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방광염(Urinary tract infection, UTI)은 성인 여성의 60%가 일생동안 한 번 이상은 겪을 정도로 흔한 질병이며, 그 중 20-30%의 환자가 재발성 방광염 (recurrent UTI, rUTI)을 겪습니다. 재발의 원인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진 기전이 없어 예방요법으로 장기적인 항생제 복용 (daily prophylaxis)이 사용되고 있지만, 이는 내성균 발생과 환자의 장내 미생물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제약이 있습니다.
이전 저희 연구실에서는 쥐 실험을 통해 만성 방광염 (chronic cystitis)에 걸린 병력 자체가 재발성 방광염의 높은 위험요인이며, 감염 후 방광 상피세포 (bladder epithelial cells)의 형태가 장기적으로 변형되었으며 두번째 UPEC 노출에 더 과도한 면역반응을 일으켜 재발성 방광염을 겪기 쉬운 것을 발견했습니다. 제 연구는 이러한 방광의 개형 (bladder remodeling)이 장기적인 변화인 것에 착안하여 감염된 방광상피 줄기세포 (bladder epithelial stem cells)에 후성유전적인 변화 (epigenetic changes)가 일어났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감염에 따른 방광 상피세포의 변화에 집중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UPEC 감염 병력이 있는 쥐의 방광에서 1차 배양세포 (primary epithelial cells)를 분리해 내 감염 병력을 지닌 세포주 (cell lines)들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세포들을 생체외에서 분화 (differentiation in vitro)시켰을 때, 쥐 실험에서 관찰된 것과 같은 세포 개형을 감염병력이 있는 쥐의 세포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감염 병력이 있는 쥐의 방광상피 줄기세포가 그렇지 않은 쥐의 것에 비해 염색질 접근성 (chromatin accessibility), 유전자 메틸화 (DNA methylation), 히스톤 변형 (histone modification)에서 차이가 있음을 밝혔습니다. 특히, 통계적으로 가장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던 두 유전자, Casp1 그리고 Ptgs2os2,의 증가는 왜 만성 방광염을 앓았던 쥐가 두번째 UPEC 노출에서 과도한 면역반응을 일으키는지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본 연구는 UPEC 감염이 숙주 세포의 후성유전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직접적으로 밝힌 첫 연구입니다. 후속 연구로는 어떤 후성유전적 변화인자 (epigenetic factors)나 전사인자 (transcription factors)가 직접적으로 이러한 후성유전적 변화를 세포에 일으키고 유지하는지 자세한 기전을 밝히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미래에는 유전자 편집 기술 (gene editing)을 이용해 이러한 재발성 감염을 증가시키는 후성유전적 변화를 타겟하여 이전으로 되돌려 환자들이 더이상 재발성 방광염을 걱정하지 않게 되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대학교 (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는 미국 중부에 위치한 대학교로 의과대학이 유명하며, 제가 입학한 미생물학과가 속한 Division of Biology Biomedical Science 프로그램만 해도 400명이 넘는 교수진들이 활발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저도 미국 박사지원을 하기 전까지는 워싱턴 대학교에 대해서 전혀 몰랐는데, 학생의 성과에만 치중하기 보다는 과학자 양성에 중점을 두는 모습을 보고 이곳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박사 학위를 받는 동안 정말 많은 세미나를 들을 수 있었고, 여러 곳의 학회에서 이름난 연구자들과 네트워크를 할 수 있었으며, 연구에 있어서도 학교 내외로 활발한 협업이 이루어 지고 있어서 미생물학, 면역학, 유전학을 다 아우르는 연구가 가능했습니다. 저희 연구실 (Scott Hultgren Lab)에서는 방광염에 대해서 다각적 방면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재발성 방광염 연구 외에도, 장내 대장균과 방광염의 연관성, 방광염이 뇌에 미치는 영향, 항생제를 보조할 수 있는 UPEC 백신의 개발 등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워싱턴 대학교의 자체적인 장학 프로그램인 맥도넬 국제장학생 아카데미 (McDonnell International Scholars Academy)를 통해서 여러 나라에서 온 다양한 분야의 학생들을 만나며 글로벌 네트워킹과 리더십 등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맥도넬 장학회는 졸업 이후에도 동문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가는 다리가 되어주고 있고, 재학중인 후배들을 만나 멘토링 하는 시스템도 