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의약품 허가를 위한 시판 전 임상시험에서는 의약품이 사용될 대표적인 환자군에 대해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를 통해 적정 용량·용법을 설정하게 됩니다. 그러나 한정된 시간과 자원을 활용해야 하는 시판 전 임상시험에서는 해당 의약품의 투여가 예상되는 모든 환자에게 안전성·유효성 평가를 통한 적정 용량·용법 설정이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따라 일반적으로 임상시험 시 안전성 우려가 높은 편이며 환자 모집 pool이 작은 소아, 노인, 신·간기능 저하 환자 등을 특수집단(special population)이라고 분류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특수집단 환자들은 시판 전 임상시험과 유사한 규모로 의약품의 안전성·유효성 평가를 통한 적정 용량·용법의 설정이 어렵습니다. 이에 따라 대규모 임상시험이 아닌 소수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의약품을 투여한 후 혈중 농도와 대리지표 등 치료효과를 나타내는 변수를 측정하여, 이를 계량약리 모델로 구현함으로써 모델 기반 혈중 약물농도 및 약물 반응의 예측을 통해 환자별 특징을 반영한 개인별 최적 용량·용법을 포함한 약물요법을 제시하는 임상 계량약리 연구가 다수 수행되고 있습니다.
계량약리학은 약물, 질환, 임상시험 정보를 정량화하는 연구 분야로써 미국의 FDA를 포함한 전세계적인 규제기관에서 의약품 개발 및 규제적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수단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통상적인 계량약리학 모델은 특정 용량으로 약물 투여 후 약물의 혈중 농도와 약물의 반응을 환자 개인별 특징과 연계한 관계를 정립함으로써 개인별 최적 약물요법을 제시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2022년 말 FDA Modernization Act 2.0이 통과되면서 의약품 개발 시 동물실험 연구 결과를 의무적으로 제출할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향후 계량약리 등 모델링/시뮬레이션 기반의 연구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FDA에서도 “Alternative Methods Working Group”을 통한 새로운 대체 연구 방법론으로 계량약리 등 in silico modeling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본 연구에서 다룬 환자군은 비만 환자로, 비만 환자는 과거에는 특수 집단 환자로 여겨지지 않았지만, 최근 전세계적으로 비만 유병률이 급증하면서 비만 환자에게 정상 체중 환자와 동일한 상용량의 의약품을 투여하는 것이 안전하고 효과적인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항생제의 경우, 빠르게 적정 치료를 제공하여야 중증 감염 질환으로 이환하는 것을 방지하여 치료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으므로,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비만 등 환자 개인별 특징을 고려한 적정 약물요법을 제시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약물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번에 IJAA에 게재된 연구는 제가 한국으로 귀국하여 미국에 계신 제 지도교수님과 함께 임상연구를 실시하여 데이터를 분석하고 논문을 작성한 매우 뜻깊은 연구입니다. 비만 환자 모집이 미국에서 좀 더 수월한 측면이 있었기 때문에 임상 연구 자체는 미국에서 실시하며 한국에 있는 제가 임상연구 진행 상황도 총괄하고 데이터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임상연구 계획, IRB 작성, 임상연구 logistics의 측면에서 준비과정에 상당히 많은 공을 들인 연구입니다. 연구진과 화상으로 임상연구 시뮬레이션을 수차례 해 보고, 그래도 문제가 없는지를 계속 점검하느라 특히 임상연구 초반에는 굉장히 환자 모집이 느린 편이었습니다. 이 연구가 끝나기는 할까 조마조마했지만, 초반 환자를 7명 모집할 때까지 환자 모집이 될 때마다 미국의 여러 기관에 있는 연구진, 저, 그리고 제 미국의 지도교수님까지 함께 화상회의를 하면서 대상자 파악, 환자 동의, 샘플 채취 등 전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를 확인하며 여러 차례 trouble shooting을 했던 것이 결과적으로 본 연구가 잘 종료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많은 분들의 노력이 이 연구결과가 IJAA에 게재될 수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 연구는 미국의 Purdue 대학교 약학대학의 Infectious Diseases Pharmacotherapy Laboratory를 운영하고 계신 Michael B. Kays 교수님과 함께 공동으로 수행하였습니다. Purdue 대학교 약학대학은 임상약학 분야를 포함한 약학 전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우수한 연구성과를 창출하고 있는 대학으로, 특히 Division of Clinical Pharmaceutical Sciences 소속 교수님들은 모두 인접한 Indiana University 의과대학의 겸직교수로 활동하고 계셔서, Indiana University Health 네트워크에 속해 있는 병원 등 인접한 의료기관을 포함한 전향적 다기관 임상연구를 다수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Purdue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하며 Kays 교수님 지도 하에 많은 전향적 임상연구의 설계부터 수행, 분석까지 참여하게 되었고, 이러한 경험이 2015년 경희대학교 약학대학에 부임한 후 “임상·계량약리학 및 치료과학” 연구실을 운영하는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미국에서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전향적 다기관 임상연구 기반 임상 계량약리 연구를 수행해 오고 있습니다. 