업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 같습니다. 좋은 과학자이시면서 좋은 매니저의 역할도 잘 해주시는 덕에 즐겁게 연구할 수 있습니다.
연구실이 서울대 자연과학대 4층에 있는데 500동 건물 지붕을 발코니처럼 바로 나가 관악산을 볼 수 있습니다. 나가서 보면 경치도 좋고 계절 변화도 느낄 수 있어서 좋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를 하면서 과학이라는 것이 참 허술한 사고 체계 위에 지어져 있고, 이렇게 허술한 과학이 우리 사회의 풍요에 이만큼 기여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느낍니다. 우주는 시계처럼 정밀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우리는 그 시계를 열 수 없고 그저 흔들어보고 귀를 기울여 소리를 들으며 나름의 그 시계 내부의 원리를 묘사하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아인슈타인이 얘기를 했습니다. 저도 아주 공감합니다. 더 좋은 도구를 만들어서 우주의 시계를 다양하게 흔들고 귀 기울일 수 있게 한 다음에 내가 보고 느낀 것을 솔직하게 공개하고 생각을 붙이는 것이 연구활동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 스스로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흥미를 가진 주제인 ‘알파폴드가 내놓은 데이터는 어떠할까? 우리에게 어떤 새로운 관찰 결과를 내놓을까?’에 대해 연구할 수 있어서 그 자체로 보람 있었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꼭 이 분야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호기심을 따라 분야를 선택했다면, 이 분야의 흥미로운 점이 무엇인지 알고, 이 분야에 호기심을 갖기까지 배경지식을 이미 갖추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관심을 가지고 연구 주제를 받았다면 연구를 하면서도 자신의 질문을 해결하는 것만으로 연구를 해나갈 수 있어서 불안함이나 모호함도 많이 줄어들고 성과도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새롭게 발표된 6억 개의 ESMatlas 단백질에 대해서 클러스터링 후 분석을 진행중입니다. Uniprot 단백질 뿐만 아니라 metagenome 단백질에 대한 통찰까지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어지는 단백질 빅데이터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필요성을 느끼는 분석 도구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과학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석사 1학기 중이어서 떠오른 아이디어를 잘 실현할 수 있도록 컴퓨터 과학과 생물정보학을 열심히 공부해 나갈 계획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 연구는 ETH Zurich의 페드로 교수님 랩실과 우리 랩실을 주축으로 협동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좋은 연구 환경 만들어준 마틴과 훌륭한 통찰을 공유하고 지도해준 마틴과 페드로, 그리고 함께 연구하고 도와준 공동 저자들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Nature에 출판되는 연구를 경험했습니다.
등록일 2023.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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