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해수 1 ml에는 약 백만 개의 미생물이 존재하며 이들은 해양의 물질 및 생태 순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전자 분석을 통해 해양 미생물이 광범위한 종 다양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밝혀졌으나, 이들 중 대부분은 실험실 조건에서 배양이 되지 않아 구체적인 연구의 진행이 어려웠습니다. 심해 미생물 군집의 최대 30%를 차지하는 사르202 세균은 1993년 스티브 지오바노니 박사님 연구에 의해 버뮤다 해역의 메타게놈 분석을 통해 처음 예측되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30년간 이 세균을 실험실에서 배양한 과학자는 아무도 없어 후속 연구가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학자들은 사르202 세균이 다양한 유기물 분해 유전자를 가져 다른 세균이 분해하지 못해 심해로 운송된 유기화학물질을 이용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특히 최근에는 이 세균이 약 20억년 전에 유기물을 부분 산화할 수 있는 유전자의 획득을 통해 지구의 산소대폭발과정(Great Oxydation Event)을 매개하였을 것이라는 가설이 제안되기도 했습니다. 사르202 세균은 미생물학자들이 가장 배양하고 싶은 세균 중 하나인데, 해양에서 이 세균이 우점하며 서식하는 이유를 밝히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실험실에서 배양하며 관찰하는 것입니다. 본 연구팀은 기존에 배양하지 못한 다양한 해양 미생물을 배양 및 발굴하고자 지속적인 시도를 해왔습니다. 특히 유전자 정보를 이용하여 미생물 배양에 필수적인 생장인자를 밝혀내 환경 미생물 연구의 기반을 마련해내고자 하였습니다.
사르202 세균은 약 3일에 한 번씩 분열하는 매우 느리게 자라는 세균이기 때문에 간단한 실험이라도 수행하려면 두 달 이상이 소요되었습니다. 계획한 실험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3개월의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히 시간 분배가 중요한 박사 과정 수행 중에는 불안감을 크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사르202 세균은 콜로니를 형성하지 않습니다. 단지 액체배양만 가능했으며, 1 리터의 배양액을 모아야 겨우 눈에 보일 정도의 작은 세포덩어리가 관찰되었습니다. 따라서 상당한 생물량을 필요로 하는 지방산 분석이나, 게놈 시퀀싱, 현미경 촬영을 위해서는 두 달간의 대량 배양을 수행하여야 했습니다. 10 리터의 배양액을 만들었는데 플라스크 바닥에 금이 가 전부 새 버렸던 일, 전체 20 리터의 배양액을 이틀을 꼬박 원심분리하여 세포 덩어리로 모으던 일들이 생각납니다. 이런 어려움을 완화시키고자 사르202 세균의 최적 배양 조건을 확립하기 위해 게놈 특성 기반의 다양한 기질 실험을 시도하였으며, 실제 푸코스와 람노네이트 첨가 시 35일 동안 자란 최대세균수가 약 100배 이상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세포가 최대 생장기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여전히 사르202 세균의 생장을 촉진하거나 최대 세포생장수를 증가시킬 수 있는 다양한 유기물질을 대상으로 계속 연구하고 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박사 학위를 수여받은 후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중인 인하대학교 생명과학과 분자환경미생물 연구실 (Lab of Molecular Environmental microbial Biology)에서는 조장천 교수님의 지도 하에 다양한 환경 미생물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환경 모사 배지 기반의 고효율 배양을 통한 난배양성 미생물의 배양에 전문성을 가지며, 해수, 담수, 지하수를 아우르는 물 환경 미생물들의 분리 및 배양을 수행합니다. 나아가 환경에서 이들의 분포와 역할과, 유전체 기능을 밝히며 생태학적 기능을 규명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장내 환경 모사배지 기반의 혐기성 고효율 배양을 통한 난배양성 장내 미생물 배양 연구도 함께 진행중에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전세계의 호수 생태계에서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지만 배양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던 Actinobacteria acI clade의 균주 배양에 성공하여 관련 연구가 국제학술지 The ISME(International Society for Microbial Ecology) journal에 개제되었으며, acI 배양 후속 연구로 주요 세균의 헴 영양요구성(Heme auxotrophy)을 밝혀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 (Proc. Natl. Acad. Sci. USA)에 개제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또한 한강의 바이롬 연구를 통해 환경에 존재하는 파지가 새로운 항생제 내성 유전자의 전파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한 연구가 국제학술지 마이크로바이옴 (Microbiome)에 개제되었습니다. 이처럼 저희 연구실에서는 환경에 존재하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생물들을 대상으로 한 폭 넓은 연구를 통해 지속적으로 양질의 연구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연구실 홈페이지 참조: https://www.cholabinha.org/)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환경에 존재하지만 배양이 되지 않는 해양세균에 대한 연구는 지난 40년간 계속되어 왔습니다. 저는 환경 존재 세균의 1%만 배양 가능하다는 사실로부터 99%의 난배양성 세균들의 잠재력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세계의 해양미생물 학자들이 배양하고 싶어하는 사르202세균이 최초로 연구실에서 배양되었으며, 그 배양체의 모든 형태학적, 생리학적, 유전체적 특징을 최초로 밝혀낸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환경에는 아직 저희가 알지 못하는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이 존재합니다. 