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Staphylococcus aureus 는 그람양성 병원균으로서 원내감염의 주된 요인입니다. 이 세균은 가벼운 피부질환부터 생명에 위독한 endocarditis나 haemolytic pneumonia까지 다양한 질병을 일으키며 거의 모든 조직(tissue)에 감염할 수 있을 정도로 주변 환경에 대한 적응력도 뛰어납니다. 병원에 입원한 모든 환자의 2%가 이 세균에 감염될 정도로 널리 퍼져있는 이 세균은 다양한 항생제에 대한 내성도 강해서 유럽, 미국, 일본의 경우 병원에서 발견된 이 세균의 40% - 60% 가 Methicillin에 내성을 보인다고 보고되었습니다. 더구나 최근에 항생제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던 Vancomycin에까지 내성을 보이는 S. aureus 가 계속 출현하고 있으며 Vancomycin 내성이 사람 몸안에서 Enterococci로부터 S. aureus로 옮겨질 수 있음을 보이는 연구결과가 나오는 등 이 세균의 항생제 내성은 의학계의 큰 고민거리입니다.
이 세균에 대한 관심은 현재 7개의 S. aureus genome sequence가 나와있는 것으로도 알 수 있으며 주로 유럽, 미국, 그리고 일본에서 세포벽 합성 및 항생제 내성의 기전 및 역학, 질병인자 (Virulence factor)의 발견과 이를 조절하는 인자, 쥐를 대체할 다른 model system의 개발 등을 중심으로 많은 연구들이 활발히 펼쳐지고 있습니다.
또한 이들 연구들은 앞으로는 개별 유전자수준의 연구보다는 전체 Genome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Host-Pathogen interaction에 관한 관심과 연구는 근래에 들어와서 S. aureus 분야에서도 좋은 논문들이 나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제가 위 논문에서 한 일은 S. aureus의 유전자들을 Transposon을 이용하여 돌연변이시키고 또한 돌연변이된 유전자부위를 알아내어 site-defined transposon mutant library를 만든 것입니다. 이런 mutant library는 위에서 언급한 연구들이 보다 쉽고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질병인자를 찾기 위해 최근에 개발된 예쁜꼬마선충 (C. elegans)을 이용하는 방법을 Transposon mutant library에 적용하고 이를 쥐를 이용하는 방법과 비교해보았습니다.
- 논문을 내기 까지의 과정과 어려움, 극복해낸 이야기, 관련된 재미난 에피소드
이 연구는 제가 Postdoc 초기에 시작하였는데 그 당시는 여러가지로 아주 어려울 시기였습니다. 게다가 아버지께서 암에 걸리시어 약 5주정도를 한국에 있다가 다시 연구실로 돌아와보니 제가 하던 이 연구를 지도교수가 이미 다른 사람한테 주었더군요. 제가 미국시민이었든지 아니면 미혼이었다면 당장 그만두고 나왔겠지만 여러가지 현실적인 이유로 과제를 바꿔 일하면서 계속 머물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행운인지 불행인지 저의 두번째 연구가 끝나갈 무렵에 제 첫번째 연구를 하던 사람들이 결국 성공하지 못하고 그 연구에서 손을 떼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연구를 다시 시작하였습니다. 이 연구가 한창 진행될 무렵에 ASM학회에 갔다가 영국에 있는 어떤 그룹이 우리와 똑같은 Transposon을 갖고 일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또한 하바드 대학에서 C. elegans model을 개발한 사람이 제가 계획한 mutant library screening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나중에 그 하바드에 있는 사람과는 Oxford 학회에서 만나 아주 친한 사이가 되어 런던여행도 단 둘이 함께 다닐 정도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하바드 친구보다 논문을 먼저 내게 되어 결과적으로 그 친구에게 여러가지로 피해를 주게 되어 개인적으로 무척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 친구논문은 Infection and Immunity에 곧 나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2. 현소속 기관과 연구실에 관한 소개 또는 본 연구가 이루어진 연구소 소개
시카고 대학이라고 하면 경제학의 시카고학파를 떠올릴 정도로 이 대학은 인문사회학이 무척 강한 학교입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미생물학도 꽤나 강했던 것 같습니다. 병원미생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들은 Howard Taylor Ricketts (1871-1910)란 사람에 대하여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Rocky Mountain spotted fever가 나무진드기 (wood ticks)를 매개체로 bacilli에 의해 일어남을 보이고 그 후 Mexico city에서 Typhus fever를 연구하다 그 병에 걸려 젊은 나이에 죽은 미생물학자. 병원체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균을 자신의 몸에 직접 주사하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열정적인 연구자. 그 사람이 이 시카고 대학의 조교수였습니다. 지금도 제가 있는 연구소벽에는 그 사람을 기리는 동판이 벽에 부착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와서는 시카고대학에선 미생물학연구가 그리 활발하게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지금 제 지도교수인 Olaf Schneewind를 UCLA에서 스카웃한 이후 이곳에서도 미생물학 연구가 아주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Olaf Schneewind란 사람은 원래 독일사람인데 Postdoc시절 그람양성균의 세포벽 단백질들이 공유결합에 의해 세포벽에 부착된다는 것을 보이고 1998년에 그 역할을 하는 효소(Sortase)를 찾아내서 유명해졌습니다. 이 사람은 이곳 시카고 대학에 온 2001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Science에 두 편의 논문을 냈고 JBC, Mol. Micro, Nature Structure, J. Bac등의 저널에 한 해 평균 십수편의 논문을 내고 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근래에 Bioterrorism 방지를 위한 지역연구센터를 만드는 연구비 $17 million를 정부로부터 받아서 Bio Safety Level III lab을 시카고대학과 시카고 근처에 있는 Argonne National laboratory에 짓고 있습니다. 참고로 그 연구소의 이름은 'Howard T. Ricketts Laboratory'로 명명되었습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해서 시카고 대학에서는 그동안 없어졌던 미생물과를 올 해 다시 만들고 제 지도교수를 Department Chair로 임명하였으며 앞으로 젊고 유능한 미생물학자를 채용하여 시카고 대학에서 미생물학을 다시 부활시키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 이 연구실에서는 S. aureus 외에도 Yersinia pestis, Y. enterocolitica, Bacillus anthracis 등의 다양한 세균을 연구하고 있으며 또한 Argonne Lab에 있는 X-ray crystallography 연구소와 공동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Argonne Lab엔 자체 가속기가 있고 Robot이 단백질결정을 만드는 것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현재 시카고대학엔 Olaf Schneewind외에도 Herpes virus의 세계적 권위자인 Bernard Roizman, RNA Polymerase분야의 Lucia Rothman-Denes, 세균감염에 대한 식물의 방어기작연구로 유명한 Jean Greenberg 등이 있습니다.
