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이화여자대학교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먼저 제가 연구를 진행한 단백질이 어떤 균주에서 유래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싶습니다. Thermococcus onnurineus NA1은 2002년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에서 심해열수구로부터 분리한 초고온성 고세균입니다. ‘온누리’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에 originality가 있는 균주로, 2010년에 이를 다룬 논문이 한빛사에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Kim et al. “Formate-driven growth coupled with H2 production.” Nature (2010)).
T. onnurineus NA1 균주는 독성 가스인 일산화탄소를 이용하여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특별한 carbon monoxide dehydrogenase (codh) gene cluster를 보유한 미생물입니다. 수소는 연소 시 물만 생성되는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으로 알려져 있어 대기 오염과 온실 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며, 단위 질량당 에너지 생산량이 높아 화석 연료에 비해 효율적인 에너지원으로 간주됩니다. 따라서 T. onnurineus NA1은 미래에너지 생산자로서 기대되는 미생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논문의 핵심 주제인 EnfR은 2016년 KIOST에서 발굴한 단백질입니다. KIOST 연구팀은 T. onnurineus NA1 균주의 장기 적응 배양을 통해 EnfR이 일산화탄소로부터 수소생산을 촉매하는 효소군의 발현을 조절하는 전사인자임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번 논문에서는 결정구조 규명, 프로모터와의 복합체 구조 예측 및 상호작용 분석, 돌연변이 실험 등을 통해, EnfR의 전사조절 기전을 원자 수준에서 밝혔습니다. 결론적으로, T. onnurineus NA1의 수소 생산성을 더욱 높일 수 있는 새로운 토대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연구와 관련된 에피소드라고 하면, 2018년 제가 처음 EnfR의 구조를 규명했던 순간이 생각납니다. 현재에는 알파폴드 같은 다양한 단백질 구조 예측 프로그램이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당시에는 homolog 구조기반 모델링이 전부였고, homolog 단백질 구조가 알려져 있지 않은 경우, 회절 데이터를 활용한 구조 규명이 용이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methionine (Met)이 없는 EnfR의 구조를 de novo로 규명하기 위해 Met가 도입된 돌연변이를 설계한 후 정제하여 결정을 다시 성장시켰고, 여러 번의 최적화 작업을 통해 회절실험 가능한 상태의 돌연변이 단백질 결정까지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단백질 결정이 생성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결정이 변성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회절데이터를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통 회절실험은 포항가속기연구소에서 빔타임을 배정받아 수행을 합니다. 그러나 당시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빔타임까지 두 달이라는 긴 시간이 남아있었고, 결정 변성에 대한 우려로 매우 다급한 상황이었습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다른 연구 기관의 교수님, 박사님들께 부탁을 드려 잠깐이지만 포항가속기연구소 5C 빔라인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그때 제 인생에 있어 첫 단백질 결정구조를 규명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지금 그 구조를 기반으로 좋은 성과를 얻게 되어 매우 뿌듯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화여자대학교 화학·나노과학과 차선신 교수님이 PI로 계신 신약표적단백질 연구실에 2017년 학부인턴으로 처음 들어온 후 2023년 8월에 박사학위를 취득하여 현재는 박사후연구원으로 있습니다. 교수님, 박사후연구원, 석·박통합과정생들을 포함하여 10명으로 구성된 이화여대 신약표적단백질 연구실은 다양한 질환 관련 단백질들의 결정구조를 규명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의 생화학적·물리화학적 특성 분석 및 구조기반 저해제 발굴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다수의 우수한 논문을 발표하였고, 기술이전도 4건이나 성사시켰습니다. 연구실에는 단백질 정제와 관련된 기기 외에도 여러 단백질 분석장비들이 구비되어 있기 때문에 부족함 없이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신약표적단백질 연구실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으시면 연구실 홈페이지(https://myr.ewha.ac.kr/chagroup/)를 방문해주십시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활동에 있어 핵심은 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발표한 논문 역시 다섯 개 기관의 공동연구로 진행되었습니다. 실험에 대한 가설이나 결과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해석할 수 있으며, 많은 경우 상호보완적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보다 폭 넓은 연구를 위해서 협업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도 ‘이 세상에 혼자하는 연구 하나 없다’라는 교수님의 가르침에 따라 구성원 모두가 서로 도와주고 함께하는 화목한 분위기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연구활동 하면서 자부심을 느끼는 순간도 당연히 있습니다. 이번 논문에서 다뤄진 EnfR이라는 단백질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Tfx라는 DNA-binding protein family 내 최초의 결정 구조였고, 사실상 무명(無名)의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결정 구조를 보고 8분 음표(♪)를 닮은 모양에 착안하여 그 이름을 ‘Eighth note fold Regulator’로 직접 명명하였습니다. 앞으로 고세균 전사인자에 대한 연구가 더 활발해져 EnfR이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보람이라고 하면, 진행해온 연구를 정리한 논문이 저널에 정식 출판되었을 때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논문이 출판된다는 것은 그간의 노력과 고생에 대한 일종의 보상이라고 생각하며, 연구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과 도전을 극복했다는 성취감도 들게 하는 것 같습니다. 논문을 발표함으로써 이 연구가 학계와 과학 커뮤니티에 기여할 수 있고, 다른 연구자들과의 지식 공유와 토론의 기회도 얻게 된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구조생물학은 생체고분자의 구조를 규명, 이해, 그리고 해석하는 학문입니다. 생명체 내에서 수행되는 거의 모든 생명현상은 단백질의 작용에 의존합니다. 예를 들어, 소화에서 항체 생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물학적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단백질입니다. 단백질 구조생물학은 이러한 단백질이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약물 개발, 질병 연구, 바이오 기술, 생명공학에 있어 그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생체 내 실제로 일을 수행하는 단백질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신기했습니다.)
대학원 진학 시 어떤 연구실, 어떤 연구주제가 자신의 흥미를 끄는지 탐색해보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자신의 성향과 맞을지 아닐지, 내가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과 고민은 너무 길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경험하며 살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시도해보고 그 안에서 흥미를 찾아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면 되는 것 같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일단은 박사후연구원으로서 현재 있는 연구실에서 해오던 연구를 지속하고자 합니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직접 실험실을 운영하면서 진행해오던 연구주제를 이어서 하고싶다는 욕심도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한빛사에 저의 글을 올릴 수 있는 영광을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본 연구는 협업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이 논문의 공동 저자이신 해양과학기술원의 이성혁 박사님 그리고 많은 도움을 주신 박사님들, 교수님들, 연구원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마음껏 연구할 수 있도록 좋은 환경 만들어 주신 저희 지도교수님이신 차선신 교수님 언제나 감사드리고, 실험실 식구들도 모두 고맙습니다. 또, 우리 가족들에게도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앞으로 더 좋은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등록일 2023.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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