비록 산업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어려운 분야이기에 응용 가능한 획기적인 성과를 도출하기 힘들지만, 기초과학 분야야 말로 급격하게 변화하는 미래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생태계 이해의 바탕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양이 되지 않는 세균들이 가득한 미지의 영역을 탐구함으로써, 기초 과학 지식의 확장에 미약하게나마 일조할 수 있음에 보람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생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게다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의 경우는 늘 계획 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다양한 변수가 존재합니다. 때로는 의도한 대로 흘러가지 않음에 낙담하지만, 때로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서 힌트를 얻고 진전을 이룰 때도 있습니다. 저 또한 사르202 세균의 분리에 성공한 뒤 이와 같은 성과를 이루기까지 꼬박 5년이 걸렸습니다. 생명과학 분야는 불확실성에 기반한 시간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연구자로서 확고한 목표를 갖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험의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계속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연구자의 마음가짐입니다. 저는 자연에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기능을 가진 미생물을 발견해 환경 오염을 정화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환경 미생물 분야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사르202 세균을 비롯한 난배양성 세균 배양 실험을 수행하는 긴 시간 동안, 느리지만 한 걸음씩 제 연구 목표를 향해 나아가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정진하였습니다. 진학을 앞둔 분들도 본인이 선택한 분야에 전념할 수 있는 확고한 마음이 준비되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본 연구를 통해 사르202 세균이 고세균이 갖는 아케엘라 운동기구 합성 유전자를 갖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주사전자현미경, 투과전자현미경을 통해서는 아케엘라 구조뿐 아니라 독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르202 세균의 독특한 세포막 구조의 관찰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사르202 세균은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펩티도글리칸 세포벽 합성 유전자가 없으며, 따라서 고세균이 갖는 S-층 외막 구조를 가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알려진 S-층 구성 단백질과 유사성을 보이는 단백질은 없었습니다. 따라서 구조생물학에 특화된 저온전자현미경을 사용하여 사르202 세균의 자세한 외막 구조를 관찰, 더 나아가 아케엘라를 발견하게 된다면 최초의 고세균의 운동기구를 갖는 세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해양 미생물에 관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학위를 시작했던 날이 엊그제 같습니다. 이런 저를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여기까지 이끌어 주신 조장천 교수님과 강일남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교수님들의 지도하에 좋은 후속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교수님들께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 제 인생에 큰 행운이란 생각이 듭니다. 본 연구에 큰 도움을 주신 오레곤 주립대 지오바노니 교수님께도 감사를 전합니다.
또한 2017년 가로림만 고효율 배양 실험에서 사르202 세균을 분리하고 최초 배양에 성공하신 서지희 박사님께 모든 축하와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박사님께서 연구실을 떠나시며 후속 연구를 제가 맡게 되었지만, 저로서는 사르202 세균을 만나게 되어 연구의 방향을 확실하게 잡고 매진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제게 sar202라는 큰 선물을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2015년 학위 과정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가족보다도 오랜 시간을 마주하며 서로를 응원해준 연구실 동료들에게도 감사를 전합니다. 서로의 고충을 이해하고, 위로해주며 함께 힘낸 덕분에 긴 학위과정도 즐겁게 마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동갑내기 문기라 박사와 김수현 박사가 있어 이끌어주는 선배로서, 함께하는 친구로서 무척 든든했습니다. 모두 각자의 길에서 빛날 수 있는 멋진 MEMB 동료들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사르202 세균의 TEM, Thin-section 사진을 예쁘게 찍어 주시고, 긴 해를 거쳐 사진 찍는 동안 이런저런 따듯한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아 주신 표준분석연구원의 황선재 선생님께도 감사를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언제나 묵묵히 제 길을 응원해주시는 엄마, 아빠, 동생과 예비 신랑에게도 이 기회를 빌려 감사와 사랑을 전합니다.
사진) 2022년 스위스 ISME 학회 참석
#사르202 (SAR202)
# 루시푸기모나스 마리나 (Lucifugimonas marina)
# 해양 세균 (marine bacteria)
관련 링크
연구자 키워드
연구자 ID
관련분야 연구자보기
소속기관 논문보기
관련분야 논문보기
해당논문 저자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