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최근 암과 염증성 질환의 다양한 치료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나노입자를 이용한 약리전달(nanoparticle mediated drug delivery) 방식이 활발히 활용되고 있습니다. 나노입자 전달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예를 들어, A라는 물질을 전달하고자 B라는 물질과 결합시켜 A+B의 나노입자로 만들었을 때, 이 나노입자에 A와 B 모두의 성질이 함께 공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저희 연구실 또한 이러한 성질을 이용하여, 다양한 항암/항염증성 나노입자를 개발해왔습니다. 특히 체내의 황산화 물질로 잘 알려진 빌리루빈(Bilirubin)을 활용하여 세계 최초로 항염증성 효과가 탁월한 빌리루빈 나노입자(PEGylated Bilirubin Nanoparticles, BRNPs)를 개발하였으며, 지금도 이 나노입자를 이용하여 건선, 아토피, 염증성 장 질환 등 많은 질병에서의 효능 검증을 진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저도 독자적인 나노입자를 개발하여 특정 질병 모델, 특히 염증성 질환에서의 효능을 평가하여 제가 개발한 나노입자가 향후 나노메디신(nanomedicine)으로써 임상에서 적용될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해왔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기존 나노메디신 분야는 약물을 전달하는 방식이 전신 전달 (systemic delivery, I.V. injection 등)에만 초점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동물실험에서 효과가 매우 뛰어난 물질을 개발해내더라도 실제 임상에선 효능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는, 나노입자가 혈관을 통해 전달되었을 때, 질병이 발생한 target organ까지 도달하기 위해 넘어야하는 장벽이 매우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환자들 입장에서도 병원에 와서 혈관 주사를 반복적으로 맞는 것보단, 집에서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약을 더욱 선호하기도 하여, 요즘은 혈액으로 하는 전신투여보단 경구투여를 통한 local delivery가 더욱 포커스 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저도 이러한 점들을 바탕으로 경구투여용 나노메디신의 개발에 집중하였고, 특히 서구화된 식습관의 증가 등에 의해 현대 사람들에게서 많이 발병하고 있는 질병 중 하나인 염증성 장 질환 (Inflammatory bowel disease, IBD)의 치료제를 개발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저희 연구실에서 기존에 개발하였던 BRNPs의 효능이 우수하다는 내용을 바탕으로 경구용 빌리루빈 나노입자를 개발하였습니다. 빌리루빈은 물에 전혀 녹지 않는 강한 소수성을 띠는 물질이라 나노입자로 만들기 위해 친수성 물질과 함께 결합시켜야 하는데, 저는 경구로의 흡수가 잘 되게끔 자연계에 존재하는 유일한 양이온성 고분자인 키토산(Chitosan)을 활용하였습니다. 키토산은 생적합성과 생분해성을 모두 가지는 물질로써 이미 다양한 보조제로서 사용되어져 왔습니다. 또한, 키토산의 경구투여 시, 장벽을 열어주는 효능이 있어 target 물질을 장벽 안으로 전달하기에 용이한 물질입니다. 다만, 키토산의 분자량에 따라 장벽으로의 흡수 정도가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대체로 고분자량 (High molecular weight chitosan, HMWC)일수록 친수성이 떨어지고 장벽을 오래 열어 두기 때문에, 오히려 병원균 등이 출입할 수도 있어 나노메디신에 활용하기가 적합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저는 점막부착성도 지니면서 동시에 물에 잘 녹는, 그리고 빌리루빈과 결합할 수 있는 작용기가 적당히 많은 범위인 5kDa~10kDa의 저분자량 키토산을 빌리루빈과 결합시켜 저분자량 키토산-빌리루빈 나노입자(Low molecular weight chitosan-Bilirubin nanoparticles, LMWC-BRNPs)를 개발해냈고, 마우스에서의 IBD 모델에서 여러 방면으로 효능을 입증하였습니다.
저는 제가 개발한 나노입자가 향후 임상과 실제 환자에게 치료제로 사용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연구를 하면서 힘들었던 적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키토산-빌리루빈이라는 물질 자체가 심플하기도 하여 혹여 저희보다 다른 그룹에서 먼저 개발해버릴까 걱정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따라서, 본 물질에 대한 novelty를 지키면서 심도 있는 효능평가를 하고자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실험 하나하나를 해낼 때 마다 결과가 긍정적으로 잘 나와줘서 뿌듯했던 것 같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우선, 저희 연구실은 크게 4가지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제가 속한 팀에서 진행하고 있는 주제로 다양한 항산화물질을 나노입자로 활용하여 종양과 염증성 질환을 진단 및 치료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으며, 빌리루빈을 포함한 다른 항산화 물질 기반 나노 플랫폼도 저희 팀에서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나노입자 기반 항암백신(cancer vaccine)과 cancer stem cell의 spheroid 개발도 활발히 진행 중에 있고, 본 연구들 관련으로 저명한 저널들에 논문을 활발히 게재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체내의 주요 sugar monomer 다섯가지를 랜덤으로 조합하여 인공 glycopolymer 기반 암 표적 나노입자를 개발하여 다양한 종양을 진단 및 치료할 수 있는 독자적인 라이브러리를 구축하였으며, 관련 내용으로 재료 공학 분야 최정상급 학술지인 Advanced Materials에 게재 및 inside back cover로도 선정되었습니다. 그만큼 Nanomedicine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하고 있는 랩실입니다. 또한, 공동연구를 맡아서 진행해주신 조병관교수님 연구실 또한 합성생물학 분야에서 넓은 범위로 활발히 연구를 진행하고 계십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는 평소에 실험을 할 때나 논문을 작성할 때, 긍정적인 생각만 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새로 배워야하는 실험이 있을 때, 잘 안될까 하고 불안해하기보다는 일단은 무조건 부딪쳐보자 하는 생각으로 시작하고 가능한 빠르게 일을 끝내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이런 마음가짐이 제 일을 신속하게 끝낼 수 있게 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연구라고 하는 것은 끝을 전혀 알지 못한 채 한 곳의 땅 만을 계속해서 파내는 것과 같은데, 특히 저희 생명과학 분야는 모든 과정들이 타과에 비해 길기도 해서 불확신으로부터 오는 두려움을 특히 많이들 겪는 것 같습니다. 제 주변 동료들을 봐도 오랫동안 노력을 기울인 일이 결과가 잘 나와주지 않아 힘들어하는 친구도 있고, 입학하고 연구주제가 4번 이상 바뀐 친구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맡은 일을 항상 흔들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내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어 저도 참 많이 배워가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일이 잘 안될 때 좌절하기보단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를 먼저 파악한 후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지 않으면 제가 세워 온 논리들이 전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더욱 신경 쓰고 특히 저희 교수님과 디스커션을 많이 하려고 합니다.
