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동안 바이러스 집단 내에 누적되는 유전적 변이는 해당 바이러스 집단이 역학(疫學)적으로, 그리고 진화적으로 퍼지는 양상에 영향을 받습니다. 따라서 바이러스 유전체 데이터로부터 집단의 유전적 변이를 분석함으로써 역으로 바이러스의 기원과 유행 경로, 질병의 전파 속도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유전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많은 연구들에서는 바이러스 집단 내의 유전적 변이를 이용하여 계통수(phylogeny)를 작성하고, 해당 계통수를 기반으로 추론을 진행합니다. 하지만 유전적 변이가 충분히 누적되지 않은 바이러스의 초기 전파단계에서는 계통수를 작성하는데 필요한 정보가 충분치 않기 때문에 계통수에 기반하여 추론을 하는 것에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연구에서는 계통수를 사용하지 않고 유전체 데이터에서 직접 기초재생산지수(basic reproduction number, R0)와 1차 감염자의 감염시기를 추정하는 방법을 제시하였습니다. 이 접근법에서는 집단 내의 유전적 변이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number of segregating sites라는 통계량을 이용하여 시계열 데이터로 요약하고 해당 데이터를 사용하여 추정을 진행합니다. 이를 통해 집단 내 유전적 다양성이 부족할 때에도 유전체 데이터를 이용하여 바이러스의 역학적 양상에 대한 추론이 가능함을 보인 것이 이번 연구의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에모리 대학교 (Emory University)의 Katia Koelle 교수님 지도 하에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교수님이 이끄시는 Koelle Lab (scholarblogs.emory.edu/koellelab)에서는 수학적 모델링과 시뮬레이션, 그리고 통계적 접근을 이용하여 바이러스의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하고 바이러스의 진화를 연구합니다. 주로 인플루엔자, SARS-CoV-2, 노로바이러스와 같이 사람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에 초점을 맞추어 바이러스의 숙주 내, 숙주 간, 그리고 숙주 집단 전체를 아우르는 다양한 스케일에서 바이러스의 진화 양상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감염병의 전파 양상 추론에 고전적으로 사용되어온 데이터는 일별 진단자 수나 입원 환자 수와 같은 역학적 데이터입니다. 하지만 검사율이 일정하지 않아 진단된 환자의 수가 실제 감염자 수를 잘 나타내지 못하거나 단순 진단으로는 감지할 수 없는 새로운 변이의 출현을 감시해야 할 때, 혹은 역학조사가 파악하지 못한 초기 전파양상에 대해 파악해야 할 때는 역학적 데이터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유전체 데이터에는 유전적 변이의 형태로 과거에 있었던 일들이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기존의 역학적 데이터로는 알 수 없는 정보를 알려줍니다. 특히 COVID-19 판데믹 동안 유전체 기반 진단이 실행됨에 따라 더 많은 유전체 데이터가 축적되었고, 이를 활용한 활발한 연구가 가능해졌습니다.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유전적 데이터를 이용하여 추론할 때 이론적 기반이 되는 것이 집단/진화유전학(population/evolutionary biology)과 계통역학(phylodynamics)입니다. 집단유전학에서는 다양한 진화적 힘에 의해 집단 내에 유전적 변이가 축적되는 양상에 대해 연구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추론을 진행하며, 계통역학에서는 진화생태학적 양상이 계통수의 형태에 미치는 영향에 기반하여 추론을 진행합니다. 두 분야 모두 거시적인 시각으로 생명현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아주 매력적인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진화생태학과에서는 거시적인 스케일에서 생명 현상을 분석하며,이를 위해서 수학적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이 자주 사용됩니다. 생명과학과를 전공한 저에게는 실험이 아닌 수학적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생명체를 이해한다는 것이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학을 자연현상을 기술하는 ‘언어’로서 다시 익히는 것이 어렵게 느껴졌는데 석사과정 지도교수님께서는 수식 그 자체보다는 그 안에 담겨있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라는 조언을 해 주셨습니다. 제게도 여전히 어려운 일이지만, 처음 양적 접근을 시도하는 분들이라면 이 조언이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유학을 준비하시는 분들께는 먼저 응원의 말씀을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유학을 고려해왔던 제게도 최종적으로 해외 유학을 결정하기까지 많은 두려움과 고민이 있었습니다. 유학을 준비하시는 분들도 비슷한 심정이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와보니 더 넓은 세계에서는 더 다양한 기회들이 주어지고, 새로운 길도 열리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를 믿고 차분히 준비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 연구에서 제안된 segregating sites 기반의 추론은 SARS-CoV-2의 출현 초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 접근법은 새로 출현한 바이러스뿐 아니라, 새로 출현한 변이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논문에서 사용된 구획 모델(compartment model) 외에도 다양한 역학 모델(epidemioglocial model)을 사용할 수 있는 유연한 접근법으로, 앞으로 다양한 바이러스와 하위 변이들의 출현에 적용할 예정입니다. 또한 일별 감염자 수와 같은 전통적인 역학적 데이터(epidemiological data)를 추가적으로 사용하거나 하수 (wastewater) 검체 데이터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확장하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먼저 부족한 저를 잘 이끌어 주신 Katia Koelle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충분히 고민하고 다양한 접근방법을 시도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시고 좋은 디스커션 상대가 되어주셔서 이번 연구를 잘 마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저를 낯설기만 했던 진화/집단유전학이라는 분야로 인도해 주신 김유섭 교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좋은 디스커션 상대가 되어주었던 실험실 동료들과 박사과정 학생임에도 모임에 참석시켜 주셨던 에모리 포닥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은 부모님과 옆에서 항상 힘이 되어준 두 동생,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곁에서 저를 믿고 응원해 준 분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바이러스 진화
# 진화유전학
# 계통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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