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본 연구는 현대 약물역학 연구를 수행할 때 활용하는 Real World Data 중 Practice 기록 혹은 보험 청구 목적으로 의료 데이터를 수집하는 전 세계 자료원들 중에서 국외 데이터의 특성으로 인한 측정불가시간 비뚤림 (immeasurable time bias)에 대한 솔루션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확인한 연구입니다. 측정불가시간 비뚤림이란 국내에선 입원 환자에 대한 행위별 수가제의 적용으로 입원 시 환자의 의료 정보를 획득할 수 있으나 대부분의 국가에선 포괄 수가제를 적용함에 따라 입원 환자의 의료 행위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고 이러한 정보의 부족은 그 크기 여하에 관련 없이 연구 결과에 영향을 주는 비뚤림입니다. 해당 비뚤림은 2008년에 맥길대학교 Samy Suissa 교수님께서 처음으로 개념 정리 및 언급하였고, 이를 지도교수님이신 신주영 교수님과 제가 이어받아 2017년부터 진행해 온 연구 주제입니다. 약물역학 연구에서의 이 비뚤림을 확인하고 솔루션을 개발하는 여정이 본 시뮬레이션을 거쳐 거의 마지막에 이르고 있습니다. 아직 제 큰 그림의 끝에 다다르진 않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희로애락을 함께한 연구 주제이기에 정이 많이 가고 덕분에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약물역학은 비교적 최근인 1990년대에 정립된 신생 융복합 학문으로, 임상약리학 (Clinical pharmacology)과 역학 (Epidemiology)이 결합된 학문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의약품의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건강결과 양상을 파악하고, 특정 의약품과 특정 건강결과간의 관련성을 평가하기 위해 역학적/통계적 방법을 통해 결과를 산출하고 임상적 지식을 통해 산출된 결과를 해석하는 학문입니다. 올바른 결과 산출 및 해석을 위해 다학제적 연구자들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 큰 특징 중 하나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임상연구 분야에서의 Real-World Data 및 Real-World Evidence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의 이유 중 하나는 윤리적인 문제 등으로 인해 임상시험을 할 수 없는 경우, 보건의료 빅데이터 기반 약물역학 연구를 통해 의약품의 효과성 및 안전성 근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역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의약품 허가부터 시판후 관리까지 활용하는 방안을 수립하였고, 이를 위해 작년부터 식약처-질병청-건보공단 데이터 연계를 추진 중에 있습니다. 이러한 국내/외 움직임을 고려한다면, 향후 약물역학 지식의 필요성과 중대성이 더 증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캐나다의 맥길대학교 약물역학팀 (Departments of Epidemiology, Biostatistics, and Occupational Health, McGill University) 및 산하 연구기관인 Lady Davis Institute 내 Centre for Clinical Epidemiology, 그리고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약물역학연구실(SKKU Pharmaco Epidemiology Pharmaco Vigilance labortory)에 박사 후 연구원으로 소속되어 있습니다. 현재 몸 담고 있는 맥길대학교 및 Lady Davis Institute 보다는 제 친정이나 마찬가지인 성균관대학교 약물역학연구실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약물역학연구실은 지도교수님이신 신주영 교수님을 중심으로 약학, 통계학, 생명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일제 학생 약 20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매년 30여편 이상의 SCI급 논물 출판 뿐만 아니라 국내·외 학술대회 수상 실적 등 우수한 연구성과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습니다. 또한, 약물역학 분야의 선도그룹인 미국 하버드대학교, 캐나다 맥길대학교, 영국 UCL, 스웨덴 Karolinska Institutet을 비롯한 해외 연구진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국제협력 연구를 다수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주로 보건의료 빅데이터(건강보험 청구자료, EMR, 레지스트리 자료, 연계자료원, WHO-UMC Vigibase 등)을 활용하여 의약품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연구분야는 크게 임상연구와 정책연구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임상연구의 경우, 당뇨환자에서의 경구용 혈당조절제의 안전성 및 유효성 연구, 임신부 및 태아에서의 의약품 안전성 연구, 백신 안전성 연구, 결핵 치료제의 안전성 및 유효성 연구, 인공지능을 활용한 약물감시 연구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정책연구의 경우, RWD/RWE 거버넌스 구축, RWD 기반 의약품 임상평가 기술 개발, DUR 시범사업 효과 평가 등을 진행·완료했습니다.