3. 실험실에서의 연구생활 이야기
- 현 소속 기관에서의 연구생활 또는 외국에서의 연구경험
외국에 나와서 공부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대부분의 시간을 연구실 아니면 집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많은 경우에 밤에도 나가서 일을 하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별 일이 없으면 몇 시간씩이라도 나가서 일을 합니다. 저만 이렇게 일을 하는게 아니라 저희 연구소에 있는 모든 사람들- 심지어는 Technician들도- 대부분 밤과 낮, 주중과 주말 구별없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저의 지도교수로서 정말로 지독하게 일을 열심히 합니다. 많은 경우 하루에 거의 20시간 가까이 일을 하는 듯 합니다. 제 체력으로는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고 이 사람과 경쟁하는 것을 오래전에 포기했습니다.
연구실에서 지도교수가 가장 열심히 일하는 현상은 단지 저희 연구실뿐만이 아니라 시카고 대학 전반적인 분위기인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시카고대학 물리과에 계신 젊은 한국인 교수님을 알고 있는데 그 분도 밤낮, 주말없이 정말 열심히 일하시더군요. -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
제가 느끼기로는 이제 학교도 특허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연구결과에 대한 보안도 신경을 많이 쓰는 등 회사에서의 연구분위기와 많이 비슷해졌습니다. 학교에서의 연구결과를 상업적 목적에 응용하는 것이 무척 빠르고 손쉬워진 결과이겠지요. 과학의 보편화와 발전을 위해서는 그리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생각되나 이제 대세로 굳어진 듯합니다. 이제 과학에는 국경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담벼락까지 있다고나 할까요.
대학교를 막 졸업하고 회사에서 일을 할 땐, 제가 열심히 일 하는 만큼 한국과학계가 발전한다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을 하였지만 막상 미국에 나와서 일을 할 때는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 악착같이 일을 하였을 뿐 '자부심'이나 '보람'을 따질 겨를이 솔직히 없었습니다. 이런 삶이 개인적으로는 무척 한심해 보이고 싫었는데 저의 연구가 우리나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는 BRIC의 말씀이 저에겐 큰 격려가 되는군요.
4. 이 분야에서 연구하기를 희망하는 후배들, 유학을 준비하는 이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요즘은 경계를 넘나드는 연구가 점점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미생물연구를 하면서 다른 분야도 (세포 생물학, 면역학, 수학, 화학 등) 폭넓게 공부를 하시어 시야와 관심을 넓히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공부한다고 해서 혼자 모든 일을 다 하라는 것은 아니고 다음에 그 분야 사람들과 공동연구를 할 때 서로 이해하고 대화가 통할 수 있을 정도는 되야 한다는 거죠. 물론 저는 그렇게 못했으니까 이런 주문을 하는 것이겠죠.
만약 유학에 뜻이 있으시면 가능한 빨리 오시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A paper per kid 라는 우스개소리가 있는데 딸린 식구가 많아 질수록 공부에 쓸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확실합니다. 또 조금이라도 빨리 오는 것이 영어공부에도 도움이 되겠죠.
5.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유학중 어려웠던 기억들 : 머리를 크게 다쳐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딸아이를 안고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갈 때, 아버지가 암에 걸려 위독하신데 비자가 안나와 나가보지도 못하고 밤마다 아내 몰래 이불속에서 소리죽여 울 때. 박사학위때 2년 반을 들여 두개의 유전자를 클로닝하고 단백질까지 만들어 놓았는데 그제서야 가설이 처음부터 잘못되었고 해놓은 일이 모두 허사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 싼 맛에 중고 미국차를 샀는데 수리
할 것이 너무 많아 고칠 때마다 싼 부품을 구하려고 길거리를 헤맬때. 유학중 좋았던 기억들 : 딸 아이가 무사히 회복해 건강하게 자라 이제는 제법 여자아이티가 나는 것을 볼 때, 아버지가 암에서 회복하셔서 칠순잔치를 하시게 되었을 때, 박사학위할 때 2년 반을 날려버리고도 나머지 2년 반동안 죽어라 일해서 무사히 졸업했을 때, 중고 미국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사슴을 치어서 보험회사로부터 차값을 받아 다른 차로 바꿀 수 있었을 때.
사는게 다 그렇습니다. 하는 실험이 잘 안돼 고생하시는 분들, 나중에 웃을 날이 반드시 올 겁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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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사진> |
Received for article August 25, 20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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