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패혈증 또는 콜레라를 일으키는 비브리오균은 사람을 숙주로 하는 대표적인 기회 감염균입니다. 이 균이 인체에 감염했을 때, 과당 (fructose) 수송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의 발현이 매우 증가하며, 특히 비브리오 콜레라균의 경우, 과당 수송 단백질의 발현 증가가 콜레라균의 독소 단백질 발현 증가와 장내 서식화와 관련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콜레라균의 과당 수송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들의 발현 조절 기전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적었습니다. 이를 이해하고자 저희 연구진은 지난 2021년 발표한 논문을 통해, 과당이 존재할 때 콜레라균의 과당 수송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과당 오페론의 전사 활성 분자적 기전을 규명하였습니다 (https://academic.oup.com/nar/article/49/3/1397/6105282).
다양한 영양분이 존재하는 환경에서 살아가는 세균은 여러 영양분을 동시에 사용하지 않고 선호도에 따라 순차적으로 수송과 대사를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세균에는 선호하는 당이 사용될 때, 비 선호당의 수송과 대사에 필요한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기전이 있는데, 이를 Carbon catabolite repression (CCR)이라고 합니다. 콜레라균은 포도당 (glucose)와 과당이 존재할 때, 포도당을 선호하여 먼저 사용하고, 이후에 과당을 수송하여 사용합니다. 콜레라균이 포도당이 사용될 때, 과당 수송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들의 발현이 약 80% 저해된다는 사실이 약 50여년 전에 보고되었지만, CCR을 일으키는 구체적인 분자적 기전은 밝혀진 바가 없었습니다.
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하여, 저희는 연구실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실험 기법의 하나인 protein ligand fishing 실험을 통해 콜레라균 과당 오페론 전사 활성자 FruR (Fructose regulator)와 당 수송 인산 전달계 구성 단백질 중 하나인 HPr 간의 상호작용을 최초로 확인하였습니다. 당 수송 인산 전달계 구성 단백질은 외부에 선호하는 당의 존재 유무에 따라 인산화 상태가 바뀌기 때문에, 이 단백질들의 인산화 상태는 세포 외부 당의 가용성을 대변하는 주요 지표로 알려져 있습니다. 포도당이 존재할 때 탈 인산화된 HPr만이 FruR과 결합을 통해 과당 오페론의 전사 활성을 저해한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X-선 결정학을 이용하여 최초로 HPr과 FruR의 단백질 복합체 구조를 규명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두 단백질 간의 결합 방식과 복합체의 구조적 특징들을 확인했고, 다른 균들의 단백질들과는 다른 콜레라균 특유의 구조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포도당, 과당 등 외부 영양분에 따른 세균 내 유전자 전사 조절 기전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영양분 조절을 통한 비브리오균의 병원성 제어 기술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소속된 연구실은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부 미생물생리학 실험실이며, 석영재 교수님 지도하에 대장균, 비브리오 패혈증, 콜레라균, 장내유익균 중 하나인 피컬리박테리움 (Faecalibacterium) 균의 당 수송 인산전달계 (PTS; PEP:carbohydrate phosphotransferase system)를 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protein ligand fishing 실험을 통해 PTS 구성 단백질의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을 탐색하고, 이 상호작용이 갖는 생리학적 의미를 다양한 생화학적, 분자생물학적, 구조생물학적 기법들을 통해 규명하고 있습니다. 지도 교수님께서는 학생들의 국내외 학회 참여를 독려하시고, 다른 연구진들과 많은 교류를 권장하십니다. 이를 통해 연구에 있어 많은 조언을 들을 수 있고, 협업을 할 수 있는 기회도 많이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많은 분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실험하면서 많은 실패를 경험해봤습니다. 그런 실패들을 겪으면서 왜 실험이 되지 않는지를 생각해보고, 원인을 찾기 위해 토론하고, 공부하고, 조건을 바꾸는 시도를 하면서 연구하는 방법을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지나쳐버리면 몰랐을 작은 변화를 찾아내고 새로운 사실을 입증하고 논문을 통해 그 결과물을 소개할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제가 해온 실패와 시도들로 이뤄지는 과정이 있었기에 제 결과가 더 보람차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제가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드릴 정도로 경험이 많지 않지만, 저의 경험을 기반으로 조심스레 말씀드리자면, 본인의 마음을 잘 살피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오랜 기간 공부하고 연구를 하는 것은 많은 실패가 따르게 되고 때론 힘들고 지치는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럴 때마다 동료, 친구, 교수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개인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 나간다면 본인이 원하는 연구를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고, 새로운 자리에 도전할 때, 주도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FruR 단백질의 기능은 몇몇 균들에서 비교적 잘 알려졌지만, 그 기능을 구조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전체 길이의 단백질 구조와 DNA와의 복합체 구조가 규명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구조들을 규명하여 FruR에 의한 전사조절기작 연구에 더 깊이 있는 관점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저는 작년 9월부터 코넬대학교 수의과대학 미생물학 및 면역학부 (Department of Microbiology and Immunology, College of Veterinary Medicine, Cornell University) 소속 송정민 (Jeongmin Song) 교수님 연구실에 포닥으로 임용되어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인체 감염균인 Salmonella enterica Typhi 균의 병독성 연구와 숙주-세균 상호작용을 주제로 하여 연구하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에 있을 때 갖고 있던 경험을 활용하고, 현 소속 실험실에서 다루고 있는 새로운 기술과 시각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분야에서 흥미롭고 새로운 발견을 하여 좋은 결과물을 내고자 노력 중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먼저 인터뷰를 통해 저의 연구 내용을 소개할 기회를 주신 BRIC 관계자 분들께 감사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그 동안 감사를 표하지 못한 많은 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저에게 아낌없는 지도와 격려를 해주신 석영재 교수님께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전해드립니다. 교수님께서 지도해주신 덕분에 연구자의 마음가짐과 태도를 배울 수 있었고, 많은 부분에서 부족한 저를 이끌어주셔서 제가 더 성숙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연구실에 있는 동안 함께 연구하며 토론했던 많은 선후배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이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많은 조언을 해 주신 박영하 박사님, 김혜민 박사님, 최만규 박사님, 박소영 박사님, 이재우 박사님, 윤지희 박사님, 허규 박사님, 그리고 논문이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함께 참여해주신 이혜영 박사님, 이승환 학생에게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두 편의 논문이 진행되는 동안 FruR 단백질 구조 결정을 맡아 함께 연구해주신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 연구소 가속기동위원소연구실 김민규 박사님과 연구팀원들께 감사드립니다.
긴 학위 기간 그리고 제가 미국에 있는 동안 저의 결과와 상관없이 묵묵히 응원해주신 저와 제 아내 일가 모든 가족, 친척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한국에 있다면 찾아 뵙고 더 자세히 설명하고 함께 기쁨을 나눴겠지만, 미국에 있어 자주 연락을 드리지 못해 늘 죄송한 마음입니다. 다음에 또 연구 결과가 나올 때 좋은 소식 전하면서 연락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와 함께 각자의 꿈을 펼치고자 미국으로 와서 고생하고 있는 아내 정은선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함께 고민을 나누고, 현실의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해주어 감사합니다. 새롭게 미국에 적응하느냐 힘들겠지만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저와 아내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두 딸 윤슬, 윤샘 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비브리오 콜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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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사조절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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