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일반적으로 생물은 각자 자신을 이루는 설계도를 DNA의 형태로 지니고 있습니다. DNA는 A, T, G, C의 4가지 암호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져있으며, 이들의 조합이 길게 만들어져서 특정 기능을 하는 단백질을 암호화합니다. 이러한 유전자가 인간의 경우 약 20,000만개 존재합니다. 이러한 유전자는 대부분 정상적인 기능을 갖춘 단백질을 만들어내도록 설계되어 있으나, 간혹 오류가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또는 시간이 흘러가면서 만들어지는 돌연변이는 생명의 세포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생겨납니다. 많은 경우에는 돌연변이가 자체적으로 수리되기도 하고, 그 돌연변이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기도 합니다. 하지만 특정 돌연변이들은 생명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며, 심각한 경우 생명 유지가 어려운 치명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유전자 돌연변이를 영구적으로 정상으로 고칠 수 있는 기술이 바로 ‘유전자 교정 (genome editing)’ 기술입니다. 현재 유전자 교정 기술은 크리스퍼 (CRISPR) 시스템을 기반으로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더 효과적이고 안전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번 논문에서 다룬 기술인 ‘프라임 에디팅 (prime editing)’ 기술은 DNA를 완전히 절단하지 않고도 유전자 교정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하면서도, 최근 많이 활용되고 있는 염기편집기 (base editor)로는 불가능한 염기서열의 삽입/삭제, 혹은 그 혼합의 형태로 유전자 교정이 마음대로 가능하기 때문에 그 활용성이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최신 기술입니다. 이론적으로만 본다면, 프라임 에디팅은 모든 종류의 유전자 교정을 만들 수 있는 ‘만능 유전자 가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림 1: Prime editing의 구성 요소와 작동 원리
하지만 본 연구 이전까지 프라임 에디팅은 손쉽게 활용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프라임 에디팅 유전자 가위를 설계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수 백에서 수 천개 수준으로 너무 많기 때문에, 최적의 유전자 가위를 선택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다양한 세포주에서의 전반적인 프라임 에디팅 효율 데이터도 보고된 것이 많지 않았고, 새롭게 나온 프라임 에디팅 시스템 (PEmax, PE4, epegRNA 등)에 대한 데이터도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프라임 에디팅이 원하지 않는 위치에서 발생할 위험성 (off-target effect)이 얼마나 높은지에 대해서도 이해가 부족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유전자 교정을 주로 연구해온 연구실에서도 프라임 에디팅을 선뜻 적용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었습니다.
그림 2: 이번 연구에서 밝혀낸 PBS (Primer binding site)의 특성에 따른 프라임 에디팅 효율 변화. 프라임 에디팅 효율은 이처럼 복합적인 요소들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 연구에서 우리는 수 십 만개 이상의 프라임 에디팅에 대해서 효율을 측정하고 데이터를 얻었으며, 이를 활용해 프라임 에디팅 효율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 모델 ‘DeepPrime’을 만들었습니다. 이전 연구에서 만들었던 프로토타입 모델인 ‘DeepPE’보다 약 28배 많은 프라임 에디팅 가이드 RNA (prime editing guideRNA; pegRNA) 조합에 대해 예측이 가능하며, 기존에는 1개의 극히 제한적인 유전자 교정 형태 (+5 G to C transversion)만 예측 가능했던 것을 90개의 형태로 훨씬 다양하게 예측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사실상 실제 연구개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예측 모델을 완성하게 된 것입니다. 프라임 에디팅의 off-target 효과에 대해서도 대량의 스크리닝을 통해 측정 데이터를 얻어냈으며 최초로 예측 모델을 제작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림 3: DeepPrime의 구조. 딥러닝을 이용해 프라임 에디팅 효율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모델을 제작하였다.
프라임 에디팅이 기존의 CRISPR 기반 유전자 가위들보다 훨씬 복잡했던 만큼, 이에 대한 충분한 데이터를 얻기 위한 라이브러리 제작도 훨씬 커지고 복잡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단순 라이브러리 크기만 비교해도, 기존의 카스9 (Cas9)과 염기 편집기에서는 일반적으로 1만~5만개 수준의 유전자 가위 효율을 측정하도록 제작하였다면, 이번 프라임 에디팅 효율을 예측하기 위한 라이브러리는 60만개로, 기존에 비해 수 십 배 이상 큰 라이브러리가 필요했습니다. 당연히 그 만큼 더 많은 실험과 재료가 필요로 했으며 연구 기간도 2년 이상 걸렸습니다.
본 연구로 인해 우리는 이제 프라임 에디팅에 대해서 기존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식도 많이 쌓였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제작된 ‘DeepPrime’을 이용하면 유전자 교정을 전문적으로 하지 않는 연구실에서도 손쉽게 프라임 에디팅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DeepPrime은 모든 코드와 파일이 공개되어 있으며, 웹 사이트 혹은 python 패키지로도 활용이 가능합니다. 사용에 어려움이 있다면 언제든 연구 참여자들에게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그림 4: DeepPrime 웹 사이트 (http://deepcrispr.info/DeepPrime/)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의 김형범 교수님 지도를 받아 진행되었습니다. 김형범 교수님 연구실에서는 CRISPR 기반의 유전자 교정 기술의 예측 모델을 만들고, 유전자 가위 최적화를 위한 연구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전자 교정 기술을 활용해서 다양한 유전 질환과 관련된 돌연변이 스크리닝을 하고 있으며, 또한 동물에서의 유전질환 모델 제작 및 치료 관련 연구를 하면서 향후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교수님께서 학생들과의 논의를 매우 자주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많은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면서도 방향을 잘 잡아갈 수 있고, 빠른 속도로 결과를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연구실 내 구성원들간에도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의견 교류가 매우 자유로운 편이며, 서로를 통해 배워갈 수 있는 좋은 분위기가 갖추어져 있습니다.
