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인간의 뇌에는 매 순간 무수히 많은 양의 정보들이 여러 감각 신경들을 통해 입력됩니다. 여러분이 저의 글을 읽고 있는 이 순간에도 모니터 테두리에 붙여놓은 메모지의 색상이나 창밖에서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는 시감각과 청감각을 통해 뇌 피질에 전달됩니다. 그런데, 이처럼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정보들은 결국 어떻게 될까요? 만약 입력된 모든 정보가 의식에 도달하게 된다면 우리는 불필요한 정보들에 마음이 흐트러져 깊이 있는 사고나 일관성 있는 행동을 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반대로, 의도하지 않았던 정보들이 모두 차단되어 버린다면, 화재 경보기의 소리처럼 우리의 생존에 중요하지만 예기치 못한 정보들은 영영 놓지게 됩니다. 저희의 이번 연구는 이 질문에 관한 체계적인 가설을 실험 심리학(experimental psychology)의 행동실험 방법과 기능적 자기공명 촬영(functional magnetic resonace imaging, fMRI) 기법을 통해 검증한 것입니다. 이론적인 면에서 이 결과는 인간의 뇌가 어떤 정보들을 어떤 상황에서 선택하고 (주의, attention), 그러한 지각적인 경험을 어떻게 저장하여 사후 행동에 참고하는지를 (학습, learning) 밝혀내는데 핵심적인 지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 논문을 내기까지의 과정과 어려움, 극복해낸 이야기, 관련된 재미난 에피소드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저희 분야도 매우 경쟁적이어서 논문의 게재 승인을 받을 때까지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리뷰를 받는 동안, 런던대와 프린스턴대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특별한 이유 없이 리뷰가 지연되어 애태우기도 하였습니다. 사실, 마음이 조급하기는 논문이 출판된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이 실험은 끝났지만, 실험 중에 수많은 다른 의문점들이 생겨났고 그 하나하나가 새로운 연구 주제가 되었습니다. 저희의 연구 결과가 여러 학회 발표를 통해서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만큼, 벌써 다른 실험실에서는 저희의 결과를 지지하거나 반박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를 시작했을지도 모릅니다. 이 때문에 저희는 지금도 더 부지런히 더 발전된 실험들을 계획하고 수행하는 중입니다.
2. 실험실에서의 연구생활 이야기…
이번 저희 연구는 지도교수이신 천명우 선생님과 제가 Vanderbilt University(Nashville, Tennessee)에 있는 동안 수행되었습니다. 밴더빌트 심리학과는 제가 유학생활을 처음으로 시작했던 곳인데, 시각 과학(visual science) 분야에서 최고의 교수진과 연구 성과를 자랑하는 곳입니다. 학교의 캠퍼스는 작은 수목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나무와 잔디밭이 잘 가꾸어져 아름답고, 학교가 위치한 네쉬빌은 몇년째 전 미국에서 가장 친절한 도시에 꼽힐 정도로 평안하고 여유 넘치는 곳입니다. 비록 2년 밖에 있지 못했지만, 밴더빌트에서 지낸 시간은 저의 학문적인 발전에 매우 유익하였다고 생각합니다. 밴더빌트 만큼 인지 신경과학을 체계적이고 집중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곳은 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Yale University(New Haven, Connecticut)에는 작년(2003년) 여름에 지도교수께서 정교수로 부임하시면서 함께 옮기게 되었습니다. 밴더빌트에 비해 예일의 장점은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곳에는 기억이나 정서를 신경과학의 측면에서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동안 시각 분야에 집중되었던 저의 연구 관심사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연구 외적인 면에서는, 학교를 옮겨오면서 실험실이 많이 커졌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현재 저희 Yale Visal Cognitive Neuroscience Lab에는 지도교수님과 3명의 박사후과정, 6명의 박사과정, 그리고 한명의 연구 조교가 열심히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실험실이 이전보다 훨씬 활기차게 변했고, 이해심 많고 똑똑한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배우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특히, 예일에는 대학원생을 위한 Bar가 있는데, 실험이 늦게 끝난 날은 동료들과 어울려 술도 마시고 포켓볼도 치면서 피로를 푸는 것이 저의 작은 행복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3. 이 분야에서 연구하기를 희망하는 후배들, 유학을 준비하는 이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뇌의 인지기능은 철학부터 물리학에 이르기까지 여러 관점의 지식들이 어우러지지 않으면 밝혀내기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지 심리학(cognitive psychology)에서 집중적으로 연구되어 온 주의와 학습에 대한 이론적 지식이 없었다거나, 신경생리학(neurophysiology)에서 밝혀진 신경 해부학적 지식이 없었더라면 저희의 이번 연구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학제적(interdisciplinary) 연구 방법은 다양한 분야의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학문간 교류가 비교적 미비한 우리나라의 상황에 익숙한 학생들에게는 이러한 연구 분위기가 당황스러울지도 모릅니다. 장차 인지 신경과학 분야에서 연구하고자 하신다면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학부 때부터 문과와 이과에 걸쳐 다양한 지식들을 접해두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어집니다.
4.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 자리를 빌어서, 저에게 좋은 환경에서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고 언제나 참을성있게 기다려주신 천명우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더불어, 저희의 연구를 귀한 자리에서 소개할 수 있게 해 주신 BRIC 관계자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Received for article September 24, 20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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