저희 연구실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블로그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성균관대학교 약물역학연구실: https://blog.naver.com/PostList.nhn?blogId=juyoungshin00)
맥길대학교 약물역학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웹사이트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https://www.mcgill.ca/epi-biostat-occh/)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지나간 시간은 언제나 빠르게 느껴지지만 학자로서의 길은 유난히 빨리 지나간 것 같습니다. 처음 대학원에 들어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저와 함께한 생각은 ‘부끄러움’과 ‘두려움’이었습니다. (많은 분들로부터 영향을 받아왔지만) 신주영 지도교수님이 박사과정 새내기때 접한 ‘박사’의 표상이었는데 지식의 깊이, 사고 방식, 연구에 대한 열정이 멋지기도 하면서 언젠가 저도 ‘박사’가 된다면 ‘저 정도의 위치, 생각, 열정을 갖출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고, 한 명의 연구자가 되어가고 박사 학위를 받은 이후부터는 제가 가진 타이틀에 비해 제 스스로 자기평가를 했을 때 혹은 부족함을 느낄 때 밀려오는 ‘부끄러움’이 있었습니다. 두 생각은 여전히 저를 성장케 해주는 원동력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약물역학은 사회과학적 학문과 자연과학적 학문의 융합 학문이기에 “융합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임상적인 질문에 대해 답변하기 위한 임상, 통계, 역학 전반에 걸친 이해가 없다면, 정교한 연구 설계 및 가설 검증이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의·약학을 비롯한 임상적 지식 또는 통계학의 기초적인 개념과 분석 경험이 있다면, 대학원 입학 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앞서 요즘 들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렇구나’ 라는 생각은 절대적으로 지양해야 함을 역설하고 싶습니다. 저 조차도 잘 지켜내지 못하는 것이지만 학자의 길에선 특히나 그 어떤 것도 당연하거나 수용적으로 내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 물어보는 것, 더디지만 관련한 논문을 찾아보며 공부하는 것은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연구자로서의 단단한 뼈대를 갖추기 위한 좋은 성장통이 될 것입니다(맥길대학교에 현재 박사 후 연구원으로 지내면서 현지 연구자들의 눈이 반짝반짝하는 토론과 고찰 문화를 보면서 더욱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우선은 현재 맥길대학교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매번 논문에서만 접하던 대단한 연구자들을 같은 공간에서 마주하고 시간을 공유할 수 있음은 매 순간이 소중한 기회임이 분명합니다. 비록 여전히 부끄럽지만 부족함을 인정하고 하나라도 더 듣고 배우고 돌아가겠습니다.
향후 희망 연구계획으로는 측정불가시간 비뚤림 연구 그 대단원의 마무리에 충실하고, 약물역학 분야에서 연구 결과의 근거로서의 가치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비뚤림에 대해 더욱 깊게 파고들어 학계의 발전에 조그마한 발자취라도 남기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좋은 연구자들과 함께 연구를 하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본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따뜻한 가르침과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시는 신주영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본 연구를 수행하며 함께 고민하고 또 고생했던 정한얼 박사님, 이혜성 교수님, 노윤하 박사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글을 접하진 않으시겠지만 수 년의 시간 속 중요한 순간마다 깨우침을 주신 Kristian B. Filion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아침부터 밤까지 함께 빛나는 미래를 준비하며 치열하게 현재를 가꾸는 모든 연구실 구성원들께 이 자리를 빌려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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