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자폐성 스펙트럼 질병 Autism Spectrum Disorders (ASD) 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으며, 대부분 여러 유전자들의 복합적인 이상에 의해 발생합니다.
제가 연구하는 Fragile X syndrome (FXS) 은 자폐성 스펙트럼 질병 중 하나로, 뇌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FMR1이라는 단 하나의 유전자가 발현이 되지 않아 생기는 질병으로 남성 3000명 중 한명, 여성 5000명 중 한명이 이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보통 유전자 이상발현은 유전적 돌연변이에 의한 경우로 생각하기 쉬운데, 특이하게도 Fragile X syndrome 에서 이 유전자가 발현이 되지 않는 이유는 CGG로 이루어진 매우 긴 반복서열에 의한 후생유전학적인 이상조절에 의한 것입니다. 평소에 mammalian genome 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반복서열들이 RNA로 발현되지 않도록 하는 후생유전학적 조절기작에 관심이 많던 저는 published data의 반복서열 패턴을 분석하던 중 우연한 계기로 Fragile X syndrome 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후생유전학 'Epi-genetics' 은 유전학 'genetics' 상위 'epi' 의 레이어, 즉 DNA 염기서열 정보 이외의 조절분자들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그 역사가 길지 않지만 최근 수많은 질병들의 원인을 설명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후생유전학의 연구분야는 DNA methylation과 Histone modification (methylation, acetylation, ubiquitination, phosphorylation, etc) 그리고 최근엔 RNA 에 의한 조절 (non-coding RNA - e.g. XIST)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염기서열 변화에 의한 유전학적 설명으로는 복잡한 질병을 연구하기에 점점 한계에 다다르고 있고, 후생유전학적인 정보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저의 원래 연구 방향은 이 매우 긴 CGG 반복서열이 어떻게 후생유전학적 조절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가에 대한 조사였고, 이를 위해 반복서열에 의해 생성된 것으로 알려진 DNA methylation을 제거함으로써, 후생유전적 상태를 초기화 시킨 후 이상조절을 재현하려고 하였습니다. 예상치 못하게도, DNA methylation을 제거하여 FMR1 유전자를 재발현시켰을때 이 매우 긴 CGG 반복서열의 길이가 현저히 줄어드는 것을 관찰하였고, 이러한 현상이 Fragile X syndrome 치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에 대한 기작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또 하나의 예상치 못했던 결과가 제 실험중 negative control에서 발견이 되었고, 그 현상을 연구한 끝에 이 매우 긴 CGG 반복서열에서 R-loop이라는 DNA-RNA hybrid 형성이 이 모든 예상치 못한 현상들의 원인 임을 찾아내게 되었습니다.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연구하고 있는 것들은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이기에 이렇게 연구를 하다 보면 간혹 정말 예상치 못한 결과들이 나타날 때가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항상 시간에 쫓기고 있고, 이렇게 예상을 벗어나는 결과는 실험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되기에 이런 이상현상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상한 결과' 혹은 '실패'들이 과학의 일부임을 받아들이고 이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 정해진 틀을 깨고 새로운 개념으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이번 연구를 통해 하게 되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Harvard 의과대학 연계 병원중 하나인 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의 Molecular Biology Department에서 X chromosome inactivation연구의 선구자중 한 분인 Dr. Jeannie T. Lee 교수님 실험실에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저희 랩에서는 Xist를 비롯한 다양한 long non-coding RNA들의 후생유전학적 조절 기작을 여러 다른 각도에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단백질 생성에의 template 역할을 하는 대부분의 messenger RNA이외에도, 많은 종류의 non-coding RNA들이 Polycomb group complex 등의 주요 후생유전적 조절단백질 (Epigenetic regulator) 과 상호작용을 하거나 R-loop을 형성하는 등 유전체의 다양한 특정부위와 상호작용을 하여 후성유전적 조절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저희 실험실에서는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후성유전적 조절기작을 연구함으로써 Rett syndrome 과 같은 성 염색체 X chromosome 과 관련된 다양한 질병들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원래 저는 주로 생물학의 기본적인 원리를 설명할 수 있는 기초과학에 관심이 많았고, 특히 세포 내에서 유전적 정보 이외의 다양한 형태의 정보들을 저장, 전달 및 변화시키는 후성유전학의 기본원리를 이해하는 데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초과학을 연구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Fragile X syndrome이라는 자폐증을 연구하게 되면서 연구의 또다른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제가 연구비를 지원받은 FRAXA Foundation 연구재단은 이 질병을 앓고 있는 부모들에 의해 설립 및 운영되는 재단으로, 제게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이 연구재단에서 주최하는 모금 행사들에 참여하면서 질병을 앓는 어린 환자들과 그들의 부모 및 가족들을 만날 때마다, 이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은 제 연구를 수행하는 데 아주 큰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저의 연구가 앞으로 질병 치료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지금 생물학 분야에서는 CRISPR, single cell level analysis, long-read sequencing 등 정말 수많은 혁신적인 발전이 눈부시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정말로 다양한 연구방식의 가능성이 열리고 있고, 서로 다른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 토론하고 새로운 연구 방식을 모색하고 찾아내는 것은 과학자로서 정말로 크나큰 즐거움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혁신적인 기술들을 접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내 연구를 통해 어떠한 질문을 던지고, 그리고 답을 찾고 싶은가 라는 연구동기를 찾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의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훌륭한 연구들을 논문 혹은 세미나 등을 통해 접하며 통찰력을 키우며 나의 관심 연구분야를 찾는 것이 장기적으로 연구생활을 진정으로 즐길수 있게 해주는 큰 원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제가 현재 연구중인 Fragile X syndrome 외에도, Huntington, Myotonic Dystrophy등 매우 다양한 질병들이 반복서열에 의한 이상 조절 현상으로부터 비롯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반복서열로 인한 질병들의 원인 및 현상들 간의 공통점 및 차이점에 대해 연구함으로써 이 질병들에 대한 이해를 보다 깊이 할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하고 싶습니다. 그 외에도, H3K27me/ac, H3K9me/ac, DNA methylation, R-loop등 다양한 epigenetic regulation들 간의 상호작용에 대해 연구하여 이들이 각종 암 등 여러 질병에 관여하는 기작에 대해 생물정보학과 실험생물학을 효율적으로 결합하여 연구를 해보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연구를 진행하면서 시간에 쫓기고 마음이 조급해질 때가 정말 많이 있습니다. 언제나 항상 저 자신을 계속해서 증명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도 듭니다. 하지만 이러한 마음은 종종 연구를 오히려 더디게 만들고 연구에의 즐거움을 앗아가는 것 같습니다. 이럴때마다 저는 저 자신에게 연구하는 삶은 마라톤과 같은 것이고, 꾸준히 자신에게 맞는 페이스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타이르곤 합니다. 무엇보다 주변에서 다양한 각자만의 방식으로 이러한 참된 연구의 즐거움을 함께 하고 있는 존경하는 스승, 선배, 동기, 그리고 후배 과학자분들을 보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는 것 같습니다. 연구를 하기로 결심한 계기가 지적 호기심으로부터의 즐거움이었다는 것을 잊지않고, 계속 즐겁게 오랫동안 연구생활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Fragile X syndrome
# R-loop
# Epigene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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