김형범 교수님 연구실 (https://sites.google.com/site/hyongbumkimlab/home)
또한 우리 연구실은 약리학교실 소속의 다양한 교수님들과 학생들과 주기적으로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연구에 대한 의견을 교류하기도 하고, 생산적인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습니다. 약리학교실에 계신 교수님들 모두 연구에 아주 열정적이시며 좋은 연구들을 많이 하고 계시기에 다른 연구분야에 대해서도 좋은 인사이트와 배경지식을 쌓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은 연세대학교의 에비슨 의생명연구센터 (ABMRC)에 위치해있으며, 국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연구 시설을 자랑하는 곳이라 생각합니다. 연구자들이 연구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다양한 행정적 지원이 제공되며, 좋은 실험 기기들을 큰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잘 지원되고 있습니다. 또한 수준 높은 동물실험실이 있고, 동물 관리에 대한 지원이 매우 잘 되어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유전자 교정 기술과 이를 활용한 치료 기술 개발은 비교적 역사가 짧은 분야이고 아직 연구해야 할 내용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분야이기에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고 지금도 매달 수 십 편 이상의 주목할 만한 논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렇게 활발한 연구분야에서 새로운 지식들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또한 앞으로 제가 연구하는 내용들이 밑거름이 되어서 유전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치료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는 학부/석사 과정을 유전자 교정과 전혀 관련 없는 내용에 대해 공부했었습니다. 박사과정을 연세대학교 김형범 교수님 연구실로 진학하면서 처음 유전자 교정을 접하였고, 지금도 배워가면서 연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다른 선생님들께서도 전공 배경이 다르다고 해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차근차근 배워 나가면 연구에 잘 참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오히려 다른 연구 배경이 있다면 유전자 교정을 활용할 수 있는 연구에 대한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기에 좋은 점도 있습니다.
몇 가지 특징적인 내용을 첨언하면, 유전자 교정 분야의 특징은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에 있습니다. 그 때문에 매달 더 개선된 유전자 교정 기술이 발표되고, 이를 활용한 연구들이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이 분야에 진학하신다면, 많은 수의 논문들을 꾸준히 읽어가면서 동향을 파악하고, 이를 활용한 연구도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속도에 신경 써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말로 설명하기 보다는 직접 보고 체험해보는 것이 결국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하고 연구실을 알아보고 있다면 교수님께 연락을 드리면서 연구실을 한번 둘러보고, 세미나 등에도 참가해보고 기회가 된다면 인턴을 1-2달 정도 해보는 것을 적극 추천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지금까지의 연구는 유전자 교정 기술 자체에 대한 최적화에 가까웠습니다. 앞으로는 좀 더 생물학적/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연구에 참여하고자 합니다. 유전자 교정을 활용해서 암과 관련된 유전자 돌연변이를 탐색해서 새로운 기전을 밝혀내거나, 최적화된 유전자 가위를 동물에 전달하여 질환 모델의 제작 또는 치료를 하는 연구를 해보고 싶습니다. 특히 지금까지 주로 연구해왔던 프라임 에디터는 각종 연구에서 낮은 효율과 전달의 어려움 때문에 아직 많이 활용되지 못하였는데, 이를 지금까지의 연구내용을 바탕으로 극복하고 치료제 등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이는 연구를 진행하고 싶습니다.
박사 과정을 마무리한 후에도 계속 연구를 하고자 합니다. 유전자 교정을 기반으로, 더 많은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주제를 꾸준히 도전해보려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간혹 BRIC과 기사 등에서 유전자 교정을 이용한 치료제 개발을 간절히 기다리는 환자 분들의 글을 봤습니다. 제가 지금 하는 연구가 그 분들의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고, 아직 치료제로 활용되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잘 알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듭니다. 하지만 저뿐만 아니라 여기 계신 모든 분들께서 오늘도 꾸준히 연구하고 최선을 다하고 계시기에 언젠가 실제 도움이 되는 기술로 발전하리라 확신합니다.
본 연구를 마무리하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가장 먼저, 김형범 교수님의 지도가 있었기에 본 연구를 시작하고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께서 보여주신 연구에 대한 깊은 열정에 많이 배울 수 있었고 항상 감사드립니다. 또한 긴 프로젝트동안 함께하고 많은 논의를 하면서 알려주셨던 김희권 교수님께도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기초부터 꼼꼼하게 알려주신 덕분에 실험들을 잘 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데이터 처리를 위해 프로그래밍을 해준 진만 선생님, 주말에도 빠짐없이 밤새 실험에 매진해준 현종, 동영 선생님, 딥러닝 모델 제작에 큰 기여를 해준 유민 선생님, 그리고 급박한 리뷰 과정 중에 꼼꼼하게 실험해주신 지윤, 지성 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어느 한 분이라도 없었다면 이 연구가 빛을 볼 수 없었을 것입니다. 또한 직/간접적으로 항상 응원해준 우리 연구실 구성원 분들, 그리고 제가 하는 모든 일들을 지지해주고 아낌없는 지원해준 부모님과 동생 모두 큰 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지치고 마음이 흔들릴 때 진심 어린 조언과 응원을 해준 사랑하는 여자친구 소영이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Genome editing
# Prime editor
# Deep lea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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