사실 저는 성격이 집요하고 완벽주의 성향이 강해 실험을 할 때 이런 부분들이 강점으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과정 하나하나를 준비할 때 사소한 부분이라도 꼼꼼히 챙기기도 하여 실험하다가 실수를 하더라도 바로 대처할 수 있게끔 노력합니다. 그래서 일단 시작만 하면 유의미한 결과를 내는데 비교적 시간이 적게 걸리는 것 같습니다. 물론 교수님의 조언과 연구실 일원들의 도움도 큰 힘이 됩니다. 저는 제 일에서부터 느끼는 뿌듯함 보다도 저희 교수님의 연구실의 일원으로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장 큰 행복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카이스트는 저에게 오래전부터 꿈 꿔 왔던 학교이기도 했지만, 이렇게 좋은 학교에서 제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게 저를 뽑아 주신 교수님께 항상 감사하고 늘 교수님을 실망시키지 말자는 생각으로 일을 하는 것 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미래에 우리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이 있다면 저는 이 말을 가장 강조하고 싶습니다. “본인의 꿈을 집요하게 쫓는 사람이 되라”. 얼핏 보면 추상적인 조언인 것 같습니다만, 앞서 말씀 드렸던 것처럼 하나의 견고한 결과를 얻기까지 아주 긴 시간이 소요되는 학문이 생명과학입니다. 따라서 끈기가 없다면 중간에 쉽게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아주 큰 포부를 가진 사람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는 꼼꼼함과 끈기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든 잘 해낼 수 있으니, 이쪽 분야로 진로를 결정하였으면, 너무 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나노메디신 분야의 경우, 재료공학, 화학, 생명과학 등 다양한 분야가 접목되어 있는 학문이기도 하여, 본인의 학업 베이스에 맞게 연구를 이어 나갈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제 경험을 예시로 들자면, 저희 교수님은 유기화학 전공이시지만 현재 생명과 교수님으로 계시기도하고 저희 랩엔 저와 같은 연구를 하시는 동료들은 각자 다양한 전공을 하였습니다. 그 중 저는 학부를 생명과학과를 졸업하였기 때문에 연구가설 등을 세울 때 biological한 부분들을 더욱 초점을 두며, 제 전공이 아닌 부분들은 교수님과 다른 분들의 조언을 얻어 일을 진행합니다. 그래서 만약 이쪽으로 진학하고 싶은데 전공이 생명과가 아니어서 고민이 된다면 전혀 걱정하실 필요가 없다고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그냥 열린 마음으로 배움에 임하는 자세를 가진다면 누구든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우선 저는 저희 연구실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기회가 된다면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으면서, 현재 제가 머리속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아이디어들을 실현하고 연구해보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아직 더 많은 고찰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특히 현재까지 그 효능이 보고 되지 않은 항산화물질을 찾고 그것들을 경구용 나노메디신으로 개발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아직 교수 등 특정 직위가 되고 싶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있진 않지만, 이 분야에서 계속 연구를 하면서 통찰력을 기르고 싶습니다. 그리고 공부를 마친 후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이 분야의 선도자가 되고 싶습니다. 물론 저희 지도교수님과 지속적으로 공동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거듭 강조하자면, 연구를 하기 위해선 끈기가 필요하고 항상 긍정적으로 임하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노력은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저나 제 주변 선배님들, 후배들 보면 때론 일이 잘 안 풀릴 때도 각자의 위치에서 꾸준히 노력하고 고민하는 분들을 보면 언젠가 꼭 잘 되는 날이 옵니다. 그러니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받아드리고 헤쳐 나가는 사람이 된다면 연구자로서 절대 실패할 일 없을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추가로 저희 지도교수님께, 교수님, 제가 어렸을 때 처음 한국이라는 나라에 올 때부터 꿈이었던 학교에 다닐 수 있게 저를 교수님의 연구실 일원으로 뽑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교수님의 제자가 될 수 있었던 건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선물입니다. 저는 아직도 학교 정문을 들어설 때면 처음 합격 소식을 확인하고 기뻐서 교수님께 메일 드렸던 날이 생각납니다. 입학하고 어느덧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때의 기쁨을 원동력으로 저에게 주어진 일들을 하나씩 이루어 내고 있습니다. 가끔 불안한 마음이 들어 주저앉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초심을 잃지 않고, 교수님께서 주시는 가르침과 은혜에 보답하는 제자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사랑합니다!! 교수님의 제자라서 영광이고 너무나 행복합니다!!
#Nanomedicine
# Drug delivery
# Oral deliv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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