다른 연구들도 그렇지만 임상연구 기반 계량약리 연구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편이라 나 혼자 효율성이 떨어지는 연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많은 고민을 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수행한 비만 환자 대상의 모델 기반 항생제 적정 용량·용법 제안 연구 결과가 IJAA 등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우수 학술지에 게재되고, 또한 해당 논문들이 비만 환자 대상 적정 항생제 사용 지침/가이드라인에 다수 인용되는 것을 보면서 특히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현재 연구책임자로 운영하고 있는 경희대학교의 임상·계량약리 및 치료과학 연구실 소속 대학원생들은 약사 면허가 있는 경우, 저와 함께 협력 병원에서 팀의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제가 비만 환자 대상 항생제 적정 용량/용법 제안 연구를 게재한 논문을 제가 속해 있던 감염내과 팀에서 참고하여 저희 팀에서 치료하고 있던 비만 환자를 성공적으로 치료한 경험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저희 연구실 소속 연구원 선생님들도 본인의 연구결과가 전세계적으로 활용되는 가이드라인의 근간이 될 뿐만 아니라 임상 현장에서 환자 치료의 주요한 근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연구성과가 많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함께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사실 저는 고등학교 때 수학을 굉장히 좋아했었는데, 학부 전공을 약학을 하게 되면서 더 이상 좋아하던 수학을 못 하게 되는 걸까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요, 결과적으로는 지금 현재 제가 좋아하는 두 분야, 약학과 수학을 융합한 임상계량약리학 분야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약학 등 생명 현상의 이해를 수학적 논리를 적용하여 정량적으로 풀어내는 방향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라면 임상계량약리학 분야에 도전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특히 FDA modernization act 2.0 통과 이후 더욱 글로벌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분야이니만큼, 의약품 규제정책에도 더욱 활발하게 임상계량약리학 분야가 적용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융합학문에 적성이 맞는 분들께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연구를 수행해 나간다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학문적 성과와 동시에 바이오헬스 분야 규제 정책 혁신과 같은 실무적 성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국내·외에서 많은 연구자들이 임상계량약리학 연구를 다수 수행하고 있는 만큼 본인에게 잘 맞는 세부 연구 분야와 연구책임자를 잘 찾아서 수련을 받는다면 더욱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관심 있는 연구실에서 발표되는 논문들을 많이 찾아서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임상계량약리학은 본 연구에서 수행한 비만 환자 대상 약동력학 모델 기반 약물의 적정 용량·용법 제안 외에 다방면으로 적용이 가능합니다. 특히 최근 미국 FDA 에서는 계량시스템약리학(quantitative systems pharmacology, QSP), 질병 진행 기전을 토대로 한 질병 진행 모델(disease progression model), in vitro 실험을 접목한 계량약리학 연구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저희 연구실에서도 임상계량약리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 결과의 활용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in vitro 연구, QSP 모델 개발 연구 등 다양한 분야로 임상계량약리 연구 분야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본 논문에서 수행한 비만 환자 대상 임상계량약리 연구 뿐만 아니라, 소아, 초고령층, 말기신장병 환자 등 다양한 특수집단 환자를 대상으로 항생제 뿐만 아니라 항암제 등 다양한 약물에 대해서 임상계량약리 모델 기반 개인별 적정 약물치료요법을 도출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고,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며 환자들과 바이오헬스 규제 분야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 결과를 창출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본 연구의 설계부터 수행, 분석까지 Purdue 대학교 약학대학의 감염질환 약물치료 전공 Michael B. Kays 교수님께서 함께 총괄해 주신 것에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한국에 있는 제가 미국에서 진행 중인 임상연구를 관리하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데 중간에서 잘 관리해 주신 덕분에 임상연구를 무사히 수월하게 마무리하고 좋은 연구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각 의료기관에서 본 임상연구의 수행을 총괄하며 환자 등록 및 샘플 관리를 함께 해 주신 Christian Cheatham 등 많은 공동저자 임상전문가 선생님들께도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또한 모든 연구를 진행할 때 마다 아직은 극명하게 좌절감도 느끼고 극도의 기쁨을 느끼기도 하는데 이런 저의 모든 감정을 함께 공감해 주시고 수용해 주시는 부모님께도 감사 말씀을 전합니다. 그리고 부족한 면이 많지만 제 지도 하에서 열심히 연구를 수행하며 청출어람을 실현해 주고 있는 저희 연구실 학생들에게도 무한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앞으로 더욱 우수한 연구결과를 창출할 여러분 모두가 기대됩니다.
#비만
# 임상계량약리학
# 임상약동력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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