있어서 학생들을 과학자로서, 글로벌 리더로서 길러내는 좋은 취지의 프로그램입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많은 방광염 환자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재발성 방광염을 앓으면서 이유를 알 수 없어 답답해 하거나, 본인의 위생이나 행동을 탓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본 연구가 아직 재발성 방광염을 치료하는 방법을 밝혀낸 것은 아니지만, 재발의 기전을 처음으로 밝혀내면서 이를 치료하는 첫발을 내딛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만성 방광염 자체가 세포에 후성유전적 변화를 일으킨다는 구체적인 기전을 밝힘으로써, 환자들이 계속되는 재발에 본인의 잘못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의 짐을 덜어드릴 수 있었다는 것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제가 박사 과정에 들어오기 전에 몰랐던 점이 있다면, 미국 생물학 분야에는 석/박사 통합이라는 개념이 없다는 것입니다. 다들 학부 2-3학년때부터 연구실에 컨택해서 연구 경험을 쌓고, 이를 통해서 석사학위 없이 박사과정 지원을 하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금 학부생이고 연구에 뜻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관심있는 분야의 교수님에게 연락을 해 조금이라도 연구 경험을 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현재 워싱턴 대학교의 Juliane Bubeck-Wardenburg 교수님 연구실에서 박사후 과정으로 Enterotoxigenic Bacteroides fragilis 감염이 장내 상피 줄기세포에 어떤 장기적인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를 새롭게 시작하였습니다. 박사 과정에서 박테리아 감염이 어떻게 방광상피 줄기세포에 영향을 주었는지 연구했던 것과 연결하여 앞으로 박테리아 감염이 숙주의 상피세포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기전을 연구하고 싶은 계획이 있습니다. 박사후 과정 이후에 독립적인 연구실을 만들게 된다면 상피세포와 박테리아 간의 상호작용에 대해서 연구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제가 한 사람의 연구자가 되기까지 정말 많은 분들의 영향과 도움이 있었습니다. 열정적인 미생물학 강의로 제가 처음 연구에 뜻을 가지게 해 주시고, 석사과정을 지도해 주신 서울대학교 식품생명공학과 유상열 교수님 항상 감사합니다. 그리고 석사과정 멘토였던 김민식 박사님(현 연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님)께도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덕분에 바른 연구자로서의 자세를 많이 배웠고 석사과정동안 좋은 결과도 낼 수 있었습니다. 박사과정 지도 교수님 Scott Hultgren, 항상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격려해 주시고 동기부여를 해 주셔서 긴 박사 과정을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재발성 방광염에 대한 선행 연구를 하시고, 제 연구 지도를 도와 주신 Thomas Hannan 교수님, 그리고 후성유전적 변화에 대한 연구를 도와주신 유전학과 Ting Wang 교수님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으로 박사과정을 나와 정착하게 된 딸을 항상 응원해 주는 부모님, 가까이서 항상 저를 지지해주는 남편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아래는 미국에서 저희 연구가 소개된 인터뷰 두개를 소개합니다.
The scientist: https://www.the-scientist.com/news-opinion/bladder-memory-influences-urinary-tract-infection-recurrence-in-mice-71062
Figure Legend Bladder epithelial stem cells isolated from Naive mice or mice with chronic urinary tract infection (Sensitized mice) were cultured into differentiated urothelia on transwells, fixed, and imaged via confocal microscopy. The urothelia were stained for F-actin (cell junction) and nuclei.
첨부 이미지 설명) 감염이 되지 않은 Naive 쥐와 만성 방광염을 경험한 Sensitized 쥐에서 분리한 방광상피 줄기세포를 세포외에서 분화 시켰을 때, 감염 병력이 있는 Sensitized 세포의 크기가 감염되지 않은 Naive 세포와 비교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작은 것을 볼 수 있다.
#bacterial infection
# bladder remodeling
# epigene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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